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27일 막을 내렸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27일 막을 내렸다. ⓒ SBS


하루에도 몇 번씩 스포일러 같은 에필로그를 돌려 본다. 그 안에 숨겨진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지 하나하나 유추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결말이 궁금해서다. 도대체 어떻게 끝을 낼 것인지 영 감이 오질 않아서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의 마지막 회는 의문투성이였고, 또한 설렘의 절정이기도 했다. 모처럼 만이다. 이런 심정으로 드라마의 결말을 기다렸던 적, 몇 년 만인지 모른다.

400년 동안 지구라는 별에서 살았던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은 늘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를 바라왔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수 백, 수 천 번 지켜보면서 지구에서의 삶은 허망한 것이라 단정 지으며, 어떠한 일에도, 특히나 사람을 대하는 일에 있어서 극도의 시니컬함을 보이며 살아왔으니, 이곳에서의 그의 삶 역시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본향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은 이 때문에 더욱 커져만 간 것일 테다.

그러던 중 도민준에게 자신의 별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앞으로 3개월 후면 지구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드디어 떠날 수 있게 된다.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하늘은 그에게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짓궂은 장난을 건다. 지구에 머물 날이 고작 3개월일 뿐인 바로 그 때, 그제야 천송이(전지현 분)라는 그의 반쪽을 만나게 하고 만 것이다.

이별이 예정됐던 만남, 쉽지 않았을 엔딩

첫 회부터 20회까지 도민준과 천송이가 엮어간 사랑은 달콤하기도 하면서 애달팠고, 유쾌하기도 하면서 처연했다. 질투와 시기, 살인의 위협, 제한된 시간 등의 시련들이 늘 그들을 따라다녔고, 도민준과 천송이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면서 자신들에게 허락된 사랑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조심스럽게 키워나갔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한없이 애틋하고 눈부시게 빛이 날수록, 보는 이들의 마음엔 조바심이 일어났다. 도민준은 자신의 별로 떠나야 하고, 천송이는 이곳에 남아 있어야 하는 생이별이 그들에게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별에서 온 그대>의 결말이 궁금했던 이유는 과연 이들의 사랑을,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이별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비극으로 끝이 날 것만 같았다. 이제 와서 지구에서의 시한부 삶을 없었던 걸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가, 기적적으로 도민준이 인간으로 변화되어 천송이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론을 내리는 날엔, 유치하고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이라는 비난 속에 식상한 결말로 마무리한 졸작이라는 평을 듣고 말 테니까.

다소 아쉽다 하더라도 <별에서 온 그대>의 결말은 안타까운 이별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로를 기다리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 '사랑은 끝없는 그리움'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거나, 혹은 천송이가 도민준을 닮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도민준과의 사랑을 기억한다거나 하는 내용 등으로 말이다. 어쨌든 그들의 헤어짐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그 헤어짐에 대처하는 그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가장 그럴싸한 결말에 도달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회가 방송되기 전, 제작진은 '실망하지 않을 결말이며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청자들의 마음은 다시금 설레었다. 혹시 상상을 초월한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제작진의 뉘앙스는 분명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그 무엇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연의 소중한 가치에 대한 조언, 그것만으로도

<별에서 온 그대>는 그 약속을 지켰다. 실망스런 결말도, 기대 이하의 수준 낮은 해피엔딩도 아니었다. 참혹하거나 애절한 비극은 더더욱 아니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완벽해 보였던 그들의 특별한 사랑. 도민준과 천송이가 보여준 사랑의 결말에는 기막힌 의미가 담겨 있었다.

도민준은 웜홀을 통해 자신의 별과 지구를 오가는 방법을 알게 됐고, 수 십 번, 수 백 번, 수 천 번의 시도를 거듭하면서 점점 더 지구에 오래 머물 수 있게 됐다. 처음엔 5초였던 시간이 그 다음엔 1분, 그 후에는 한 시간, 그렇게 늘어난 시간이 어느새 1년 2개월. 또 다시 사라질 때가 오긴 하지만, 그 다음 번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결말로 그들의 인연을 이어간 것이다.

 SBS <별에서 온 그대> 마지막 회의 한 장면. 도민준(김수현 분)과 천송이(전지현 분).

SBS <별에서 온 그대> 마지막 회의 한 장면. 도민준(김수현 분)과 천송이(전지현 분). ⓒ SBS


"예고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는 거, 힘들지 않냐구요?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래서 더 사랑할 수 있기도 해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별에서 온 그대>의 최종 메시지는 마지막 회의 이 에필로그에서 드러난다. 천송이는 우리가 너무도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한 가지를 일깨워줬다. 늘 옆에 있어서, 언제나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소중한 줄 알 리 없었던 내 부모님, 형제, 아내, 남편, 아이들, 동료들, 친구들의 존재 말이다.

우리는 그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과 보내는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소홀해지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며, 때로는 다시는 안 볼 것처럼 굴기도 한다. 어쩌면 정말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도, 그것을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는데도.

<별에서 온 그대>의 결말이 좋았던 건 도민준과 천송이가 어찌됐든 다시 만날 수 있게 돼서가 아니다. 우리에게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인연으로 맺어진 귀한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보라는 조언을 해 주어서다. 그리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깔끔한 유종의 미는 없지 않을까 싶다.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별에서 온 그대>. 가슴 속에 반짝이는 별 같은 드라마로 오랫동안 기억될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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