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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맨 처음 만난 분은 종이를 머리에 둥글에 두른 할아버지였습니다. 머리에 두른 종이는 건(巾)을 연상합니다.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집회가 끝날 때까지 할아버지는 침묵을 지켰으나,  기자의 질문에 울화가 터졌는지,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말씀은 멈출줄을 몰랐습니다.

 

 

앞쪽에 앉은 할머니도 표정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나 가족들은 촛불문화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으나, 나이 드신 분들은 다소 무겁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았습니다.

 

 

집회에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가 모둠으로 많이 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내용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어른들은 서로 시국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론도 하고 그랬습니다. 외국인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외국인은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습니다.

 

AP뉴스에 한국인들의 촛불문화제를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 폄하하는 기사를 올렸던데, 한국어를 힘겹게 구사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간 외국인이 AP 기자와는 참 다르게 보였고,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난 이렇게 주장했다

 

많은 인파들 속에서 재미있는 분을 포착했습니다. 여러 개의 특이한 표현 용품을 직접 만들고 와서 분위기에 따라 모양을 달리 했습니다. 갈길 바쁜 관계로 두 개만 찍었습니다.

 

역시 집회에는 피켓 만한 것이 없습니다. 주최측에서 만들어진 피켓을 나누어 주기는 했지만, 참가자들은 집에서 손수 만든 피켓을 많이 들고 왔습니다. 이것은 이들이 동원되지 않고, 자발적인 마음에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 시간 축내면서 이렇게 할 리 없지 않겠습니까?

 

특이한 복장을 입고 집회장소를 찾으신 분들이 많았지만, 단연 돋보이는 분은 바로 한 스님이었습니다. 스님들도 청계천에 많이 보였습니다. 저는 누가 목탁을 이렇게 두드리나 했습니다. 꽹과리는 많이 봤지만, 박수 대신 목탁을 두드리는 것은 또 다른 맛입니다.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양한 기자들

 

기자란 신문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일하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청계천에서만큼은 기자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자란 현장에서 듣고 보고 묻고 적고 찍고 하면서 분위기를 남기는 모든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할아버지 기자, 아줌마 기자, 청소년 기자.. 기자들을 참 많이 보았습니다. 이들은 각자 다양한 입장에서 청계천을 그려낼 것이고 기록할 것입니다. 그것이 다 모여야 온전한 청계천의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MB의 수난 시대

 

 

 

얼굴이 많이 상했습니다. 누가 우리 대통령에게 이런 짓을 한 것일까요? 아, 잘못 말했습니다.  세상에 어느 현직 대통령이 거리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몰골이 될 수 있겠습니까?

 

한 학생이 창의력을 발휘했군요. MB를 히틀러와 한 자리에 두니 누가 밥이고 누가 나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포스트잇 악플러 보신 적 있습니까? 어떤 포스트잇은 도대체 몇 글자를 처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악플은 인터넷에만 있는 게 아닌데, 나는 웬일인지 그것이 악플로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잘못된 것일까요? 이렇게 하면 댓글을 쓴 사람을 찾기도 참 힘들겠네요. ip주소도 없으니.

 

"내가 요새 가장 자랑하고 다니는 게 대선 때 이명박 안 찍은 거다!"

 

재기발랄한 댓글도 보입니다. 세상으로 나온 네티즌을 저는 여과 없이 보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맥주 한 잔 생각이 났는데, 이 간판 보고 그 생각이 달아났습니다. MB맥주는 어떤 맛일까요? 참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


태그:#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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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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