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이 연일 화제몰이 중이다. 높은 시청률이 아님에도 관련 기사들에는 앞으로의 전개, 인물 관계도 등에 관한 추측성 리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어두운 소재, 복잡한 설정 등, <신의 선물>은 결코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허술함 또한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매우 즐겁게(!) 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왜일까?  

뮤지컬 슈퍼스타 조승우, 드라마에서도 맞는 옷을 찾다

'신의 선물' 조승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이 드라마의 구심점이다.

▲ '신의 선물' 조승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이 드라마의 구심점이다. ⓒ SBS


<신의 선물>을 즐겁게 볼 수 있는 데에는 기동찬 역의 조승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 해 그는 MBC 드라마 <마의>에서 수의사 백광현 역으로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드라마 속에서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영화 <타짜>에서 보여주었던 마성의 연기력과 매력은 잘 드러나지 않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지친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신의 선물>에서 조승우의 연기는 거의 모든 인물과 상황들을 연결하고 배분해내는 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짜인 각본이 그러하다는 것이 아니라, 능청스러움과 진지함을 오가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것. 등장인물들의 연기는 기동찬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더욱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그의 과장 없이 구수한 사투리 연기는 코믹함과 더불어 현장감을 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뮤지컬과 영화를 오가며 내공을 한껏 쌓아 온 조승우의 연기력이 <신의 선물>을 통해 재발견된 것. 그것은 그 자신에게도 즐거울 일일 테지만 안방극장의 시청자들에게도 큰 선물이 되고 있다.

구멍 많은 설정에도 드라마 지평 넓히려는 시도 돋보여 

'신의 선물' 김수현의 눈물겨운 모정, 그는 과연 딸을 살릴 수 있을까?

▲ '신의 선물' 김수현의 눈물겨운 모정, 그는 과연 딸을 살릴 수 있을까? ⓒ SBS


우리의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는 재벌, 결혼, 이혼, 출생의 비밀 등을 다룬 드라마들 사이에서 <신의 선물>은 눈에 띄게 어둡다. 시공간을 초월한 내용에다 인물들의 관계도 복잡하기 그지없어 시청자들을 쉽게 끌어들이기도 어렵다. 초반부를 놓친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다.

거기에 사건 피의자의 인권문제, 사형제도의 허와 실 등이 드라마의 심층부에서 속속 제기되고 있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긴박하게 연출되는 매 회의 마지막 장면은 시청자들의 심장을 조여 온다. 도대체 숨 쉴 틈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신의 선물>은 완벽한 짜임을 자랑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일부 연기자들의 미숙한 연기는 극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고, 좌충우돌하며 자충수를 두는 일부 인물들의 성급한 태도는 짜증을 유발시키기는 요인이 된다.

우리는 이미 거의 완벽한 짜임새를 가진 수많은 외국 드라마들과 영화들을 통해 비슷한 소재를 많이 접해 왔다. 김수현 역의 이보영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미드 같은 드라마를 원했다"고 말했으며, 조승우 또한 비슷한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신의 선물>은 위의 것들과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지만, 형식과 전개 등에서는 아직 모자라는 점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왠지 기쁘다. 천편일률적인 것들 사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그것을 접하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비록 미숙한 면이 많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시도에 대한 반가움, 그리고 우리 드라마의 지평을 조금 더 넓히고 있는 데 대한 고마움. 그것이 <신의 선물>의 시청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요인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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