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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남 의원(정의당)은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의 대표의원이며, 후쿠시마 3주기를 맞아 일본 의회 내 원전제로회의 초청으로 3월 4일부터 3일간 일본 의회와 후쿠시마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국회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후쿠시마 현장을 확인한, 20년 환경운동가 출신 탈핵 국회의원의 일본 방문기를 3회에 걸쳐 게재하고자 합니다.... 기자 말

[기사 수정: 20일 오전 9시 23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3년을 맞았지만 사고의 원인 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국회 후쿠시마 핵발전소 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다나카 미쓰히코씨가 보고를 시작했다.

지난 6일 오후 일본 의회에서 국회에너지조사회 준비위원회와 원전제로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원인 지진인가, 쓰나미인가?'라는 주제로 제36차 토론회를 열었다.

원자로 설계 전문가인 다나카 미쓰히코씨는 "국회사고조사위원회가 6개월 활동을 마치고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실제 조사기간은 3개월에 불과했다. 더욱이 도쿄전력의 정보은폐와 허위보고, 그리고 현장조사 고의방해로 사고원인을 규명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후쿠시마 제1발전소 1호기의 비상냉각장치인 비상용복수기가 지진으로 손상되었을 가능성을 현장 조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현장에 전등과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허위보고해 현장접근을 고의로 막았다고 주장했다.

국회사고조사위원회는 2012년 12월 일본 의회가 임명한 10명의 조사위원으로 출범해 2013년 7월 사고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핵발전소 사고의 원인은 쓰나미 때문이라고만 할 수 없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지진으로 주요기기가 손상되어 대형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1호기에 있던 원자로 비상냉각장치는 쓰나미로 비상전원이 상실되기 전에 지진으로 손상되어 가동을 멈췄다"거나 "쓰나미가 오기 전에 이미 비상전원이 상실되었다"는 현장 작업자의 증언들이 뒷받침되었다.

"지진에 안전하게 대비하고 있다"... 그동안 거짓말 해 온 것

지난 6일 일본 의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원인 지진인가, 쓰나미인가?’ 토론회
 지난 6일 일본 의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원인 지진인가, 쓰나미인가?’ 토론회
ⓒ 김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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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쿄전력 등 원전사업자들은 "지진에 안전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그동안 거짓말을 해 온 것이다. 일본 정부와 원전사업자는 "송전탑이 무너지고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작동하지 않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학적으로 안전하게 설계했다"고 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원인을 쓰나미로 규정하며 "안전상 중요한 기기들은 지진으로 손상된 부분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고, 일본 정부도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에 같은 내용의 사고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사고의 직접 원인이 무엇이며, 실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진실이 규명되지 않았다.

경제산업성의 원전추진 관료들, 도쿄전력 원전사업자 등은 후쿠시마 사고 영향이 핵발전소의 존폐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후쿠시마 사고 원인을 천재지변으로 규정하도록 안간힘을 썼다. 후쿠시마 사고 원인을 자연의 탓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고 살아남은 핵발전소를 그대로 가동하려는 것이었다.

다나카씨는 "사고 당시 후쿠시마 핵발전소 내진설계는 40년 전의 것으로 당시 지진에 견딜 만큼 내진 설계되어 있지 않았다"고 했다. 2006년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내진설계심사지침을 개정해 각 핵발전소별로 내진안전평가를 하고 새로운 기준에 맞게 내진보강을 하도록 요구했다. 그는 "그러나 도쿄전력은 새로운 내진기준에 맞게 보강하지 않고 2016년으로 미룬 채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운영해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를 알고도 보강대책을 촉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쿄전력이 대비할 수 있는 지진 규모의 최대치는 7.9였고,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견딜 수 있는 쓰나미는 최대 5.7m였다. 도쿄전력은 과거 규모 8이상의 지진과 10m 이상의 엄청난 쓰나미가 발생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지진활동장기평가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에서 앞으로 15m이상의 대형 쓰나미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듯 원자력안전보안원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를 쓰나미가 덮칠 경우 모든 전원이 상실되고 노심이 녹아내릴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규제당국은 이를 알고도 손을 쓰지 않고 방치했다. 이런 인재(人災)로 핵재난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후 3년 도쿄전력은 사고원인과 사고영향을 둘러싼 정보은폐, 허위보고를 일삼으며 핵발전소 재가동으로 여론을 몰아갔다.

일본 정부 또한 지진으로 인한 중대사고에 대책을 세우지 않고 노후한 후쿠시마 원전을 가동하여 회복불가능한 대재앙을 초래한 도쿄전력의 엄청난 책임을 규명하지 않은 채 원전재가동을 강행하고 있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후쿠시마로부터 배우지도 못한 채 후쿠시마를 버리고 있었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2년 11월 설계수명을 마친 월성1호기 부지 인근은 활성단층대로서 지진에 결코 안전하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원전당국과 한수원은 '한국의 핵발전소는 지진규모 6.5에 견딜 수 있도록 안전하게 내진 설계되었다. 후쿠시마와는 다르다'고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지진 규모 6.5 이상의 지진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객관적인 검증자료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눈앞에 보이는 원전사업자의 10년 이득을 보장하기 위해 수백 년 동안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내팽개치는 어리석은 짓을 한다면 후쿠시마 대재앙을 보고도 깨우치지 못하는 규제당국의 무지와 무능을 드러낼 뿐이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규모 9의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다.

핵발전소로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탑이 무너지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전원이 끊겼다. 원자로는 긴급 정지되었다. 그리고 오후 3시 27분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발전소를 덮쳤다. 또다시 3시 35분 높이 15m 대형 쓰나미가 밀려와 모든 것을 삼켰다. 비상디젤발전기도 물에 잠겼다. 모든 전력이 상실되었고, 원자로를 냉각시킬 방법이 없었다. 원자로는 핵분열물질을 생성하며 엄청난 열을 내고 비상냉각장치는 가동중단되어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서 후쿠시마 제1발전소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3월 14일 3호기가 폭발했고, 3월 15일 1535개봉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되어 있던 4호기가 폭발했다.

2012년 11월 설계수명 마친 월성1호기... 한국도 안전하지 않아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3호기 폭발 장면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3호기 폭발 장면
ⓒ 요미우리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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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발전소 1~3호기는 모두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에 들어갔고 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엄청나게 높은 열은 원자로 압력용기와 격납용기를 손상시켰다. 격납용기 바닥으로 떨어진 고농도 방사성 물질은 격납용기 밖으로 흘러나가 땅, 지하수, 바다를 오염시켰다.

4호기는 폭발로 건물이 심하게 손상되었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밖으로 보일 만큼 위험천만한 상태에 놓였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물이 공급되지 않아 핵연료가 녹아내려 폭발하거나 건물이 무너지거나 하면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3년이 지났지만 사고는 진행형이었다. 방사능오염이 대기와 바다로 확산되는 것을 3년 동안 막지 못하고 앞으로도 수십 년간 계속될 재앙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의 원전 전문가인 고이데 히로아키 교토대 교수는 지난 1월 우리 국회에서 열린 한국 강연에서 "원자로 노심이 녹아버리고 사용후핵연료가 위험천만하게 드러나 있는 상태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려면 앞으로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3년이 지난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녹아버린 노심의 불을 끄기 위해 냉각수를 투입하는 일뿐이다. 그리고 그 냉각수는 방사능오염수로 바뀌어 유출되고 있다. 4호기는 콘크리트 펌프차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물을 보내 핵연료의 불을 끄고 있을 뿐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수조로부터 용기에 담아 끄집어내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름으로 핵발전소에 불을 붙인 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 인류는 핵에너지가 만들어 낸 방사성 물질의 독성을 처리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 100만 년 이상 자연에서 격리하는 길만이 유일하다. 생명이 사는 지구, 미래세대가 살아갈 이 땅에는 독성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격리할 곳이란 없다. 핵 없는 세상만이 안전을 위한 길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이 매일 약 600억 베크렐씩 태평양으로 방출되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의회 원전제로회가 한국에서 온 탈핵 국회의원들을 위해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 아오야마 미치오 후쿠시마대학 환경방사능연구소 교수가 한 말이다.

아오야마 미치오 교수는 올해 1월 말까지 일본 기상청 기상연구소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IAEA 포럼에서 아베총리의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가 연안 0.3㎢ 안에서 완전 차단되고 있다'는 발언을 뒤집는 강연 내용이 문제가 되어 쫓겨났다고 했다.

방사능오염수로 매일 300톤 이상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아오야마 미치오 후쿠시마대학 환경방사능연구소 교수
 아오야마 미치오 후쿠시마대학 환경방사능연구소 교수
ⓒ 김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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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기준치 이내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아오야마 교수는 "사고 이후 방사능물질이 태평양 중심부로 이동하면서 농도가 10~200Bq로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오염총량은 20% 이상 늘었고, 큰 문제는 수산물 농축지수가 높은 세슘137, 세슘134 오염총량이 27%까지 늘었다"고 했다.

그는 방사성 물질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표면의 농도는 낮아졌지만, 연안역의 해저로 내려가면 방사능농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2012년 측정한 200m 아래 해저의 세슘134 농도는 표면에 비해 3.5배 이상 높았고, 2011년 사고 당시보다 3.5배 이상 높아 80%의 방사성물질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특히 후쿠시마 연안역과 해저에서 서식하는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농축이 큰 문제라고 했다.

녹아내린 핵연료가 지하수와 함께 방사능오염수로 매일 300톤 이상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또한 방사능오염수 탱크에서 균열이 일어나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 아오야마 교수는 "방사능오염수를 콘크리트 탱크에 저장하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으로 IAEA 포럼 때 국제적인 비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했다. 이미 탱크 균열로 고농도의 오염수가 유출된 것처럼 탱크는 샐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염수를 희석해서 바다로 방류한다는 것도 방사능오염수를 통제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는 "방사성 물질을 고체 상태로 관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핵연료가 지하수로 섞이지 않도록 지하의 물을 통제하거나 원자로 건물을 해수면보다 높게 매립하는 방법으로 방사성물질이 다량의 오염수가 되어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아오야마 교수에게 질의했다.

"최근 후쿠시마현에서 어획금지된 40종을 제외한 33종에 대해 연안역 밖에서 시험조업을 재개하고, 수산물 방사능기준치인 100Bq을 만족하면 출하하는 조치는 방사능오염수가 계속 바다로 유출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일본 당국의 무책임한 조치라고 보는데 전문가가 보는 견해는 무엇입니까?"

아오야마 교수는 "후쿠시마 연안(20km 반경)에서는 수산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방사능오염물질이 확산되면서 표면의 농도가 낮아진다고 해서 어느 지역은 조업해도 괜찮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했다.

일본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 연안 밖에서부터 어업활동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피난지역을 해제하고 주민을 귀환할 계획이다. 그리고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계속되고 있는데, 제2의 후쿠시마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는 진단과 대책도 없는데, 일본 시민의 70% 이상이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아직도 지독한 원전 중독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제남님은 정의당 국회의원입니다.



태그:#김제남, #후쿠시마, #원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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