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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새벽 침몰 여객선 세월호에서는 구조됐지만 결국 숨진 채 발견된 안산 단원고 교감의 장례식이 열려 운구차량이 경기도 안산 단원고 운동장을 돈 뒤 학교를 나서고 있다.
 21일 새벽 침몰 여객선 세월호에서는 구조됐지만 결국 숨진 채 발견된 안산 단원고 교감의 장례식이 열려 운구차량이 경기도 안산 단원고 운동장을 돈 뒤 학교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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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살아서 돌아왔지만, 계속 살아가지 못했다.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제자들을 구했던 그는, 뭍에 오른 제자들보다 하늘로 떠난 제자들이 더 마음에 남았다. 3일 동안 땅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그는 마지막으로 학교에 들렀고 영면의 길로 떠났다.

세월호 침몰 엿새째인 21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강아무개 교감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강 교감은 사고 사흘째인 지난 18일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 교감은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였고, 수많은 학생들이 돌아오지 못한 것에 괴로워했다.

그는 유서에서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며 자책했다. 1987년 교사로 임용된 강 교감은 올해 3월 단원고에 부임했다. 공주대 사범대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의 윤리 선생이었다

고향 충남 보령에 안치... 21일 단원고 학생 3명 발인

이날 강 교감의 발인식은 안산제일장례식장에서 오전 4시 30분에 진행됐다. 많은 취재진이 몰릴 것을 우려해 예정시간보다 30분 당겨졌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깜깜한 새벽, 강 교감의 유족과 동료, 선후배 교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오열하는 이는 없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엄숙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운구차량에 강 교감의 영정이 오르자 유가족들과 지인들은 말 없이 그 뒤를 따랐다. 운구행렬은 이후 강 교감의 교직인생 마지막 부임지가 된 단원고로 향했다.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학교에는 강 교감의 시신을 태운 운구차량만 올라 갈 수 있었다. 그가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자택에 들린 운구차는 수원 연화장으로 향했다. 강 교감 유해는 유서에서 원했던 것과 달리 고향인 충남 보령에 안치된다.

발인식에 참석한 강 교감의 한 후배 교사는 "존경할 만한 선배였고, 스승이었다"라며 "욕심 없이 소탈하게 살아오셨고, 책임감이 강한 분이셨다"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그는 "제자들이 사고 당했다는 것에 많이 힘드셨을 것"이라며 "선생님은 괴로움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지만, 살아남은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7시, 9시, 11시 제일병원과 한사랑병원, 온누리병원에서 여객선 침몰로 희생한 학생 3명의 발인식이 치러질 예정이다.


태그:#단원고, #교감, #세월호 침몰,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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