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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서망항에 위치한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전남 진도군 서망항에 위치한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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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양사고 예방을 위해 설치한 해상교통관제센터(VTS, Vessel Traffic Service)가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침몰 자체는 막을 수 없더라도 신속한 대응과 조치로 구조시간을 확보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진도관제센터와 세월호의 교신내용을 뒤늦게 공개한 것과 더불어 사고 시점의 레이더 항적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과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500명 탄 선박, 관할해역 들어왔지만 교신 한 번 없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된 곳은 진도관제센터와 제주관제센터다. 세월호는 진도관제센터의 관할 해역에서 침몰했지만 최초 구조신호는 제주관제센터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진도관제센터는 관할해역에 들어온 선박 관리를 소홀이 했고, 제주관제센터는 최초 신고접수 후 대응에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선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은 세월호다. 세월호는 법으로 정한 해상교통관제 통신채널을 무시했다. 지난 21일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세월호는 3개의 초단파무선통신 기기를 통해 관제센터와 교신할 수 있었다. 각 기기는 조난채널로 사용되는 전세계 공용채널인 16번, 목적지인 제주관제센터 전용채널인 12번, 진도 관제센터 전용채널인 67번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는 이 가운데 목적지 제주도 채널만 열어놓고 나머지는 꺼놓았다. 해경의 연안해상교통관제 운영·관리규칙에 따르면 선박은 운항 중에 해당해역 관제센터 채널과 전세계 공용인 16번 채널 두개를 항상 열어놓아야 한다. 또 개항질서법에 따르면 선박은 지역 해상교통관제구역을 지날 때 관제센터에 진입 신고를 해야 한다. 선박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세월호는 진도관제센터에 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진도관제센터 역시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선박을 확인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하지 않았다. 500명이 탄 선박이 관할해역에 들어왔지만 어떤 교신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경은 "진도 관제센터는 사고 당일 레이더로 세월호가 진입한 것을 확인했고 충돌방지를 위해 세월호 주변 500미터 장애물 접근시 경보음이 울리도록 하는 VTS 도메인와치 기능을 설정했다"라고 밝혔지만 진입신고를 하지 않은 점에는 아무 설명이 없었다.

김삼열 전 목포해양안전심판원장은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관제센터구역에 들어오는 모든 배들은 위치를 보고해야 하고 관리 해역을 빠져나갈 때까지 관제센터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라며 "교신내용을 보면 몇 명이 타고 있는지 묻는데 진입보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제센터도 선박이 위치보고를 하지 않으면 물어야 하는데 묻지 않았다"라며 "조난신호가 올 때까지 세월호를 신경도 쓰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난신호, 제주센터에서 진도센터까지... 안타까운 11분 

김 전 원장은 또 최조 조난신호를 받은 제주관제센터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세월호가 채널 16번을 열어놓지 않은 것은 문제를 바로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조난신호를 받은 제주관제센터는 즉시 세월호의 무선채널을 공용채널이고 조난채널인 16번으로 돌리게 했어야 한다"라며 "그래야 진도관제센터도 듣고, 주변에 있는 군함과 어선 등 모든 배들이 들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제주관제센터는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 55분 세월호로부터 "해경에 연락해주세요. 본선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갑니다"라는 내용의 조난신호를 접수했다. 이후 목포해양경찰서를 거쳐 진도관제센터가 세월호와 첫 교신을 실시하는 오전 9시 6분까지 11분이 걸렸다. 제주관제센터가 세월호에 채널 16번을 열 것을 지시했다면 더 빨리 사고를 알아차려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제주관제센터 측은 "우리와 세월호가 교신한 내용은 이미 다 공개했다"라며 "더 이상 말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중에 수사결과가 나오면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가 제주관제센터에 조난신호를 보내면서 선박명이 아닌 "본선 위험합니다"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오전 8시 55분 이전부터 제주관제센터와 세월호의 교신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 걸어 잠근 진도관제센터... 레이더로 세월호 상황 알 수 있었나?

침몰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진도해양관제센터 레이더에 잡힌 세월호의 항적도. 사진 왼쪽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녹색 선이 세월호의 항해 기록이다. 진도관제센터는 오전 8시 50분 11초까지의 기록만 공개했다.
 침몰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진도해양관제센터 레이더에 잡힌 세월호의 항적도. 사진 왼쪽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녹색 선이 세월호의 항해 기록이다. 진도관제센터는 오전 8시 50분 11초까지의 기록만 공개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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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진도관제센터는 세월호의 진입신고 등 규정을 무시했다는 비판과 함께 레이더 항적도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사실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해경이 세월호의 항로가 기록된 레이더 항적도를 공개했으나 이는 세월호가 사고 발생 원인으로 지적받는 급선회를 한 시각과 거의 비슷한 8시50분까지만 기록돼 있다.

해경이 진도관제센터의 AIS(선박자동식별장치)를 복구해 발표한 항로에 따르면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48분부터 8시 52분까지 비정상적인 운행을 보였다. 그런데 해경이 발표한 진도 레이더 항적도에는 이러한 세월호의 상황이 담겨 있지 않다. 진도관제센터가 레이더로 세월호의 항로를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마이뉴스>는 해양수산부와 해경에 8시50분 이후 레이더 항적도를 요구했으나 해수부 측은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고 해경 측은 전혀 연락이 닿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 22일 오전 진도 서망항에 있는 진도관제센터를 직접 찾아갔지만 센터 측은 관제실 문을 걸어 잠근 채 어떠한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태그:#세월호 침몰, #세월호, #진도, #진돗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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