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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당신 정도가 떼쓴다고 바뀔 세상이었으면 난세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드라마 <정도전>에서 부패한 고려의 상징으로 나오는 이인임의 극중대사다. 수 많은 갑남을녀들은 위의 문장에 압도당한다.

"나 하나 책임지기도 벅찬데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세상을 바꾸는 일은 정도전 같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우리는 매번 부조리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들에 분노하다가도 금세 자조하며 절망에 빠졌다. 그러나 세월호의 참사를 목격한 사람들은 더 이상 절망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두가 고민하는 시점이다.  

그 중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있다. 상품 구매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커뮤니티, 뽐뿌의 회원들이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에게 실망을 준 언론을 정상화시키겠다며 불매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소비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불매로 사회를 변화시키겠다고 외치는 점이 이색적이다.

불매운동은 뽐뿌아이디 제비22의 글이 시발점이다.
▲ 불매운동의 시작 불매운동은 뽐뿌아이디 제비22의 글이 시발점이다.
ⓒ 뽐뿌/제비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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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4월 26일 뽐뿌에 올라온 한 회원의 글이었다. 아이디 제비22는 "이 분노를 어찌 풀 지 고민이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의 선택은 그 어떤 정치적 행위보다 더욱 정치적이라고 이야기 하며 광고를 통해 시민이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자고 제안했다. 이 글은 약 16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고, 뽐뿌에서는 제비22를 주축으로 구체적인 방안이 만들어졌다.

간단히 요약하면 JTBC 뉴스에 광고를 하는 기업 중 하나를 골라 상품을 구매권장 목록에 올리고 <MBC 뉴스>와 <조선일보>에 광고를 하는 기업 중 하나를 골라 불매제품 목록에 올리는 방식이다. 첫 불매 대상으로 <MBC 뉴스8>에 광고 중인 등산용품 브랜드 아이더가 선정됐고, 이 내용은 빠르게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첫 불매운동으로 선정됐던 아이더... MBC 광고 철회하겠다고 입장 밝혀"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한 네티즌이 만든 어플리케이션
▲ 대국민제안 어플리케이션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한 네티즌이 만든 어플리케이션
ⓒ 아나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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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통해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동아일보> 탄압이다. 1973년 언론자유 수호선언을 발표한 <동아일보>의 광고는 정부의 압력으로 98%가 떨어져 나갔다.

적의 공격법을 배운 21세기의 시민운동가들도 광고에 주목했다. 공정성을 지키지 않는 언론을 제재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안티조선운동이나 촛불집회 당시에도 이번 대국민제안 불매운동과 비슷한 형태의 광고주 불매운동이 있었다.

이번 '대국민제안 불매운동'이 이전과 다른 부분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 모든 광고주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구매권장과 불매운동을 펼치는 식이다. 제비22에 따르면 첫 불매운동 대상으로 선정됐던 아이더는 MBC 뉴스 광고를 철회하고 JTBC 광고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아이더 불매운동은 온라인 상에서 널리 퍼졌다. 현재 아이더는 불매상품 목록에서 제외됐다.
▲ 아이더 불매운동 아이더 불매운동은 온라인 상에서 널리 퍼졌다. 현재 아이더는 불매상품 목록에서 제외됐다.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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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제안 불매운동이 앞으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이미 곳곳에서 방법론과 목적성에 대한 반대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뽐뿌에서는 새로운 불매 대상 선정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1위는 삼성 스마트에어컨Q9000으로 투표는 5월 2일 21시 48분에 종료될 예정이다.

정부의 광고주 탄압이 먹혀들어갔던 이유는 당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마음만 먹으면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다. 구매와 불매라는 표심을 가지고 열리는 언론 선거가 조금씩 열기를 더해가는 중이다.



태그:#불매운동, #대국민제안, #조선일보, #MBC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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