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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서울지하철이었다.

2일 오후 3시 30분께 승강장에 멈춰있던 지하철을 뒤에 따라오던 열차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상왕십리역 승강장에 서 있던 앞차 승객들은 승강장을 통해 열차를 빠져 나갔고 선로에 멈춰선 뒤차 승객들은 객차를 나와 반대편 선로를 통해 탈출했다. 마주 오던 지하철이라도 있었더라면 대규모 인명피해도 발생했을 아찔한 순간이었다.

충돌 여파로 지하철 안은 정전이 됐다. 건장한 승객들의 탈출에는 문제가 없었고 노약자와 아이를 동반한 승객들도 다른 승객의 도움을 받아 탈출할 수 있었다. 사고발생 30분이 지난 시점 두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 1000여명은 모두 지하철을 빠져 나왔고, 반대방향 지하철은 운행을 재개했다. 승객 중 200여명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발생 2시간 반이 지난 오후 6시, 사고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진행됐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기관사에 따르면 열차 신호등이 진행 신호에서 정지 신호로 갑자기 바뀌어 후속 열차가 비상 제동을 걸었는데 제동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열차 간 자동으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열차 자동정지 장치(ATS) 고장 가능성과 뒤쪽 열차 기관사가 곡선 구간에서 정지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사고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조선>만의 박 시장 비판코드, '왜 2시간 후에 도착했나'

지하철 사고 발생한 지 2시간 이후에 현장에 도착한 박원순 시장을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 5월 3일 3면
▲ 2시간 후에 왔다고... 지하철 사고 발생한 지 2시간 이후에 현장에 도착한 박원순 시장을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 5월 3일 3면
ⓒ 조선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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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가 발생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2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박 시장은 오후 3시 32분에 지하철 추돌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현장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이 시청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상왕십리역에 나타난 것은 오후 5시 40분쯤이었다. - <조선> 5월 3일자 '사고 2시간 지나서야 나타난 박원순 시장'

지하철 사고를 보도하는 <조선일보> 지면에 특이한 기사가 게재됐다. '박원순 시장'의 사고 대응태도를 문제 삼는 기사다. <조선>은 사고발생 이후 2시간이 지나서야 박 시장이 사고현장에 도착한 점과 중앙정부보다 재난상황실 가동 시간이 늦어진 점, 브리핑을 한 장소가 시청이 아닌 '상왕십리역'이었음 등을 지적했다. 이 내용들은 다른 신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먼저, <조선>은 박 시장이 사고발생 2시간 후에 현장에 도착한 점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서울시 관계자가 사고보고 받은 직후 박 시장이 현장으로 향했다고 전한 뒤) 그러나 박 시장이 시청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상왕십리역에 나타난 것은 오후 5시 40분쯤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이 신문은 작년 7월 발생한 동작구 상수도관 수몰사고 때도 사고발생 5시간 후인 밤 10시 40분에 박 시장이 현장에 도착해 구설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박 시장이 사고발생 2시간 후에 현장에 도착한 것이 지적받을 상황인지 의문이다. 서울시 설명자료에 따르면 사고발생 직후 박 시장은 비서실장으로부터 내용을 보고받고 현장에 출동한 제1부시장과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부상자들의 안전 이송과 신속한 복구를 지시했다. 이어 비상교통대책과 관계자 소통 체계 마련도 지시했다.

시청에서 초동 대응조치를 마친 이후인 오후 4시 40분께 박 시장은 시청 집무실을 출발해, 오후 5시 3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다음날인 3일 오전 0시 반께 최종 상황종료 브리핑을 한 뒤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으로 돌아갈 때까지 현장을 지휘했다.

<조선>은 어느 대목에서 박 시장을 비판하는 것인가. 서울시장이 119처럼 사고발생 2분 후에 현장에 도착했어야 한다는 말인가. 박 시장은 현장의 초동대응을 지시하고 난 이후 곧이어 현장으로 출발했다. 출발한 시간도 사고발생 1시간 이후였다.

이 때문에 <조선>을 제외한 다른 언론에서는 박 시장의 사고현장 도착시간을 지적하는 뉴스를 게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언론에서는 박 시장이 '곧바로' 현장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1시간 이후 출발이 어느 언론에서는 지적받을 사안이고, 어느 언론에서는 '곧바로'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인가.

박원순 서울시장도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이동해 수습에 나섰다. - <한겨레> 5월 3일자 '들이받은 뒤차량, 안전거리 자동유지장치 고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집무실에 있다가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연락해 신속한 현장복구를 지시했다. 오후 5시 30분에 상왕십리역에 도착한 뒤 늦은 밤까지 상황실에 머물며 복부상황을 점검했다. - <동아일보> 5월 3일자 '또 인재… 종합관제소, 전동차 지켜보면서도 사고 못 막아'

'상황 브리핑' 국민들에게 공개한 서울시, 장소가 문제라는 <조선>

박원순 시장이 지하철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지하철이 정상화되었음을 알리며 지하철로 귀청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복구현장에서 진행된 공식브피잉을 <라이브서울>을 통해 생중계했다.
▲ 오전 12시 21분 ... 생중계를 통해 사과하는 박 시장 박원순 시장이 지하철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지하철이 정상화되었음을 알리며 지하철로 귀청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복구현장에서 진행된 공식브피잉을 <라이브서울>을 통해 생중계했다.
ⓒ 라이브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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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서울시의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신문은 "서울시가 유사시 시청사 지하에 가동하는 재난상황실도 첫 브리핑을 끝낸 뒤인 오후 6시 30분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하며 "국토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린 오후 3시 55분보다 2시간 반이나 늦었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2호선은 서울시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것인데 중앙정보보다 대처가 늦은 것이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와 소방방재본부와 함께 합동브리핑을 실시했다. 오후 6시, 7시, 9시 등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된 브리핑은 서울시 홈페이지 <라이브서울>을 통해 공개됐다. 최초 브리핑 자리에서 나선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당시까지 파악된 사고원인과 대응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기자들은 '사건 발생 2시간 반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 정확히 모르느냐'는 질문을 몇 차례 던졌다. '세월호 참사'가 진행 중임을 고려해서인지 기자들의 질문에서는 날이 서 있었다. 기자들은 사고직후 '어떠한 안내방송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7시 브리핑에는 서울메트로 사장이 직접 나와서 6시 브리핑 시 대답을 명쾌히 하지 못했던 '안내방송' 건에 대해서 설명했다. 기자들은 '왜 뒷차는 실내에서 대기하라고 안내했는지'를 따져 물었다. 서울메트로는 '관제통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실내가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상황파악 이후 관제통제로 열차 운행은 중단됐고, 탑승객들은 반대편 승강장으로 탈출했다.

<조선>은 '재난상황실'이 늦게 가동된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5시 40분부터 박원순 시장이 현장에 계속 상주하면서 지휘했고, 6시 이후 시간별로 등장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대응에서는 우왕좌왕하는 등 불안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과연 이것이 '재난상황실'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즉시 꾸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 받아야 할 대목인가.

상황종료 보고도 공개적으로 한 박 시장, 귀청은 지하철로

박원순 시장은 3일 오전 0시 20분께 브리핑에 등장했다. <라이브 서울> 기자회견 중계에 등장한 박 시장은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서울시 안전을 책임진 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어서 "후속조치에 만전을 다하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한 말씀을 전하고 사과를 드립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정상화된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시 지하철사고는 충분히 비판받아야 한다. 기계오작동이든, 기관사의 과실이든 천만 서울시민의 교통수단이 안전하지만은 않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이후 초동 대응조치, 부상자 구호조치 등에 대한 비판이 아닌 '사고 발생 2시간 후에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지적하거나, '재난상황실'을 언제 열었는지를 지적하는 것이 과연 언론 기능에 충실한 보도인지 의문이 남는다.


태그:#박원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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