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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4일 낮 1시 32분]

4월 23일 새벽 1시 45분. 목포대교 전자 전광판에서 '진도' '팽목항'이라는 글자가 번쩍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차량들이 긴박하게 내달리는 장소는 보배로운 섬, '진도(珍島)'다. 체육관 근처에 다다르자 따로 마련된 갓길의 인공조명에 눈이 부셨다. 늦은 새벽 급한 일이라도 있는 마냥 내달리는 차량들은 인공조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 가닥 빛줄기에 의지해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가족의 온기로 덥히는 진도의 밤

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생중계 화면으로 정 총리의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에는 사고해역 수색현황을 보여주는 모니터 화면이 켜져 있다.
▲ 사의표명한 총리, 지켜보는 실종자 가족 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생중계 화면으로 정 총리의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에는 사고해역 수색현황을 보여주는 모니터 화면이 켜져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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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선 진도 체육관의 공기는 무거웠다. 체육관의 면적은 5496㎡. 차가운 바닥 위에서 7일째 노숙중인 실종자 가족들은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체육관의 냉기를 이겨내고 있었다. 보급 받은 얇은 매트와 이불, 담요는 발 디딜 틈 없이 깔려있었다. 주인이 어디 가기라도 했는지 몇몇 이불과 옷가지만 널브러진 곳이 듬성듬성 보였다. 이미 실종자를 찾은 가족의 자리였다. 체육관 가장자리에는 보급된 신발이 너저분하게 놓여있었다. 똑같은 모양의 흰색 실내화와 줄무늬 슬리퍼가 수십 개씩 나뒹굴고 있었지만 아무도 제 짝을 신경 쓰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마흔 살짜리 딸을 찾지 못해 사위와 단 둘이 체육관에 누워 있던 노모부터 친척과 함께 체육관에 내려온 대가족, 베트남 사람으로 추정되는 남녀도 있었다. 이들은 제 가족끼리 바짝 끌어안고 외부인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자원봉사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물으며 다가가도 고개를 돌리거나 퉁명스레 대꾸했다.

단상 위에는 큰 스크린이 두 개 설치돼 있었다. 왼쪽 스크린에선 뉴스가 방송됐으며 오른쪽 스크린에선 팽목항의 구조현장이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뉴스가 쉴 땐 "1XX번째 희생자"라는 제목과 함께 성별, 키, 신체 특이사항이 적힌 사망자 신상정보가 스크린에 크게 게시됐다. 바다 위에 고요하게 떠 있는 배의 모습은 멀어만 보였다. 화질은 흐릿해 현장의 구조상황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온정의 손길 누가 관리하나

체육관 밖에는 무료배식소와 구호물품 진열대가 많다. 구호물품은 쌓아둘 곳이 없어 체육관 내 복도에 가득 쌓였다.
 체육관 밖에는 무료배식소와 구호물품 진열대가 많다. 구호물품은 쌓아둘 곳이 없어 체육관 내 복도에 가득 쌓였다.
ⓒ 장경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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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정문에선 담요·점퍼·각종 의약품·식음료가 들어있는 택배상자가 끊임없이 배달됐다. 포화상태인 구호물품은 사뭇 감동적이었지만 그것을 적재할 장소와 담당 인력이 적어서 허술하게 관리되는 듯했다. 출입구 밖에 한 가득 쌓여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복도 구석구석 빈자리에 물자가 쌓였다. 실종자 가족에게 돌아가야 할 물품은 과잉 공급돼 기자나 구경꾼, 자원봉사자들에게 돌아갔고, 비누·치약·칫솔 등은 마치 일회용품처럼 버려져 화장실에 가득 쌓여있었다.

봉사는 전적으로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관리됐다. 때문에 신분을 알 수 없는 이가 봉사자를 통솔하는 관리자가 되기도 했다. 이미 들어온 구호물자가 어떤 것이 있는지 몰라 한참 전에 들어온 담요를 몇 시간 뒤에나 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실종자 가족을 응대하는 전문 매뉴얼 없어서 봉사자 일부는 넘치는 의욕으로 무작정 실종자 가족을 자리 찾아가 말을 걸어 붙여 실종자 가족을 귀찮게 했다.

자원봉사자의 눈치 없는 언행도 문제가 됐다. 20대로 보이는 봉사자 두 명이 "서로 껴안고 있는 시신이 많다더라", "잠수부들은 시신이 물에 머리카락 나부끼는 모습을 무서워 한다더라" 등의 얘기를 나누다 실종자 가족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고등학생 나이대로 보이는 실종학생 가족은 "저기요, 주제 바꿔 주세요!"라고 크게 외치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고 누웠다.

월차내고 온 공무원, 2주 머물며 돕겠다는 재일교포

2시쯤 일거리를 찾아 체육관 1층의 출입구로 내려갔다. 출입구 왼 편에서 '바르게 살기'라고 쓰인 민간 봉사단체 조끼를 입고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쓰레기가 갑작스레 늘어나 일손이 필요한 상황. 우리는 자연스레 합류해 일을 도왔다. 단체의 한 아주머니가 "우리 조끼 없어요? 우리 단체 조끼 입고해야 할 텐데"라며 조끼를 가져다 줬다.

봉사자 3명이 한 조가 돼 출입구 앞 쓰레기통에 서서 실종자 가족이 건네는 쓰레기를 정리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우리는 캔과 병, 일반쓰레기, 옷가지,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고 비웠다. 그 외에 체육관 바닥의 먼지를 닦기도 했고 1·2층을 돌아다니며 직접 쓰레기를 수거했다. 한 시간 일하고 휴식 공간으로 돌아오면 다음 조가 교대해서 나갔다. 두 세 시간 정도 쉬고 다시 나가서 한 시간 일하는 사이클이 반복됐다.

봉사를 마치면 소속 단체의 휴식 공간으로 돌아와 쉬었다. 야외에 천막으로 설치된 공간은 매트가 두툼하게 깔려있었고 깔개와 담요도 넉넉했다. 저녁엔 대형 난로 옆에서 밤바람을 견뎠다. '바르게 살기'에 소속된 자원봉사자는 10명 남짓. 지리산 등반을 계획하고 휴가를 냈다가 취소한 뒤 급하게 내려왔다는 공무원 아저씨부터 가정주부, 대학생, 취업 준비생, 2주간 머물겠다는 재일교포에 이르기까지. 각지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달려온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솔선수범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종자 가족의 쉼터, 호수와 샤워실

세월호 침몰사고 18일째인 3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뜨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불편한 바닥 생활도 마다않고 애타게 구조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주말 체육관에 있게 된 한 초등학생은 어른들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말없이 옆에 누웠다.
▲ 괜찮아요,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세월호 침몰사고 18일째인 3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뜨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불편한 바닥 생활도 마다않고 애타게 구조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주말 체육관에 있게 된 한 초등학생은 어른들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말없이 옆에 누웠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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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앞 호수. 그곳은 실종자 가족이 복잡한 체육관을 벗어나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언론과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채 닿지 않는 그곳에서 혼자 앉은 이들의 뒷모습이 듬성듬성 눈에 띄었다. 무릎을 가슴으로 바짝 끌어안고 깊은 호수를 바라보는 이들. 눈물을 흘려도 남들에게는 뒷모습만 보이니 마음껏 슬픔을 쏟아낼 수 있는 곳이다.

가까이에 단원고 실종 학생 어머니로 추정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다가가 음료수를 건네자 아주머니가 거절하며 말했다. "이제 안산 가요."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건네는 그 말은 아이를 찾았다는 뜻으로 들렸다.

카메라 세례를 피할 수 있는 샤워실도 실종자 가족의 몇 안 되는 쉼터다. 샤워실 내 작은 탈의실에는 은박 돗자리가 깔려있다. 이곳은 실종자 가족이 카메라 세례를 피해 편히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곳이다.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봉사를 마치고, 샤워도구를 챙겨 탈의실에 들어가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급히 그곳을 나왔다.

다른 자원봉사자 역시 "새벽 시간에는 (실종자 가족인) 중·고등학생들이 와서 많이 운다"라고 말했다. 탈의실에 주저 앉아 우는 청소년 또래를 보고 급히 샤워실 문을 닫았다가, 몇 시간 뒤 다시 샤워실을 가니 이번에는 다른 청소년 또래의 여자아이가 울고 있어 또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였다. 샤워실에서 만난 한 실종 학생 어머니는 "아이가 목욕을 좋아했다"라면서 "이제 씻을 때마다 보고 싶을 텐데 어떡해야 하냐"라고 눈물을 보였다.

마음을 여는 시간, 새벽

고요한 새벽 시간은 실종자 가족이 유일하게 봉사자에게 마음을 여는 때였다. 내내 앉지 못하고 서있는 봉사자들에게 의자를 건네주기도 하고 말 없이 손을 잡아주고 가는 고령의 할머니도 있었다. "못 자서 어떡해.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말하며 영양음료를 권하는 할머니도 있었고 "괜찮아요, 제가 버릴 게요"라며 본인 쓰레기 분리수거를 손수 정리하고 간 단원고 실종 학생 어머니도 있었다. "그래도 봉사자들 때문에 편하다, 봉사자가 없으면 우리가 어떻게 지내냐"며 감사를 표한 실종자 가족도 있었다.

새벽 1시. 체육관 출입구 쪽에서 가늘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본부 직원이 희생자의 인상착의가 적힌 A4용지를 게시판에 붙이기 위해 테이프를 뜯는 소리였다. 오늘은 4개. 몇 개 붙지 않았다. 죽은 듯이 자던 실종자 가족이 하나 둘 잰 걸음으로 달려 나왔다.

"다 나가라"는 말에 고개를 숙이다

4월 24일 오후 10시 경 실종자 가족 일부가 진도 체육관에서 GO발뉴스-팩트TV 합동 생방송을 보고 있다. 생방송은 팽목항에서 열린 실종자 가족 대표 일부와 대책 본부의 대화를 생중계한 것으로, 체육관에 남아있던 실종자 가족이 대화 내용을 시청하고 있다. 당시 YTN은 이 시각 팽목항 상황을 전하지 않았다.
 4월 24일 오후 10시 경 실종자 가족 일부가 진도 체육관에서 GO발뉴스-팩트TV 합동 생방송을 보고 있다. 생방송은 팽목항에서 열린 실종자 가족 대표 일부와 대책 본부의 대화를 생중계한 것으로, 체육관에 남아있던 실종자 가족이 대화 내용을 시청하고 있다. 당시 YTN은 이 시각 팽목항 상황을 전하지 않았다.
ⓒ 박정헌(위), GO발뉴스-팩트TV(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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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저녁. "잠시만 다 나가주세요." 실종자 가족 대표가 단상 위에서 지시했다. 긴급하게 실종자 가족끼리 회의를 한다는 것이었다. 실종자 가족인 척 들어오는 기자가 문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고 일부 의료진들도 나가야 했다. 이들은 대략 3시간 넘게 인터넷기반 보도 방송인 '고발뉴스-팩트TV'를 단체 관람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군청에서 책임자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자, 실종자 가족 대표와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는 함께 팽목항으로 가서 담당자를 만났다. 체육관에 남은 가족들은 담당자와의 대화를 '고발뉴스-팩트TV'를 통해 생중계로 관람하며 대책을 마련하는 듯 보였다. 실종자 가족이 움직인 이유는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왜 잠수부가 2명밖에 들어가지 않았는지"를 추궁하고 "더 많은 민간 잠수사 투입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이건 아니지!" 앉아서 생중계를 시청하던 실종자 가족이 하나 둘 일어났다. 이해할 수 없는 해양경찰청장의 해명에 이들 역시 직접 팽목항으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몸에 담요를 몇 겹 씩 뒤집어쓰고 운동화를 고쳐 신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보 울지 말고, 담요 가져갈게." 한 실종 학생 아버지는 이미 팽목항에서 울음을 터뜨린 아내와 통화한 후, 아내 몫의 담요를 왼쪽 어깨에 가득 메고 체육관 밖으로 급히 뛰어나갔다.

왼쪽에선 YTN 뉴스가 흘러 나왔다. '사진 작가 아해는 누구', '촛불 집회 이어져' 등 며칠째 보도한 기사를 반복해서 내보냈다. 지금 이시각 팽목항 현장의 긴장과 고통은 보도되지 않았다. 새벽 시간이 깊어지자 이내 뉴스는 희생자의 신상 정보로 채워졌다.

언론윤리는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

일을 마친 뒤 다른 자원봉사원들과 함께 휴식을 취했다. 그때 한 친구가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열심히 적었다. "제가 칼럼을 쓸 건데 인상 깊은 장면 좀 말해줄래요?"라고 말하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니 사복 기자가?" '기자'라는 단어에 봉사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23일 오후 6시. 한 남성이 나체로 체육관 단상에서 출입구를 향해 돌진했다. 복도를 배회하던 카메라 기자들이 일제히 플래시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실종학생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이 급히 모포로 남성의 나체를 덮었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는 학부모에게 주변 기자들은 "저 사람이 학부모인지 아느냐"고 물었다가 "엔간히 좀 해라", "어디 구경났냐"는 등 피해자 가족의 원성을 샀다.

실종자 신상 정보가 붙은 게시판에는 '개별 사진 촬영 금지', '언론사 보도 자제 요청'이라고 쓰인 경고문이 있지만 유명무실했다. KBS의 한 카메라 기자가 게시판을 촬영하기에 "사진 촬영 금지인데 왜 찍느냐"고 물으니 "개별 신상을 찍는 게 금지인 것 아니냐"며 "전체적으로 모여있는 모습은 괜찮을 것 같아서 찍었다"고 대답했다. 외신들이 많이 출입함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쓰인 사진 촬영 경고문은 없었다. 러시아 스태이트 텔레비전(Russian State Television), NBC 등 외신에선 촬영 금지 구역을 샅샅이 촬영했다.

혼자 정든 가족 사라질 때 비로소 안심

'세월호 침몰사고'로 수학여행길에 오른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28일 단원고 1·3학년 학부모들이 진도군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단원고 1·3학년 학부모 22명은 이날 2시 30분께 '단원고등학교'라고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진도군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 이들은 체육관 바닥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수학여행길에 오른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28일 단원고 1·3학년 학부모들이 진도군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단원고 1·3학년 학부모 22명은 이날 2시 30분께 '단원고등학교'라고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진도군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 이들은 체육관 바닥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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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활동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몇몇 가족은 우리보다 먼저 진도 체육관을 떠났다. 그들 자리에 놓인 건 옷가지와 이불이 전부였다. 먼저 건네는 말이 불편할까봐 쓰레기를 치우고 체육관 바닥을 닦으며 혼자 정 든 가족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떠나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건 망부석처럼 남아있는 가족의 뒷모습이었다.

우리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이번 사태를 겪은 가족들은 이곳을 떠나더라도 평생 고통을 가슴에 품고 살 것이다. 진도 밖 풍경은 봄을 지나 어느새 쨍쨍한 여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계절의 변화를 입에 담지 않았다. 우리의 시간은 진도에 머문 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태그:#진도체육관, #진도, #체육관, #세월호,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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