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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한 뒤 가족대책본부 천막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 진도 팽목항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한 뒤 가족대책본부 천막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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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 '개판'인데, 박근혜 지지율은 왜?' 기사를 준비하면서 충분히 논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읽는 분들이 불편해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당연히 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틀 뒤 나온 대통령 지지도 71%는, 나에겐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었다. 몇몇 누리꾼들의 지적처럼 여론조사 기관의 의도적 왜곡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도 해보았다. 그러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공개된 여론조사 자료에선 왜곡의 증거를 찾아낼 수 없었다.

앞선 기사를 읽고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이들이 가장 많이 제시한 건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아서 국민 전체의 여론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지지도 71%를 기록했던 4월 셋째 주(여론조사 보고서 2014.4.14.∼4.18.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5.9%에 불과했다. 그러나 2511명에게 전화를 해서 5.9%에 해당하는 149명만 여론조사에 응했다는 것은 아니다. 애초 설정한 응답자(2500명)에 근접할 때까지 전화를 계속해서 2511명의 응답을 얻어 여론조사가 끝난 것이며, 실제 전화를 한 횟수는 유·무선을 합쳐 12만6357회다. 이중 연결 후 거절과 연결 후 응답완료 비율을 합쳐 5.9%라는 것이다.

또 다른 논란은 연령대별 표본의 크기다. 실제 이 조사에서 20대 이하는 171명, 30대는 173명, 40대는 344명, 50대는 759명, 60대 이상은 1064명이 여론조사에 응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관이 응답자의 숫자를 임의적으로 정했다고 볼 수 없다. 계획에는 19~29세 444명(17.8%), 30대 487명(19.5%), 40대 543명 21.7%, 50대 491명(19.6%) 60대 이상 535명(21.4%)으로 연령대별 편차가 크지 않다.

여론조사가 왜곡됐다는 의혹은 20~30대가 전화 통화가 되지 않거나 여론조사를 거부해서 생긴 편차를 여론조사 기관의 음모로 봤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선 연령대별 응답자 편차를 바로잡기 위해 가중치를 적용하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연령대별 차별을 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여론조사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응답자 2511명의 데이터베이스가 밝혀지지 않는 이상 누구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는가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또 연령대별 편차를 줄이기 위해 가중치를 부여하지만 응답자가 적을수록 오차범위가 커질 위험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전화를 끊어버린 사람 모두가 대통령 지지율 71%와 반대 의견을 가졌다고도 볼 근거도 없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이틀 뒤 대통령 지지율 71%를 두고, 음모론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지율 71%, 비판의식 결여와 정치 혐오 부산물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침몰희생자들의 추모하는 조형물 <못다핀 꽃>에 한 어린이가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 간절한 마음 보태는 어린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침몰희생자들의 추모하는 조형물 <못다핀 꽃>에 한 어린이가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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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대통령의 지지율 71%는, 여론조사 기관의 음모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응답율 5.9%가 보여주듯 '시민들의 정치 혐오와 무관심'이 빚어낸 것 결과라는 점이다. 대참사 앞에서 '유족충', '시체장사' 등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용어와 '종북'이라는 단어로 정권의 무능을 덮으려는 음모. 그 가운데 나타난 대통령 지지율이 71%는 국민들의 비판의식 결여와 정치 혐오가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죽어간 아이들, 살아 있는 아이들에게 기성세대가 잘못을 빌어야 하는 것은 이점이다.

세월호 대참사 앞에서 기성세대들의 반성이 줄을 잇고 있다. 생환의 희망을 버리지 말자며 노란 리본을 달고, 아이들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페이스북 등에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연일 늘고 있다. 한편에선 성금을 기탁하고 추모 노래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자연스럽고도 고마운 행렬이다. 정권이 참사 가족에게 희망이 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국민들이 그들에게 어깨를 걸고 손을 맞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지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참사 발생 15일께를 기점으로 생환의 희망을 이야기하던 많은 매체들이 추모로 중심을 옮겨갔다. 한쪽에선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생환의 염원이 추모의 마음으로 바뀌고 십시일반 성금이 모아진다고 해도 세월호 참사 전의 세상과 참사 후의 세상이 같다면 기성세대가 흘린 눈물과 반성의 다짐은 헛된 맹세에 불과하다.

우리는 벌써 이런 종류의 경험을 한 적이 무척 많다. 2009년 용산참사 발생 후 국민들이 해야할 일은 정권의 살인진압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강제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흘린 눈물만큼 분노는 모아지지 않았다. 또 정권을 향한 규탄의 목소리는 함성이 되지 못했다. 그 결과, 살인진압의 책임자였던 사람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됐고, 망루에 올라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본 아들은 처벌을 받았다.

무능하고 거짓된 정권은 국민이 단죄해야 한다

침몰을 대참사로 키운 정부의 무능을 두고, 추모를 우선하자는 건 무능한 정권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문객이 조문객인 대통령을 위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이해 못할 조문, 참사 이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반복된 거짓 해명의 책임을 묻지 않고, 아이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건 공허한 메아리나 다름없다. 300여 명이 죽어간 대참사 앞에서 국민은 정권에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분노가 불신임으로 표출되어야만 정권은 국민 무서운 줄 안다.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쳐 48%를 기록했다고 한다. 당연한 현상이다. 정권이 무능하고 거짓되면, 국민들은 진보나 보수를 떠나 지지를 철회하고 규탄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민심이 정권에 올바르게 전달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정치로 선동하여 박근혜 정부를 흔드는 것이다.' 간혹 정권을 행한 모든 의혹을 '선동'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람들을 만난다. 정권을 비판하면 '종북'이라고 대놓고 험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생각에서 보면 나의 주장은 '선동'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어린 딸 셋을 둔 아버지인 나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하루하루가 힘겹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청계천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귀환을 위한 국민촛불 집회에 한 참가자가 세월호 선내 방송을 뜻하는 '가만히 있으라' 손피켓과 국화꽃을 들고 있다.
▲ "가만히 있으라" 지난 3일 오후 서울 청계천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귀환을 위한 국민촛불 집회에 한 참가자가 세월호 선내 방송을 뜻하는 '가만히 있으라' 손피켓과 국화꽃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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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아이들 소식을 내 아이들과 같이 보고 들어야 하는 고통은 나만 겪는 일도 아닐 것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무능하고 거짓된 정권을 국민이 나서서 단죄해야 한다고 말하는 내가 선동을 하는 것이라면... 그래 그렇게 낙인이 찍힌다 해도 계속 하려고 한다. 내 입장에서 이것은 선동보다는 내 아이를 지켜내기 위한, 딸 셋을 둔 아버지의 처절한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됐던 히틀러의 탄생은 독일의 국민 절대 지지로 이뤄졌다. 히틀러는 수상이 된 지 3주만에 98%의 지지율(개인지지율)을 기록했다. 세계는 전쟁터가 되었고 독일은 끝내 전범국이 되었다. 최근 일본 아베 총리의 행보 또한 일본 국민들이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우리는 가끔 이런 독일 국민의 잘못을 논하고 일본 국민의 아베 정권 절대 지지를 비판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상황도 외국인 시각에서 보면 전혀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바닷속에 갇혀 있다. 황금연휴에 엄마 아빠의 손을 잡지 못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휴가조차도 죄스럽다. 세월호 참사에서 박근혜 정권의 그 어떤 역할도 더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정권은 무능과 거짓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죄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국민의 한사람으로,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이것이 죽어간 아이들을 위한 나의 추모사이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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