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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평균기온이 20세기 말보다 2℃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부터 식량생산량 감소, 육상 및 담수종의 멸종위험 증가, 연안 홍수로 인한 토지 유실 등 우리 생활 전반의 위험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기후평가(NCA)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이미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재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올해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발간하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5차 보고서'가 최종 마무리된다.

이와 관련 최근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 서해엽 사무관을 만나 기후변화의 세계적 대응 추세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서해엽 사무관은 기후변화 적응에서 리스크 관리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국내 실정에 맞는 부문별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정부-전문가-시민단체 등 적응주체들 간의 충분한 사전검토 및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해엽 사무관은 기후변화 적응에서 리스크 관리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국내 실정에 맞는 부문별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정부-전문가-시민단체 등 적응주체들 간의 충분한 사전검토 및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온케이웨더 정연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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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CC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를 말합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고자 UNEP(유엔환경계획)와 WMO(세계기상기구)가 1988년 공동으로 설립해 현재 195개 회원국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생산하는 단체인 만큼 기상, 해양, 농업, 보건, 생태, 경제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는 3000여 명의 각국 과학자들로 구성됐습니다. 기후변화 전망이나 사회경제적·자연적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제시하는 등 기후변화협상을 과학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요.

1명의 의장과 3명의 부의장 등 31인으로 된 의장단과 3개의 실무그룹 및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담당하는 1개의 TF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실무그룹은 각각 기후변화의 과학적 이해,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 온실가스 감축과 사회경제적 비용 편익분석 등을 맡고 있고요."

- 최근 38차 IPCC 총회에 참가하셨는데 어땠나요?
"이번 총회는 실무그룹2(=WGⅡ)가 담당하는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5차 평가보고서의 승인을 위한 회의였습니다. 118개국에서 온 450여 명의 정부대표단들이 참가해 보고서 내용 검토 및 승인이 이루어졌는데요. 보고서의 전체 분량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요약 보고서인 SPM을 중심으로 정밀한 검토(line by line)가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3월 25일부터 29일까지 열렸던 총회기간 중 정시에 마친 첫날을 제외하고는 새벽까지 검토회의가 계속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날 밤을 꼬박 새우고 이튿날 오후 3시를 넘기고서야 총회가 폐막됐지요.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피로를 느낄 만한 일정이었음에도 참가국들 모두 지친 기색 없이 회의에 참여하는 모습, 특히 회의기간 내내 시종일관 냉철하게 이끌어가는 의장단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 군소도서국들의 경우 기후변화 영향의 심각성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반면, 선진국들은 객관적 근거를 내세우며 심각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을 경계하는 입장을 취하는 등 총회기간 내내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 이번 5차 보고서가 4차 보고서(2007년)와 다른 점은?
"4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취약성 관점에서 주로 기술된 반면, 5차 보고서는 광범위한 과학·기술·사회경제적 관련 문헌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의 위험 관점에서 기술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이는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면을 인류 안보를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적절한 관리와 적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이번 5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양상과 잠재적 편익, 적응과 완화를 통한 위험 관리에 대해 기술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미래 평가의 경우 부문과 지역별 평가를 세분화했으며, 미래 기온 상승(2℃· 4℃)에 따라 적응 효과를 위험 지수로 정량화하여 정책결정자들에게 적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 위험을 관리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적응 대책들을 4차 보고서에 비해 보다 상세히 기술하고 있으며 더불어 효과적인 적응 원칙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 5차 보고서는 어떤 일정을 거쳐 모습을 드러내나요?
"IPCC 산하의 세 개의 실무그룹이 각각 소관 주제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실무그룹1의 경우 작년 9월에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전망에 관한 5차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3월 총회에서 발표된 것이 실무그룹2의 기후변화 영향, 적응 및 취약성에 관한 5차 보고서입니다. 또한 지난달 7일~15일, 독일에서 개최된 39차 총회에서 실무그룹3의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5차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지금까지 3개의 보고서가 나온 것인데 일부 수정을 거쳐 올 10월경 3개의 보고서를 종합한 종합보고서(synthesis report)가 발간될 예정입니다. 물론 그 종합보고서는 검토 및 승인을 위한 총회를 거칠 것이고요."

- 3월 총회 때 발표된 실무그룹2 보고서의 주요 논의점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개도국, 최빈국들을 중심으로 그 심각성을 강조하려는 의견이 많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 협상무대에서 활용될 것이며, 심각성이 보다 강조되고 있는 것은 선진국의 지원을 요구하는 데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역별 기후변화 리스크 파트를 논의할 때에도 자국의 위험사례를 포함하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도서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위험을 다루는 내용에 자국들을 포함시킬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 키워드는 '기후변화 리스크(risk)'이며 적응을 통해 이러한 리스크가 감소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제시한 것 또한 이번 보고서의 중요한 결실입니다. 리스크는 쉽게 말해 태풍·폭우 등의 극한기상 현상에 따른 위해(hazard), 노출, 취약성 등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며, 인류 사회와 경제시스템에 영향(impact)을 주고 기후시스템에도 영향을 준다는 상호 관련성에 대해서도 장시간 토론이 있었습니다.

5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그 영향을 저감하고 인류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경로로서 '기후변화회복경로'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끝을 맺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자발적 적응노력을 강조하는 것이 개도국이나 최빈국에 대한 지원에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 5차 보고서의 정책적 시사점은 무엇인가요?
"5차 보고서의 키워드는 기후변화 리스크입니다. 기후변화 적응 정책이 그간 영향·취약성 중심의 적응에서 리스크 관리 중심의 적응으로 정책방향이 변화해야 함을 시사한 것이죠.
4차 보고서보다 발전된 것은 효과적 적응원칙을 보다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동편익에 기반을 둔 적응정책의 강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적응, 적응과 완화정책의 연계고려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원칙들은 국내 적응정책 발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보여지네요.

또한 이번 보고서는 온난화로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시대(1850~1900년) 대비 2℃ 상승하는 경우 생물종 멸종, 해수면 상승, 식량부족 등 전 지구적 위험이 심각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적응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매우 중요함을 의미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의 지역별, 부문별 리스크들이 과학적으로 제시됨에 따라 향후 국제 기후변화 협상에서 개도국, 최빈국들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녹색기후기금 조성 논의 및 개도국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활성화, 해외 적응사업시장에 국내 기업들의 진출 등이 활발히 이뤄지는 계기로 삼을 전략이 필요하겠습니다."

- 향후 기후변화 정책의 초점은 어디에 두게 되나요.
"범정부 차원의 적응 추진을 위한 제2차 국가기후변화 적응대책이 2016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올해와 내년은 이러한 국가대책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하반기부터 새로운 국가적응대책 수립을 위한 준비가 본격 착수 될 것인데 이번 5차 보고서에서 제시된 적응분야의 최신 국제경향을 상세히 분석해 국내 적응대책 수립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적응에 있어서는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국내 실정에 맞는 부문별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정부-전문가-시민단체 등 적응주체들 간의 충분한 사전검토 및 합의 도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해엽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 사무관
 서해엽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 사무관
ⓒ 정연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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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엽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 사무관
주요 약력】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졸업 ▷現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 사무관 ▷前 국토환경정책과 사무관 ▷前 환경부 화학물질과 사무관

현 담당업무】
▷국가 기후변화적응대책 수립 및 운영 ▷민간부문 기후변화적응 지원 ▷IPCC 등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국제업무 등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기후변화, #IPCC 5차 보고서, #기후변화 적응, #리스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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