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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가 지난 15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끔 일본 헌법 9조에 대한 기존 정권의 해석을 바꾸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헌장에서 전쟁불법화(무력사용금지)의 예외로 인정되는 권리다. 아베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계획의 공식화는 앞으로 일본이 유엔의 사전 승인이 없이도 전쟁을 수행하는 나라가 될 것임을 일본 국민과 전 세계에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무엇인가

유엔헌장 2조 4항은 전쟁의 불법화(무력사용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엔헌장 51조는 "유엔헌장의 어떤 규정도 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해놔 무력사용 금지의 예외로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고 있다.

여기서 개별적 자위권은 외국의 급박하고 부정한 공격에 대해서 자신을 방어하는 권리를 말한다. 집단적 자위권은 다른 나라가 공격을 받은 경우 자신이 공격을 받지 않아도 이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격받은 나라(피공격국)를 원조하고 방위하는 권리를 일컫는다.

자위권(개별적 및 집단적 자위권)은 무력사용금지 원칙(유엔헌장 2조 4항)의 예외로 유엔안보리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자위권은 유엔안보리의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의 임시적 조치이며 유엔 안보리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또한 자위권은 무력 공격이 실제로 일어나고 피공격국이 요청해야 발동될 수 있다.

집단적 자위권은 피공격국을 방어하는 데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모든 나라에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집단적 자위권은 무력사용금지의 최소한의 예외이기 때문에 피공격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거나 정치적으로 밀접해, 피공격국의 독립과 안전이 자신의 독립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나라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집단적 자위권과 집단적 방위의 차이

아베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계획의 공식화는 앞으로 일본이 유엔의 사전 승인이 없이도 전쟁을 수행하는 나라가 될 것임을 일본 국민과 전 세계에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아베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당시 모습.
 아베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계획의 공식화는 앞으로 일본이 유엔의 사전 승인이 없이도 전쟁을 수행하는 나라가 될 것임을 일본 국민과 전 세계에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아베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당시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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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자위권과 집단적 방위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헌장에서 인정되는 주권국가의 법적 권리다. 반면 집단적 방위는 한미동맹이나 미일동맹, 나토(NATO) 등의 동맹 회원국들이 집단적으로 수행하는 방위를 일컫는 말이다.

한미 또는 미일, 나토 등의 동맹은 회원국들간의 지리적 인접성 및 정치경제적 연관성과 무관하게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의 일환으로 창설된 것이다. 일본이 행사하겠다는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에 의한 집단방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유엔헌장 51조가 규정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과는 다르며 그에 위배된다.

유엔헌장 51조에 의거한 집단적 자위권은 미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을 만큼 지리적으로나 특수한 사정으로 긴민할 경우에만 인정되지만, 미일 관계는 이러한 관계를 총족시키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집단적 자위권이 엄격히 적용되는 대신 실제로는 유엔안보리의 사전승인을 피해 집단적 방위를 수행하기 위한 명분(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그동안 미국이나 구 소련,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들에 의해 유엔의 통제를 받지 않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간섭하는 명분으로 악용되거나 남용돼 왔다.

냉전시대 집단적 자위권이 발동된 사례는 모두 13건에 이르는데 사후 유엔총회에서 불법적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규탄된 것이 다섯 건이며, 나머지도 적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군사대국화를 향해 질주해 온 일본이 미국이라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서 이제 집단적 자위권의 악용 또는 남용의 대열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아베가 말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본질은...

유엔헌장 상 '집단적 자위권'은 회원국의 권리로 돼 있지만, 전범국가로서 응징을 받은 일본은 평화헌법(9조)에 따라서 집단적 자위권이 금지되고 있다. 일본 헌법 9조 1항은 국제분쟁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 또는 무력행사의 영구적인 포기를 규정하고 있고, 2항은 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 보유와 교전권을 금지하고 있다.

1981년에 스즈키 내각은 "헌법 9조가 허용하는 자위권 행사는 일본을 방위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는 그 범위를 넘기 때문에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정부답변서를 채택했다. 역대 일본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이 위헌이라는 위 해석을 계승해오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 가능하다는 식으로 평화헌법을 재해석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베의 헌법 재해석은 아베 개인을 헌법보다 상위에 놓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일본 평화헌법 9조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치로 일본 내에서는 '법치주의 포기' 또는 '파시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아베가 예시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사례들을 보면, 유엔헌장 51조에 규정된 집단적 자위권으로 인정될 수 없다.

지난 5월 15일 아베에게 제출된 '안보의 법적 기반 재축을 위한 간담회'(총리 개인 자문기관) 보고서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 사례로 ① 공해 상의 미 해군 함정의 방어 ② 미군을 향해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의 요격 ③ 일본 주변의 유사사태 때 외국 선박의 강제검사 ④ 미국이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 대미지원 ⑤ 일본 함선의 항해에 영향을 주는 해역의 기뢰제거 등 다섯 가지가 제시돼 있다.

'공해 상의 미 해군 함정의 방어'나 '미군을 향해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의 요격'은 미국이 선제공격을 하지 않았는데 미 해군 함정을 공격하거나 미군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나라가 지금까지는 없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사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일본의 독립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므로 집단적 자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해 상의 선박의 강제검사'는 항해의 자유를 보장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선박의 강제검사는 교전국일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교전권을 부인하는 일본헌법에도 위배된다. 또 다섯 번째로 제시된 사례 ⑤의 '기뢰 제거'는 현행 자위대법('해상경비행동'에 관한 규정)으로도 대처 가능한 개별적 자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집단적 자위권과는 무관하다.

이처럼 아베가 예시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 사례는 집단적 자위권과 무관하다. 그런데도 이를 굳이 집단적 자위권으로 연결 시키는 것은 일본 방위와 무관한 무력행사(패권행위)를 합법화하고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일본의 침략행위에 대한 일본과 세계의 반발 여론을 회피하려 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담긴 미국의 뜻

미국은 대북 전쟁과 대중국 봉쇄에서 일본 자위대가 전투부대로서 참여하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명실상부하게 구축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당시 모습.
 미국은 대북 전쟁과 대중국 봉쇄에서 일본 자위대가 전투부대로서 참여하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명실상부하게 구축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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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야망은 사실은 미국의 뜻이다. 갈수록 힘이 부치는 미군은 세계 최고 수준의 막강한 현대적 전력을 가진 자위대가 극동지역은 물론 아시아태평양지역, 나아가 지구적 수준에서 자신의 전쟁 수행에 일본이 함께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대북 전쟁과 대중국 봉쇄에서 일본 자위대가 전투부대로서 참여하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명실상부하게 구축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 주변사태법 등에 의하면 자위대는 교전 중이 아닌 미군함정에 대해서 공해(다른 나라 영해가 아닌)상에서만 보급품을 지원하게 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공해에서 미군함정이 공격받을 시 자위대가 군수지원은 물론 공동방어에 나서주길 바란다.

또한 한국 영해에서 해상자위대가 대잠수함전이나 기뢰제거 작전을 벌여줄 것을 바란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한국에 있는 미군 가족 및 미국인들을 일본으로 안내해줄 것을 바란다. 뿐만 아니라 대북한 점령을 목표로 하는 미국은 대북한 안정화작전 시 북한 지역에 자위대가 파견돼 무장해제 그리고 재건사업을 벌여줄 것을 바란다.

이런 자위대 역할은 한국 정부를 견제하면서 북한 지역에 미국의 주도권을 보장하는 데 기여한다. 또 미국은 자위대가 한국군과 대북한 MD공동작전(탐지-식별-결심-타격)체제를 갖춰줄 것을 바란다.

그런데 이런 대북 전쟁수행에서 한미일연합작전 체제는 그대로 대중국 봉쇄망 구실을 하게 된다. 물론 한·미·일 각국 군대의 보유 전력이나 무기운영능력, 정보능력, 지리적 위치 등의 차이에 의해서 대중국봉쇄에서는 대북전쟁수행과는 다른 역할이나 임무가 각기 군대에 주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북전쟁을 상정한 한·미·일연합작전은 대중국 봉쇄 연합 작전 기능도 수행할 것으로 봐야 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북한이나 중국 등을 상대로 미군과의 연합전투임무를 수행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일본의 군사전략은 당연히 공격적인 것으로 바뀌고 자위대는 공격적인 장비로 무장하게 된다. 자위대의 역할로서 일본의 2010 방위계획대강이 '동적방위력'을, 2014방위계획대강이 '합동기동방위력'을 표방한 것은 해·공군력의 통합운영을 통해서 먼 거리의 적을 기습 공격해 승리하는 기습 공격전력을 갖춘다는 것을 말한다.

2014 방위계획대강에 '적기지를 (선제)공격한다'는 적기지 공격론을 명시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일단 이는 미국의 반대로 채택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해병대 기능을 가진 부대를 창설하기로 했다. 또 탄도미사일과 항공모함을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을 갖추고 있어 자위대가 영국군이나 러시아군, 프랑스군을 능가하는 공격 전력을 갖추는 것은 시간문제다.

동북아 재앙이 예상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지역에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함께 한·미·일 동맹이 본격적으로 구축되면 그렇지 않아도 공격적으로 바뀌는 남한의 대북군사전략이 더욱 공격성을 띠게 될 것이다. 이후 예상되는 전개는 다음과 같다.

한국군은 대중 봉쇄를 자신의 직접적인 임무로 추가한다. 가령 한국형 MD(KAMD)는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요격 역할에 그치지 않고 주일미군기지나 미국 영토로 향하는 북한 및 중국의 중장거리미사일을 탐지하고 식별하며 요격하는 역할로 확대된다.

그에 따라 한국군의 작전 범위는 한반도에서 중국 본토, 중국 연안,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으로 확장되고 미사일이나 구축함·전투기·레이더 등 중국 영역에 대한 작전이 가능한 무기체계 위주로 장비가 바뀌게 된다. 군사전략 또한 한반도 영역을 넘어 주변국들에 대한 공격전략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에 따라 한국의 국방비는 계속 팽창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은 미국 및 일본과 한편이 돼 북한, 중국, 러시아 등과 대립하는 새로운 냉전을 맞게 되며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서 평화통일 전망은 요원해지게 된다. 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필수적인 동북아시아 지역의 집단안보는 꿈조차 꿀 수 없게 된다.

한국은 대북전쟁 수행을 위해 해상자위대의 대잠수함전 능력, 자위대의 정보력, 각종 무기 및 부품에 의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대일 군사적 종속이 불가피하다. 반면,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미군과의 연합작전이나 한국군과의 연합작전태세를 갖추게 되면 한반도에의 군대파병이라는 오랜 꿈을 다시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북한과의 전력 균형을 위해서 필요악이긴 하지만 일본과 남한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남한의 전력은 북한의 공격을 막아내고도 남을 정도로 우위에 있고, 나아가 중국 등 주변국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정면에서 위협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결코 용인돼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박기학 기자는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집단자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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