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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투표율은 잠정 56.8%로 집계됐다. 기대를 모았던 60% 투표율의 벽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투표율은 제1회 지방선거에서 68.4%를 기록한 뒤로 지방선거 역사상 16년 만에 역대 최고치다. 세월호 참사 속에서 '정권 심판론'과 '정권 옹위론'이 첨예하게 맞붙었던 이번 선거에서 여야는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1. 투표율 분석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잠정 투표율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4129만6228명 중 2346만4573명이 이번 선거에 참여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총 유권자 154만9440명중 101만6592명이 참여해 65.6%로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곳은 대구광역시로 총 유권자 201만2579명 중 105만3069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52.3%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에 이어 제주가 총 유권자 46만7182명 중 29만3343명이 참여해 62.8%를 기록했다. 대구 다음으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지역은 경기도로 총 유권자 967만9317명 중 515만9132명이 투표해 53.3%의 투표율을 보였다.

접전지역의 투표율은 대개 평균 이하를 밑돌았다. 경기(53.3%), 부산(55.6%), 충남(55.7%)이 평균 이하였고, 강원(62.3%), 충북(58.8%)은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의 경우 서울은 58.6%로 평균치보다 1.8%포인트 높았으나 경기(53.3%)와 인천(53.7%)은 평균을 밑돌았다. 전체 평균 투표율보다 투표율이 낮은 지역은 부산(55.6%), 대구(52.3%), 인천(53.7%), 대전(54.0%), 울산(56.1%), 경기(53.3%), 충남(55.7%) 등 7곳이었다.

지역별 투표율을 분석해보면 접전지역 가운데 유독 강원도의 투표율이 눈에 띈다. 강원지역에서 최문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선거를 도운 진선미 의원은 "62.3%의 투표율은 강원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의 조직 동원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탓이 아닌가 싶다"며 "세월호 참사가 강원도에서는 보수 표 집결현상을 부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강원지역의 경우 9곳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전부 새누리당 소속이고, 이들이 사력을 다해 조직 표를 모으고 있다는 후문이 있었다. 진 의원은 "9명의 강원지역 의원들이 똘똘 뭉쳐 표 몰이에 나섰다고 들었다"며 "지역구 국회의원 1명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조직적으로 열세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강원도의 경우 4일 자정을 넘으면서 최문순 새정치민주연합 강원지사 후보가 근소한 차이를 유지하다가 최홍집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와 엎치락 뒷치락 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서울 강남3구 투표율 59.5%...평균보다 높아

최대 승부처 수도권 가운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은 서울시의 경우 투표율은 58.6%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시내 25개 구 가운데 8곳은 투표율이 6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텃밭으로 알려진 강남3구의 투표율은 59.9%로 평균보다 높았다. 서초구는 61.6%, 송파구는 60.3%, 강남구는 57.8%를 각각 기록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지역구였던 동작구의 경우 61.7%로 서울시내 최고의 기록을 세웠고, 뒤이어 마포구 60.9%, 노원구 60.4%, 양천구 60.3%, 서대문구와 구로구 각각 60.0%의 분포를 보였다. 중랑구(53.8%), 강북구(54.7%), 광진구(55.1%), 금천구(55.6%), 은평구(56.4%) 등은 평균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가 대거 집중돼 이번 선거에서 상당히 주목받았던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경우 투표율이 47.8%에 불과해 전국에서 두번째로 낮은 경기도의 평균 투표율 53.3%보다도 5.5%포인트나 더 낮았다.

안산 단원구는 전체 26만1100명의 유권자 가운데 12만4892명이 투표해 참여했고, 경기도에서 유권자 15만2304명 중 7만250명이 투표한 부천 오정구(46.1%) 다음으로 투표율이 낮았다. 이 같은 선거결과에 대해 정치평론가들은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안산 단원구 주민들이 이번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6.4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30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3동 주민센터에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 6.4지방선거 사전투표 실시 6.4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30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3동 주민센터에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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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전투표... 앵그리 맘보다 20대 군인의 선택

이번 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사전 투표제가 실시된 선거였다. 이번 사전투표는 지난달 30일과 31일 양일간 실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사전투표가 투표율을 3%p 높이는 결과를 부를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 약 2.9% 포인트 투표율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20대의 사전투표 참여율은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세대별 분석에 따르면, 20대(19세 이상 포함)가 15.97%(116만7872명)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60대가 12.22%(55만8223명), 50대가 11.53%(93만9274명), 70대 이상이 10.00%(43만6989명)로 각각 뒤를 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초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40대 '앵그리 맘'들이 투표장으로 대거 몰려나올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사전투표에는 이 같은 예측이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사전투표에 몰린 20대도 대개 군 복무자의 투표 참여인 것으로 분석돼 사전투표에서 커다란 이변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평이다. 투표율을 약 3%포인트 올렸다는 분석은 있어도 선거판 전체를 흔들었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선거 연휴를 앞두고 적극적 투표의사가 있었던 유권자들이 선거휴가를 즐기기 위해 서둘러 투표를 마쳤던 것으로 풀이되는 분위기다.  

이번 투표에 임한 전체 유권자 분석은 차츰 시간을 갖고 이뤄질 전망이다.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세대별과 연령별 투표율을 정확히 집계하는 데는 두 달 이상이 걸린다"며 "지역별 집계 이외의 지표는 분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상파 방송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연령별로 김진표 후보는 2030세대에게, 남경필 후보는 4050세대에게 큰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표 후보는 20대에서 71.4%, 30대에서 63.9% 지지를 받았고 남경필 후보는 40대에서 60.2%, 50대에서 77.6% 지지를 각각 받았다. 이번 지방선거 출구조사는 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국 654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투표자 16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의 신뢰도는 95% 표본오차는 시도별로 ±1.4%~2.5%포인트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근처에 마련 된 유세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삼성역 유세장 들어서는 정몽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근처에 마련 된 유세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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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제 없는 정책실종... 네거티브 극심

4년 전인 2010년 지방선거 때의 최대 의제는 무상급식이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먹이느냐 마느냐가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이라는 화두가 대두됐지만 정책이슈가 예각화 되지는 못했다.

세월호 참사로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안전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대개는 엇비슷한 공약들이 많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이 부족했다는 비판적 평가가 많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무상버스나 생활임금 등의 사회경제적 의제를 걸었으나 대중적 호응은 미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의 경우도 경전철 이슈,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조례,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인생2모작지원센터, 새로운 안심주택 8만호 공급 등의 주택정책을 발표했으나 큰 쟁점이 형성되지는 않았다.

다만, 경기도의 경우,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의 제기로 촉발된 '보육교사의 교육공무원화'는 선거 후반 정책의제로 후끈 달아올랐으나 현실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만 무성해졌다.

김 후보의 경우는 경기지역 보육교사 7만 명의 신분을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교육공무원화 하고 입법 완료 전까지 경기도 차원에서 1인당 월 1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담았다. 그러나 남경필 후보 측은 보육교사를 사립학교 교원과 같은 처우를 하기 위해선 전국적으로 8조 원, 경기도만 1조5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현실성이 없다고 공박했다.

김진표 캠프의 최재성 의원 등은 '보육교사의 교육공무원화'를 수도권 광역단체장의 공동공약화하자고 제기했으나 박원순 캠프와 송영길 캠프에서 반대해 부결되기도 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문제는 정치보다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며 "이슈 자체가 뜨거웠던 선거는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세 곳 모두 새누리당의 네거티브 전략이 극심했고 선거 막판까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후보자간 진실공방과 소송전이 격화했다.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서울 서초구 관문사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와 호국영령 천도재 및 참회 대법회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서울 서초구 관문사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와 호국영령 천도재 및 참회 대법회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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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뚜벅이 3無 선거운동과 온라인 캠페인 활성화

세월호 참사로 사실상 국상 중에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대형 유세차와 율동, 로고송 없이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시끄러운 마이크와 앰프 소리 없이 치르자던 조용한 선거는 약속대로 지켜졌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의 경우 운동화 신고 배낭 하나 둘러메고 온종일 걸어서 움직이는 '뚜벅이 선거운동'에는 많은 시민들이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승창 박원순캠프 선거총괄팀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계없이 박원순 시장 2기를 준비하는 선거운동은 유세차 없이 조용히 유권자와 만나 경청하는 방식이었다"며 "선거운동 내내 단 한 번의 네거티브 없이 조용하게 돈 안 드는 선거를 완주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초단위의 선거구도 대개 2인1조로 피켓을 들고 골목길을 누비거나 대형 유세차의 경우도 홍보물만 달고 다닐 뿐 큰 소리로 후보자 알리기에 나서지는 않았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후보의 경우 '인물 알리기'에 상당한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유권자들은 이같은 조용한 운동에 지지를 표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는 온라인 캠페인이 후끈 달아올랐다. 페이스북과 단문을 주고받는 모바일 대화방을 통한 메시지 전달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트위터가 큰 위력을 발휘했다면 이번에는 다소 긴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페이스북이나 다음 아고라가 캠페인의 주요 현장이 되기도 했다.

특히 서울교육감 선거의 경우 고승덕 후보의 친딸 캔디 고가 "내 아버지는 교육감 후보 자격이 없다"고 폭로하면서 페이스북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조희연 후보의 둘째 아들 조성훈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응원 메시지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조회수는 나흘만에 30만이 넘을 정도로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다.

오프라인 현장에서 거리유세를 직접 듣는 유권자들의 발길은 뜸해졌고 온라인 상에서 이어지는 선거 캠페인 이슈나 의제에 귀를 기울이는 유권자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태그:#지방선거, #투표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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