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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끝났다.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가.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9대 8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승리했다. 그런데 언론들은 여당이 경기, 인천, 부산에서 승리한 것을 내세워 '박근혜 눈물'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하고 있다. '여당의 무덤'인 지방선거에서 팽팽한 결과를 낸 것이 사실상 '선전'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언론의 평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당분간 '선거의 여왕'이란 타이틀을 좀 더 보유할 듯싶다.

대통령임에도 전면에 등장한 '선거의 여왕'

세월호 심판론을 넘어서 박근혜가 살아났다고 이번 6.4지방선거 결과를 정리한 <동아일보> 6월 5일자 1면
▲ 박근혜가 살았나? 세월호 심판론을 넘어서 박근혜가 살아났다고 이번 6.4지방선거 결과를 정리한 <동아일보> 6월 5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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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역풍으로 '정권심판론'에 거세게 불이 붙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10%p 이상 폭락했고, 도심 한복판에서는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타올랐다. 6·4지방선거는 촛불이 정점에 도달했을 무렵 치러졌다. 새누리당에게 여론조사 결과는 암울했다. 지는 곳은 확실히 지고 있었고, 이기는 지역은 '박빙'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성이라고 자평하던 '부산'이 박빙이었고, 크게 앞설 것으로 봤던 '경기'도 초박빙으로 전환했다. '대전'과 '세종'도 초박빙으로 나타났고, 그 와중에 '대구'도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가 40%대까지 치고 올라오는 등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무렵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내면서 눈물을 흘렸다. 새누리당은 영남을 중심으로 박근혜 눈물 사진을 들고 '도와주세요' 선거전략을 내세웠다.

선거는 끝났고 승패가 갈렸다. 부산에서 새누리당은 박빙으로 이겼다. 하지만 오거돈 후보의 선전은 놀라울 정도였다. 경기 역시 초박빙으로 남경필 후보가 승리했다. 인천광역시의 유정복 후보 승리가 예상 외였다면 대전에서 새정치연합 권선택 후보의 당선 역시 비슷하게 예상 외였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야당 후보 김부겸이 40%를 넘는 득표율을 얻은 것도 오래 회자될 수치다. '박근혜 마케팅'만 아니었더라면 부산, 대구의 야권 후보들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초박빙인 경기, 부산을 새누리당이 가져갔다. 그곳은 원래 새누리당 소속 시도였다. 마찬가지로 초박빙이었던 강원, 충북을 새정치연합이 가져갔다. 그곳 역시 새정치연합 소속 시도였다.

광역단체장에서 새누리당 대 새정치민주연합이 8 : 9라는 수치를 보였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의 눈물이 전면에 등장했고, 그 사진이 선거 막판 전국을 도배했음을 고려한다면, 새누리당에겐 여운이 남는 수치일 수 있다. 다만, 그들에게 하나의 위안이라면 친박인 유정복, 서병수의 당선일 것이다. 친박이 여전히 선거전을 주도할 나름의 근거를 확인했을 테니 말이다. 

이번 선거결과의 화룡점정은 '박원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이 5일 새벽 서울 종로5가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에게 꽃다발 대신 선물받은 신발을 목에 걸고 있다.
▲ 꽃다발 대신 신발 목에 건 박원순 당선자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이 5일 새벽 서울 종로5가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에게 꽃다발 대신 선물받은 신발을 목에 걸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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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 결과의 '화룡점정'은 박원순 압승에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 및 7선 의원인 정몽준 후보를 만난 박 후보는 '나홀로 유세'를 진행했다. 중앙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정몽준 후보는 각종 공세를 폈고, 보수언론에서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는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한 시민과의 약속을 묵묵히 지켰다. 

5일 오전 10시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56.0%의 득표율로 43.1%의 득표율을 보인 정몽준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박 당선인과 정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는 13%p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분당해 치른 지난 2006년 선거를 제외한 역대 서울시장선거가 한 자릿수의 팽팽한 접전을 보이다가 승자가 결정되었고, 특히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에는 0.6%p 앞선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었음을 고려할 때, 13%p라는 수치가 보여주는 무게는 크게 다가온다. 

광역단체장을 위시로 한 '줄투표' 양상을 보이는 지방선거 특성이 서울시 선거결과에 잘 나타났다. 서울시 25개구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20(새정치)대 5(새누리)로 새정치연합이 압승했다. 이는 지난 6·2지방선거 당시의 21대 4와 대단히 유사한 결과다. 서울시의회 결과 역시 지난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원순 후보가 아니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다.

같은 수도권이지만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기초단체장 결과를 보면 서울시 선거 결과의 의미가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 31곳에서는 새정치연합이 17, 새누리당이 12, 무소속 1이란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경기도에서 19대 10(한나라당)으로 압승한 것과 비교해봤을 때 새누리당의 약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천광역시의 기초단체장 결과는 더욱 드라마틱하게 달라졌다. 지난 6·2지방선거 당시 총 10곳 중 민주당이 7곳, 민주노동당이 2곳, 무소속이 1곳을 가져가는 등 모두 휩쓸었는데, 이번에는 새누리당 7곳, 민주당 2곳, 무소속 1곳으로 새누리당이 명실상부한 인천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송영길 새정치연합 후보가 아깝게 진 것을 고려한다면 기초단체장에서의 새누리당 압승은 놀라울 정도다.

지난 번은 안철수의 도움으로, 이번에는 자신의 힘으로

6.4지방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압승 결과로 구청장, 시의원 등을 장악하게 됐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6월 5일자 4면
▲ 박원순이 이뤄낸 서울 야당공화국 6.4지방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압승 결과로 구청장, 시의원 등을 장악하게 됐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6월 5일자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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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인의 승리가 더욱 빛을 발하는 지점은 자력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대목이다. 지난 2011년에 치러진 10·26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안철수에 대한 서울시민의 지지는 50%를 상회하는 정도였다. 이 때 박원순 역시 출마의사를 밝혔고, 안철수는 군말없이 박원순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만들기 1등 공신이 됐다. 안철수의 양보가 없었더라면 박원순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당선자는 당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이 당시 양보해줘서 당선에 큰 힘이 됐음을 밝히며 안 의원에게 정치적 빚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박원순 당선자는 올 초 안철수 의원이 독자적인 창당 과정 단계에서 '이번에는 (박원순에)양보받을 차례'라고 했다는 등의 언론 보도가 나오자,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였을 정도로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달랐다. 중화기를 앞세운 새누리당의 막강화력과 마주한 '서울대첩'에서 박 당선인은 중앙당의 화력지원 없이 홀로 싸웠고 압승을 이뤄냈다. 선거기간 중에는 서울시교육감 진보후보인 조희연 당선인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박원순 당선자의 압승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이제 그의 발언에는 기존과 다른 무게감이 부여될 것이고, 그만큼 그에게 세력이 생기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은 혈혈단신으로 서울시 압승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부 언론들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세월호 vs. 박근혜'로 몰아갈 것이다. 세월호를 더욱 강조해야 엄청난 대참사에도 불구하고 8대 9의 결과를 만들어낸 '선거의 여왕' 신화가 계속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이번 선거의 승자는 박원순 당선인이다. 그는 이견이 존재할 수 없는 결과를 그는 보여줬기 때문이다.

말투도 다른 정치인에 비해 투박하고, 세련돼 보이지 않는 외모임에도 그는 이번 선거의 상징인물이 됐다. 또 그가 새정치연합 안철수, 문재인 등 대권후보들과 새누리당의 대권후보들이 주목하는 인물이 됐음은 확실해졌다.


태그:#박원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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