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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학교 동창 스무여 명이 모였다. 순대국밥 집이다. 소주잔이 오고 갔다. 말도 오고 갔다. 말은 일상사에서 자연스레 대선 이야기로 옮겨 갔다. 친구들 중엔 농사꾼도 있었고 장사하는 사장도 있었고 의사도 있었고 평범한 직장인도 있었다.


이야기 중엔 BBK 사건도 안주로 나왔고, 이면계약서 같은 것도 안주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정동영, 이명박, 문국현 후보들도 나왔다. 그런데 한 마디로 맛이 없었다. 신남도 없었다. 답답한 안줏거리들이 단맛도 없고 소금맛도 없이 나왔다 사라졌다.


그들은 대통령이 될 사람들의 능력과 도덕성을 입에 올렸다. 특히 경제에 대해 말을 많이 했다. 한때는 운동권에서 맴돌았던 친구(지금은 장사를 함)는 이번 대선에서 기권을 하겠다고 말한다. 찍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같은 동향인 정동영 후보를 찍어야 하는데, 그는 경제적인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문국현 후보를 찍고 싶은데, 그건 사표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찍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명박 후보를 들먹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는 먹고 살만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도 은연중에 그의 경제에 대한 비전을 믿는 듯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 이야기도 한다. 그때가 서민들이 돈 제일 잘 벌었다고.


그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답답했다.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힌 것 같은 그의 모습이 어찌 그만의 모습일까 싶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 중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도덕성이 아닌 경제문제였다. 몇몇 친구가 이명박 후보의 문제점들을 지적해도 경제는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상대 후보인 정동영 후보는 경제에 대해 모른다는 것이었다. 허면 전두환씨는 경제문제 잘 알아서 서민들이 잘 먹고 살았느냐 하니 소주나 먹자 한다.


대안은 문국현인데... 그러나 아직은


같은 지역인데도 정동영 후보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다. 대체로 50대 이상은 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일단 깨끗하고 같은 동향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후보의 단점은 자신의 확실한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그래서인지 삼사십 대 연령층들은 호불호를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정책, 사람, 비전 다 좋은데 정치 생활이 너무 짧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그를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문국현이라는 이름을 잘 모른다. 그를 모르는데 그에 대해 관심을 둘 리 만무하다.


투표는 먹물깨나 먹은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시골 촌부도 하고 못 배운 사람들도 한다. 그를 아는 사람은 그를 찍겠지만 그를 모르는 사람은 그를 찍을 수가 없다. 또한, 그의 어떤 정책이나 인물됨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문 후보는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아는 사람이 늘어나고 지지율도 오를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는 걸 그는 아는지 모르겠다.


한 예를 들어보겠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가 학교에 갔다 와선 '아빠, 이명박은 얘들이 아는데 문국현은 몰라' 한 적이 있다. 투표권도 없는 초등학생의 이야기가 뭐 그리 중요한가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어디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이름을 듣겠는가. 아이들의 부모나 매스컴이다. 그러나 매스컴보다는 아이들의 부모로부터 누구는 좋다느니 누구는 나쁘다느니 하는 얘기를 듣는다. 그리곤 학교에 와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국현 후보는 미래의 대안은 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있기 때문에 그의 지지도가 답보상태에 빠져 올라갈 줄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동상이몽의 두 사람, 단일화해야 그래도 같이 살 수 있어


지금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 간의 단일화 논의는 결렬 위기의 순간에 와있다. 정 후부 쪽이 단일화에 적극적인데 반해 문 후보 쪽은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지금 많은 사람들은 둘이 합쳐지길 원하고 있다. 두 사람의 단일화가 입맛에 맞지 않을지언정 지금은 각자 갈 길로 갈 때가 아니다. 각자의 길로 가면 모두 자멸하기 때문이다.


그럼 두 사람이 단일화하면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둘이 힘을 합치면 희망은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누가 후보가 되건 두 사람의 장점을 살리면 그 시너지 효과는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


나비효과란 게 있다. 태평양의 한 섬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중국, 아니 러시아 어느 지역에선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정동영-문국현 두 사람이 단일화하여 태풍이라는 바람을 몰고 오길 바라는지 모른다.


태그:#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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