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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에서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영역인데요. 그 안전이 흔들리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우려점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지난 월요일 아침, 전날 응급실을 방문했다는 환자를 진료하게 됐다. 고열과 오한을 동반하고 목 안이 아파 음식을 삼키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급성 편도선염이 심한 상태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입을 벌려 보니 편도선에 염증이 심하여 주변에 고름 주머니가 잡혀 있을 정도였다. 간단히 작은 절개를 하고 배농한 후 항생제와 진통제를 처방하고 환자를 돌려보냈다.

그런데 어제 응급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살펴보던 중 응급실에서 낸 수많은 검사가 내 눈길을 끌었다. 몇 가지 혈액 검사에 더해져 흉부 엑스선 검사와 CT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대략 총 금액은 70만 원 가량이었다. 진찰료 2만~3만 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질병을 70만 원을 들여서 진찰한 셈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응급실 진찰료가 높은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응급실에서는 암묵적으로 '기본'이라는 검사가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다. 거기에다가 머리가 아프면 뇌 CT, 허리가 아프면 허리 MRI 등 영상 검사도 받아야 한다. 이러다 보니 단순 질병에서도 진료비가 엄청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같은 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했는데 병원비는 2배 차이

경남도 진주의료원 응급실 모습.
 경남도 진주의료원 응급실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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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만 그럴까? 물론 아니다. 몇 년 전 국내 유수의 사립대학병원이 병원 건물을 새로 짓고 나서의 일이다. 당시 그 병원 이비인후과 의사를 만나려면 만나기 전에 반드시 '기본' 검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비용만 평균 25만 원 가량인 검사를.

개개 환자의 병력을 잘 들어보고 난 뒤 꼭 필요한 검사를 선별적으로 해서 환자에게 최소한의 비용 부담을 지우게 하려는 진료 방식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되었다. 수술실에서도 이런 식으로 환자에게 고가의 진료비를 부담케 하기도 한다. 같은 갑상선암 수술이라 하더라도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이유다.

수술 시 고가의 전기칼(하모닉 스칼펠)을 이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비용이 120만 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유착방지제를 사용하게 하면서 비용을 30만 원 이상 더 지불하게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처럼 병원이 마음만 먹으면 '합법적'으로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심지어 새로운 수술법이라고 하여 내시경수술이나 로봇수술들을 하면 그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올라간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게 별로 없는데도 비용만 5~10배가 들어가는 것은 일종의 과잉진료(과잉진단+과잉치료)다.

병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병실에서 행해지는 많은 검사들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환자는 많지 않다. 합법적인 기본 검사가 매일 행해지는 바람에 채혈량이 너무 많아 환자가 빈혈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저 눈으로 병의 경과를 지켜봐도 될 것을 비용을 들여서 확인하는 방법을 권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새로운 약이 도입되면 그와 관련된 질병이 증가한다든지, 새로운 검사 장비가 도입되면 그 검사를 의뢰한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서 그 검사를 장려하기도 한다.

암처럼 심각한 질병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암을 진단하는 과정에서도 그렇지만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병원은 비용을 높이려고 가능한 모든 검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 암을 치료하고 추적 관찰하는 과정에서도 과잉진료는 존재한다. 1년에 한 번 검사해도 되는 것을 3개월 만에 하게 되면 4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한 가지만 해도 되는 것을 2, 3가지 같이 하게 해도 그렇다. 한 마디로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검사와 최대한의 치료를 하는 셈이다.

의사와 환자가 갑과 을의 상황이다 보니 환자가 이를 거부하기도 힘들다. 병원은 동일 질환에 최대의 비용을 청구하는 데 목표가 맞추어져 있는 곳이다. 이것은 개인의원에서 다루는 사소한 질병에서부터 대학병원에서 다루는 중증 질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질병과 대부분의 의료기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현상이다. 그 결과 그 안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이제 자신들의 일상적인 진료행위가 과잉진료인지 아닌지에 대해 무감각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양심불량 의사가 문제? 시스템의 문제!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물론 개중에 특별히 양심 불량인 의사도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개개 의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의료체계의 문제에서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첫째로 현행 의료체계에서는 개개의 행위에 따라 수가가 정해지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검사와 처치를 해야만 진료비를 많이 청구할 수 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특정 질병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패키지로 묶어 검사함으로써 진료비 청구 시 한 건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둘째로 낮은 의료 수가 때문에 수지를 맞추기 위해 각 병원에서 도입한 인센티브 제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제도 하에서는 매출을 많이 올린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에 합법적 과잉진료 행위가 극성을 부릴 수밖에 없다. 모 대학 병원에서는 진급 조건에 진료 실적-매출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것이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제 대학병원에서조차 적은 비용으로 빨리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설 자리는 점차 없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로 이러한 과잉진료를 점검하고 규제할 장치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행 보험 급여 체계에서는 보험가입자인 환자들이 자신이 받은 진료가 적절한 것이었는지 판단할 근거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과잉진료 여부를 알 수 없다. 보험공단에서도 과도한 개개의 진료행위에 대해 제한하고는 있지만 포괄적 접근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즉, 전문가 영역이고 생명이 관계된 영역이다 보니 비용만을 앞세워 제약을 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술 후 항암제치료가 생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그 효과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치료법을 허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눈에 잘 띄지 않는 과잉진료 등도 문제다. 때론 환자 진료와는 직접 상관이 없는 검사인데도 의사 개인의 관심으로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검사는 의외로 검사비가 비싸기도 한데 알아내기 어렵다.

만일 어떤 의사가 마취 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연구를 하려는 목적으로 마취 환자에게 특정 약물을 주사하고 그 효과를 알아본다고 하더라도 현행 제도로는 알아내기 어렵다. 물론 그 비용은 환자가 다 부담하게 된다. 병리 검사 시에도 나중에 연구를 할 목적으로 추가로 몇 개의 검사를 더하거나 아직 유용성이 확립되지 않은 검사를 추가로 더 하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다.

포괄수가제 확대하고 진료비 상한선 두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과잉진료는 의사가 아닌 제약회사들이 주도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과잉진료는 의사가 아닌 제약회사들이 주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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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과잉진료는 의사가 아닌 제약회사들이 주도하기도 한다. 위식도역류라는 질병도 그 중 하나다. 목 안이 불편하다고 하는 환자들 중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으면 우선적으로 위산분비를 줄여주는 약을 3개월간 복용하게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렇게 된 데는 제약회사의 역할이 컸다. 그 제약회사의 제품이 소개되기 전에는 그런 진단이 매우 드물었다. 특정 약이 출시된 이후 그런 환자가 급증했다면 약이 환자를 만든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렇게 해서 불필요한 약을 복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그럼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우선 포괄수가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많은 의사들이 반대해 온 제도이지만 잘만 운영하면 의사나 환자나 보험공단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만일 급성편도선염이나 편도 주위 농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총비용의 상한선을 정해 놓았다면 편도선염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가급적 적은 비용으로 진단하려 애썼을 것이다.

갑상선암도 마찬가지로 포괄수가제가 되어 있다면 최소의 비용을 들여 진단 치료하려고 할 것이고 고가의 전기칼따위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입원 기간도 줄이려고 애쓸 것이다. 지금은 일부 흔한 질환에만 적용되지만 점차 그 적용 범위를 넓혀가면 의료기관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치료를 하려 들 것이고, 결국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진료비 감소를 우려하는 의료계의 반발로 몇몇 질환에만 적용되고 있어 진료비 감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방안으로 효과적인 견제 수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동일 질환에 대한 총 진료비를 조사해서 각 기관별로, 더 좋게는 각 의사별로 개개 질환에 대한 총 진료비를 공개하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병원 내에서도 (증상에 따라) 이비인후과에서 수술한 갑상선암 환자의 비용과 외과에서 수술한 환자의 비용이 2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외과 수술료가 30% 더 비싼 데다가 추가로 사용한 수술장비나 보조재료 등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단체의 컨슈머리포트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이 어느 병원 어느 의사를 찾아 가는 것이 유리한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고 각 의료기관이나 의사들도 진료비를 줄이려 애쓰게 될 것이다. 셋째로 의료보험공단에서는 같은 질환에 대해 적은 비용으로 치료한 의료기관이나 개개 의사에 대해 조사 평가해서 그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병원의 이익에 맞추어 과잉진료로 매출을 올린 사람에게 승진의 기회와 장비 구입에 우선권을 주는 상황에서 누가 환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 싶겠는가?

진료비 폭탄이 바로 눈앞에,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을 비롯한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25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재벌만 배 불리는 의료민영화 중단하라"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을 비롯한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25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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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과거에 선배 의사로부터 검사를 많이 하지 않아 당신과 비교가 된다고 질타를 받은 경험이 있다. 많은 진료 실적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에서 손해를 본 적도 많다. 만일 이런 장치가 없다면 이렇게 진료비를 줄이려는 의사들도 거의 없어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마지막으로 개개 의료기관에서도 인센티브 제도가 경영상 합법적이고 필요하다 하더라도 매출에 의거한 인센티브제보다는 새로운 환자 유입에 비중을 둔 인센티브제로 바꾸는 것이 더 도덕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운영 방식을 개선하면 어떨까 한다. 

또한 보험공단에서 검증되지 않은 진단 기준에 의한 진료의 확산이나 과도한 치료비에 대한 감시를 면밀하고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차별적 건강검진도 효율성을 따져서 선별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최근 스위스에서 유방검진으로 행하던 유방촬영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에 언급한 대로 현행 요양급여체계의 변화나 의료비 상승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장치가 없으면 과잉진료로 인한 의료비 상승은 막을 수가 없다. 지금도 이런 과잉진료를 막기가 어려운데 이런 상황에서 의료영리화가 진행되어 사보험이 생기고 의료영리법인이 생겨난다면 위에 언급한 모든 진료 형태가 더더욱 증폭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혹자는 의료영리법인과 사보험은 서로 견제해 가면서 생존할 것이고 높은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 사보험에 가입하게 되니 우리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시행하게 되면 의료영리법인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진료비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전체 의료비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일찍 발견하여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는 명분으로 지금도 과잉적으로 이뤄지는 건강검진도 더 적극적으로, 광범위하게 추진될 것이다. 영리법인은 말 그대로 영리를 추구하는 형태의 의료기관인 만큼 더 노골적으로 진료비를 높이려 할 것이므로 적절한 견제장치 없이 영리법인을 허용한다면 진료비 폭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용식님은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입니다.



태그:#과잉진료, #의료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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