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첫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의 박윤강(이준기 분)과 정수인(남상미 분).

25일 첫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의 박윤강(이준기 분)과 정수인(남상미 분). ⓒ KBS


이준기와 남상미가 다시 한 번 만났다. 2007년 '개늑시 폐인'을 양산했던 MBC <개와 늑대의 시간> 이후 7년만이다.

두 사람은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배경이 조선시대인만큼 이준기와 남상미는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헌데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처음 사극에 출연하는데다가 남장까지 소화해야 하는 남상미는 물론이고, 선비가 된 이준기 역시 마치 그 시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철없는 박윤강 VS 남장한 정수인, 처음부터 악연 

25일 방송된 <조선총잡이> 1회에서 무관의 아들 박윤강(이준기 분)은 뛰어난 칼솜씨를 갖추고도 기방에서 기녀의 저고리를 잘라버리는 등 그 재주를 썩히고 있었다. 그러던 그의 앞에 정수인(남상미 분)이 등장했다. 역관의 딸인 정수인은 여인이지만 당차게도 신지식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세상을 그리고 있었다. 그녀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 스승의 마지막 뜻을 받들고자 남장까지 불사하며 노력하다가 박윤강과 맞닥뜨리게 됐다.

박윤강은 갓을 쓰고 저자거리를 돌아다니는 정수인이 도성 안을 뒤숭숭하게 만든 총잡이의 끄나풀인 줄 알았다. 그래서 계속 쫓아다녔다. 스승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정수인에게 박윤강은 그저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박윤강과 정수인은 사사건건 엇갈렸다. 정수인은 툴툴댔고, 박윤강은 능글맞았다. 그런 두 사람에게도 공통점은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 의해 총잡이에게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고종(이민우 분) 때문이었다. 젊은 왕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구파 양반들을 뒤로 하고, 개화파들의 뜻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졸지에 설 자리를 잃게된 수구파는 고종이 불러들이려는 개화파 인사들을 하나씩 처단하기 시작했다. '총잡이'의 배후에는 결국 수구파의 우두머리가 있었다. <조선총잡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적인 이해관계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박윤강과 정수인의 이야기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제역할 다하는 배우들...이야기의 힘까지 탄력 받았다 

3년 전, 드라마 <공주의 남자>로 주목받았던 김정민 PD는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은 드라마로 돌아왔다. 여기에 '믿고 보는' 이준기와 탄탄히 연기력을 다진 남상미의 케미스트리는 몰입도를 높였다.

겉으로는 세상 둘도 없는 한량 같지만 속은 깊은 박윤강을 연기한 이준기, 그리고 선비와 양갓집 규수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남상미의 모습은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했다. 분량이 많진 않았지만 보부상단의 수장이자 저격수 최원신 역의 유오성, 딸 최혜원 역의 전혜빈 역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연출자의 전작, 배우들의 이름값을 제치더라도, <조선총잡이>가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끈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스토리의 힘이다. '총과 칼의 맞대결'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정치색을 더해 그 세계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퓨전 사극이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등장했던 허무맹랑한 사극이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는 거부감 없이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제 막 시작했으니 숙제 또한 남아있다. 첫 방송부터 시청자의 기대감을 잔뜩 올려놨으니 앞으로 종영할 때까지 이 정도의 완성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KBS 2TV에서 사랑받았던 <추노>와 <공주의 남자>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야기의 힘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지금처럼만 나아간다면 <조선총잡이>는 앞서 큰 인기를 끌었던 KBS 2TV의 사극들 못지않은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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