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 출연한 심형래 감독.

JTBC에 출연한 심형래 감독. ⓒ JTBC


급작스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머리를 지근거리게 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유행어가 됐던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란 음성이 포함된 'MB 패러디' 말이다. 그게 다 심형래 감독의 한 마디 때문이다.

"이건 뭐 (<디워2>에) 100억 투자지만, 100억이 1000억이 돼서 돌아올 수 있는 상황도 되니까."

투자 대비 10배의 수익을 단언하는 이 남자, 분명 누굴 닮아 있다. "생명을 살리고 죽어가는 생태계를 복원하며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이 4대강의 목표라던 전직 대통령 말이다. 그 4대강 사업이 22조원의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지금.

국민들은 그 국토를 훼손하며 진행한 국가 건설 이래 최대의 국토사업이 대통령 이하 '영포라인' 정치인과 '관피아', 그리고 '건(설마)피아'가 제 이속을 챙기기 위한 것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경북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려고 하자 경북대 교수노조와 총학생회, 졸업생들이 일제히 거세게 반발한 것에서도 이러한 민심이 잘 드러난다.

헌데, 영화감독이라는 창작자가 돈 얘기를 첫머리에 올린다? JTBC <연예특종>과의 인터뷰에 나선 심형래 감독을 곱게 볼 수 없는 이유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승만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나섰다가 지금은 '가정폭력'의 사유로 법정을 들락거리고 있는 감독 서세원의 몰락도 연상된다. 창작자가 창작에 힘쓰지 않고 잿밥이나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둘 때 일어나는 필연적인 함정은 꽤나 역사가 깊고 정교하다. 

100억과 300억 사이, 그 언론플레이 볼썽사납다

 JTBC <연예특급>이 공개한 <디워2> 계약서 일부와 심형래 감독 관련 사건의 검찰 사건 기록.

JTBC <연예특급>이 공개한 <디워2> 계약서 일부와 심형래 감독 관련 사건의 검찰 사건 기록. ⓒ JTBC


<디워2>의 투자자로 나선 회사는 제주 비스타케이호텔그룹이다. 이 회사는 <연예특종>을 통해 "300억 가운데 100억을 투자 유치"하겠다는 조항을 공개하기도 했다. 자, 결론적으로 심형래 감독은 <디워2>의 제작비를 아직 다 모으지 못했다는 얘기다.

처음부터 의심됐던 '언론플레이'의 단초는 여기서부터 출발해도 좋을 듯 싶다. 그러니까, 이번 100억 투자를 빌미로 영화 제작에 필요한 200억의 남은 제작비를 대줄 투자자를 찾아 심형래 감독이 열심히 뛰고 있는 형국이다. 영화 제작비야, 특히 대작의 경우야, 메인투자자의 투자 결정 이후 시나리오 완성과 캐스팅 여부에 따라 여러 투자자들이 합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말이다. 수익률을 내세워 투자를 유치하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이는 '언론플레이'가 심히 볼썽사납다. 아직 시나리오도 80%까지 완성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이후 영화에 따라 수십 번을 고쳐야 하는 초고 단계라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다. 더욱이, 심형래 감독은 <디워>의 감독이면서도 횡령과 임금체불, 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사회적인 물의에 가까운 논란을 일으킨 인물 아니던가.

자기 이익 대변하는 애국주의로 무장한 심형래 감독의 착각

 JTBC <연예특급>에 출연한 심형래 감독.

JTBC <연예특급>에 출연한 심형래 감독. ⓒ JTBC


방송에서 그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사과의 말을 전하지 않았다. "검찰에서 모두 무혐의가 났다"며 "법원에서도 재기하라고 면책까지 해줬기 때문에 정말 이를 악물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대체, 영화감독이 사회에 공헌할 방법이 무엇인가. 여기서 엿보이는 것은 <디워>에서 '아리랑'을 삽입했던 심형래 감독의 비뚤어진 애국주의다. <디워2>가 성공하면 그것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인가.

만약 어떤 방법으로든 300억을 모아 <디워2>를 완성했다고 하자. 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영화계에서 영화 흥행은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이 왜 정설이겠는가). 더욱이 그 영화의 성공은 국가의 성공이나 한국영화의 성공과도 동일시될 수 없다. 영화라는 예술과 창작물은 흥행성공을 유일한 평가의 잣대로 삼지도 않는다.

자신의 성공이 국가의 성공이라는 환상이야말로 과대망상이요, 또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는 심각한 착각이다. (애국심 마케팅으로 국내에서만 흥행에 성공한)<디워>에 이어 <라스트 갓파더>까지 흥행과 완성도면에서 혹평을 면치 못했던 영화를 만든 감독이 할 말은 더더욱 아니다.        

할리우드 일류 배우와 스태프들을 캐스팅하겠다고 공언한 심형래 감독의 <디워2>. 부디, 300억 투자를 비롯한 이 영화제작 행로에서 강탈영화에서나 등장할 피해자들이 양산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행여 심 감독이 진심으로 영화를 완성할 생각이 있다면 메가폰을 내려 놓은 채 제작자로 머물러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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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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