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좋은 친구들>에서 인철 역의 배우 주지훈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좋은 친구들>에서 인철 역의 배우 주지훈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단순히 껄렁한 양아치의 모습을 원했다면 나보다 더 잘하고 맛깔 나는 배우를 쓰지 않았을까요?"

단순히 인지도와 어울림으로 배역을 정한다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분명 작품의 캐릭터에도 인연이 있고 운명이 있다. 배우 주지훈에게 영화 <좋은 친구들> 섭외가 들어왔을 때, 그것도 세 명의 친구들 중 보험사 직원으로 회사를 속이고 고객의 보험사기를 설계하는 인철을 맡아 달라 했을 때, 본능적으로 그는 알았다. "이거 내 얘긴데!"

범죄 드라마의 탈을 쓴 <좋은 친구들>은 딴 길로 새지 않고 세 남자의 우정과 관계에 집중했다. 단순히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남자들만의 우정이 아니다. 믿고 의지하는 과정에서 의심이 싹트고 결국 반성에 이르게 하는 '관계성의 사이클'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주지훈이 맡은 인철이 바로 두터운 관계 속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의심이 들게 하는 그 문제아였다.

"감독님이 제게서 원했던 인철의 모습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도 나름 모험을 한 거죠. 배우마다 특징이 다르고 장단점이 있는데 양아치에 특화된 배우를 쓰지 않고 절 택했다는 건 분명 제가 갖고 있는 본연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라 생각했어요. 자신 있게 말했어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인철이를 표현할 수 있다'고요."

"<좋은 친구들> 통해 다들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영화<좋은 친구들>에서 인철 역의 배우 주지훈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가 그토록 <좋은 친구들> 출연에 욕심을 냈던 건 "일상을 옮겨온 것 같은 스토리"와 작품이 지닌 보편성 때문이었다. 주지훈은 "시나리오를 보는 사람마다 자기 얘기 같다고 했다"며 "사건이 아닌 관계에 집중했기에 남자든 여자든 다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적 사건을 버무려놨지만 일상의 얘기예요. 진짜 재밌는 게 호랑이 무리든, 강아지 무리든 이 세 친구 같은 이들이 다 있을 걸요? 어떤 그룹이든 우직한 사람, 터프한 사람, 부드러운 사람이 있잖아요. 영화에서는 이런 친구들이 엮이면서 느껴지는 감정의 세기가 무척 강하지만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소 열린 결말이기에) <좋은 친구들>을 물음표로 생각할지, 느낌표로 느낄지, 마침표로 받아들일지는 관객의 선택일 거예요. 다만 보신 분들은 자신의 인생 경험을 돌아볼 거라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타인에게 난 어떤 사람인가'를 물을 수도 있어요. 충분한 질문이 되는 영화이길 바라고 있어요."

'보고나서 소주 한잔 생각나는 영화' 그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주지훈은 "리얼리티(현실성)라는 게 영화적 리얼리티가 있고, 진짜 실제적 리얼리티가 있는데 촬영 현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며 "<좋은 친구들>이 택한 건 영화적 시각이 아닌 실재적 시각"임을 강조했다. 그만큼 농밀한 현실성에 대해서 자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생각 나누고 같은 감성 느낄 때마다 짜릿합니다"

 영화<좋은 친구들>에서 인철 역의 배우 주지훈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좋은 친구들>에서 인철 역의 배우 주지훈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가 출연한 작품들은 곧 제 삶의 증거나 마찬가지에요.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죠." ⓒ 이정민


그가 그토록 이 영화에 대해 열정을 쏟는 이유가 있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넘어지기도 했고, 철저히 외롭기도 했다면 이제 주지훈은 자신 있게 스스로에게 왜 연기를 하는지, 왜 사람을 만나는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일에 대한 열정이야 예나 지금이나 뜨겁지만, 소중한 것들을 돌아볼 '여유'가 그에게 생겼다고 볼 수 있겠다.

"(모델 일을 하다가 배우) 데뷔도 급하게 하고 사실 운도 좋았죠. 내 것 하나 잡고 가기에도 벅찼어요. 지금은 나이가 주는 힘인지, 경험에서 온 건지 모르겠지만 함께 소통하고 싶고 관객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이 작품 역시 우리끼리 자위하려 만든 건 아니거든요. 물론 상식을 깨는 파격적인 작품도 세상에 필요하지만 제게 있어서는 소통을 할 수 있는 작품이 소중했어요.

평소에 영화나 연극 등을 많이 보는데 재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는 게 있어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표현한 장면, 인물이 나올 때죠. '내가 맞았구나!'가 아니라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있구나!'에요. 이런 게 바로 소통이고 감성의 공유 아닐까요? 영화라는 게 관계자들끼리 자위하려고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그 어느 때보다 주지훈을 설레게 하는 게 있다. 그의 연인 가인을 언급해봐야 입만 아프니 일단 논외로 하면, 본질적으로 주지훈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게 바로 지금의 일이었다. 사람과 술을 좋아하며 관계 맺음을 좋아하는 만큼 주지훈은 자신이 지금 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납득하고 깊이 사색하고 있었다.

"제가 출연한 작품들은 곧 제 삶의 증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죠. 여전히 연기는 어렵지만 언제부턴가 현장이 불편하진 않더라고요. 적어도 외부 환경 때문에 힘들진 않아요. 왜 어릴 때 초중고 12년 동안 공부할 때는 그게 그렇게 힘들 게 느꼈던 거 같이 예전에 연기가 제게 그랬다면 이젠 달라요. 일하면서 맞이하는 휴식이 꿑 같고, 현장에서의 희열이 너무 커요."

그런 의미에서 주지훈은 "요즘 화두가 즐겁게 살자"라며 "단순한 펀(Fun)이 아닌 사람들과 공유하고 위로를 주고받는 소통을 말하는 것"이라 말했다. 마치 한 발씩 내딛으며 성숙해가듯 그는 "작은 재미가 아닌 인생의 과정에 얻을 수 있는 큰 즐거움을 누리며 살고 싶다"고 인생관을 털어놓았다.

자신의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배우가 있을까만, 분명한 건 <좋은 친구들>에서의 주지훈은 지금껏 관객들이 봐왔고 평가해왔던 그 기준을 훌쩍 뛰어넘은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찾을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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