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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유가족 150여명이 12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특별법 제정관련 여·야·가족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잠들어 있다.
▲ 국회앞 노숙하는 세월호 가족들 세월호참사 유가족 150여명이 12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특별법 제정관련 여·야·가족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잠들어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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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진도 앞바다에는 희생자 11명이 수습되지 못한 채 영혼만 구천을 맴돌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진행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만큼이나 무능한 국회의 실상만 드러냈을 뿐입니다.

그런 국회가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오는 16일 국회본회의에서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각각 세월호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반면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 서명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지난 9일에는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입법청원을 했습니다. 12일부터는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야·야·가족 3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장기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대체 그간에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국회에 맡겨두면 될 일을 가족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일까요?

이와 관련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가족들이 특별법 입법청원에 나서게 됐는지를 밝혔습니다. 유 대변인은 "가족들이 만들려는 특별법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가 핵심이자 전부"라고 방점을 찍었습니다. 대체 여야가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어떤 하자가 있는 것일까요?

수사권·기소권 없는 새누리당 특별법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서 만든 '유가족의 마음과 국민의 힘으로 만든 4·16 특별법안 핵심내용과 각 정당 특별법안의 차이:3분이면 알 수 있다' 중 네번째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그래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서 만든 '유가족의 마음과 국민의 힘으로 만든 4·16 특별법안 핵심내용과 각 정당 특별법안의 차이:3분이면 알 수 있다' 중 네번째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그래프.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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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제출한 특별법안의 주요 내용을 봅시다. 양당은 모두 정부나 국회 소속이 아닌 제3의 독립기구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유가족은 4·16 참사 특별위원회(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 조항인 위원회 권한과 관련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새누리당은 모두 반대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수사권을 부여하되 기소권은 국회 등에 특별검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입장입니다.

새누리당이 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두자면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배제한 이유는 무얼까요? 국민 모두가 알고 있듯이 진상규명의 대상 즉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주범은 관피아입니다. 특히 스스로 컨트롤타워를 부정하며,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요청한 자료 205건 중 단 7건만 제출한 청와대는 핵심 대상입니다. 또 MBC는 국정조사에 아예 응하지도 않았습니다.

청와대 등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현실 권력'입니다. 그런 마당에 위원회가 수사에서 기소까지 가능한 특검과 같은 권한 없이 진상규명을 하는 게 가능할까요? 이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국정조사 특위의 무기력한 활동에서 이미 증명됐습니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특별법을 발의한 것은 사실상 이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청와대 지키기에 멸사봉공하겠다는 겁니다. 

희생자 가족들이 여야 특히 새누리당이 발의한 특별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진상 규명의 한계가 훤히 보이고, 성역 없는 진상조사 역시 불가능한 마당에 세월호 참사 면피를 위한 '빛 좋은 개살구 식의 특별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희생자 가족에 대한 '물량공세 특별법'

다시 여야의 특별법 주요 내용을 살펴봅시다. 새누리당은 별도의 세월호사고보상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피해 보상을 총괄하도록 하자고 발의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위가 피해자 대책 지원을 책임지도록 하자는 내용입니다. 양당은 특별법에서 희생자 가족에 대한 피해 보상에 상당한 할애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경근 대변인은 "특별법이라고 다 같은 특별법이 아니다. 사후 대책? 지원? 이런 거 관심 없다. 304명이 왜 그렇게 수장되어야 했는지 그 진상도 밝히지 못하는데 그런 게 무슨 소용 있겠는가?"라며 "결국 돈 몇 푼, 혜택 몇 가지 줄 테니 입 다물어라. 그런 의도 아닌가? 이런 식의 입막음은 꿈도 꾸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유 대변인이 강도 높게 비판한 이유는 여야가 발의한 특별법이 진상규명보다 오히려 세월호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지원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희생자 전원을 의사자로 지정한다거나 대학특례, 평생지원 등의 물량공세가 대표적입니다. 유가족은 피해자 지원과 관련 보·배상금 지급과 생활지원, 트라우마센터 설치, 단원고 정상화 등을 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일부 언론이 이를 악용해 '유가족의 요구나 보상이 지나치다' '보상을 더 받기 위한 서명운동이다' '이제 지겨우니 때려치우라'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등등 악의적인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잔혹한 여론 호도를 통해 특별법 제정의 핵심 논지인 수사권과 기소권 요구를 물 타기해 진상규명을 희석하겠다는 속셈임은 자명합니다.

세월호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와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 회원들이 13일 오전 밤샘 농성을 벌였던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4.16특별법'(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특별법안에는 철저한 진실규명과 안전한 사회 건설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 세월호 가족 국회 농성 이틀째 세월호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와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 회원들이 13일 오전 밤샘 농성을 벌였던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4.16특별법'(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특별법안에는 철저한 진실규명과 안전한 사회 건설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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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위원회 구성과 관련 새누리당은 여야 국회의원 10명과 희생자 유족 및 부상자 대표 4명과 민간 전문가 6명으로 구성한다는 입장입니다. 새정치연합은 여야가 각각 6명씩 추천하고 유가족이 추천한 3명 등 15명으로 구성한다는 입장입니다. 여야 모두 국회 추천에 중점을 뒀습니다. 유가족은 국회 추천 8명과 유가족 추천 8명 등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원회 활동 기간과 관련해서는 새누리당은 기본 활동기한 6개월에 3개월 연장해 총 9개월로 못을 박았습니다. 새정치연합은 1년 이내에 활동을 마치고 6개월씩 두 번에 걸쳐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담았습니다. 반면 유가족은 기본활동기한 2년에 1년까지 연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과 관련 새누리당은 소위원회를 두는 것을 아예 반대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진상규명소위원회, 피해자지원소위원회 설치를 주장합니다. 이에 비해 유가족은 진상규명소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회, 치유-기억소위원회 설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JTBC 만도 못한 국정조사

세월호 국정조사는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절망과 분노를 안기고 있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을 묻고, 대충 답하면 그만인 국정조사는 JTBC 9시 뉴스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까운 시간만 잡아먹으면서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만 증폭시켰습니다.

그래서 희생자 가족들은 호소합니다. 특별법 제정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세월호 참사 100일 되는 오는 24일을 넘겨서는 안 된다며 거리에서 호소하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 이후 골든타임을 허비해 304명의 목숨을 수장시킨 것처럼 특별법 제정의 골든타임을 허비해 죽음까지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여야만의 합의로 무늬만 특별법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유명무실한 국정조사처럼 세월호 특별법 조차도 여야에 맡겨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특별법 제정 과정이 세월호 유가족도 참여하고 합의할 수 있는 열린 과정이 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와 야, 유가족이 동참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야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진정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 150여명이 12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특별법 제정관련 여·야·가족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단원고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이름과 반 번호 숫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 단원고 학생 이름과 반 번호 새긴 티셔츠 세월호참사 유가족 150여명이 12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특별법 제정관련 여·야·가족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단원고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이름과 반 번호 숫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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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을 안전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가로 막고,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도 역행하는 새누리당 식의 특별법이 304명 희생자의 영혼을 부관참시하는 최악의 법안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이유입니다.

304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희생시키고서도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 안전한 사회로 바꾸어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꿈과 희망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은 어른들과 아이들 그리고 후대가 살아가야 할 한국 사회의 앞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렛대가 됩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가족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농성할 것이라고 밝힌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그래스루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특별법, #세호월 특별법 수사권 기소권, #세월호 특별법 가족안과 여야 법안 차이, #세월호 국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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