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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MF가 올해 한국경제 성장 전망치를 종전의 마이너스 3퍼센트에서 마이너스 1.8퍼센트로 상향조정하고, 주가 1600선을 넘보는 등 주식 활황세가 이어지면서 경기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가장 강력한 대출규제인 DTI(총 부채상환비율) 강화를 시사했고, 한국은행은 이른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좀 더 강도 높게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우리경제가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게 회복될 것인가. 단일 지표로만 놓고 볼 때, 경기상황을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 '고용지표'를 살펴보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니 전혀 반대 결론에 부딪치게 된다. 그렇다면 8월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7월 고용동향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결론부터 요약하면 현재 한국 고용은 7월 현재 기본적으로 7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1.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인 공공 인턴제와 희망근로 껍질을 벗겨내면, 사실상 기존 일자리가 40만 개 내외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올해 1월 10만 명의 4배, 5월 22만 명의 두 배 가까운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2. 그나마 정상적 일자리도 아르바이트성 일자리들로 바뀌었다. 36시간 이상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단시간 취업자들이 순식간에 늘었다. 18시간미만 취업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고, 36시간미만 취업자도 360만 명을 돌파했다.

3. 한창 일할 나이의 30, 40대가 '아예 취업의 희망 자체를 포기'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30, 40대가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고 있다는 것인데, 구직활동을 완전히 포기한 '쉬었음' 인구가 30, 40대에서 팽창하고 있다. 대신 희망근로 영향으로 60대가 일하는 인구가 높아지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4.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는 사람의 95퍼센트가 여성이다. 이는 간신히 높아져온 여성 경제활동 참여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면서 경제력 격차로 인한 남녀차별이라는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5. 정부에서 추진하는 토목공사는 적어도 지금까지 전혀 고용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그나마 '일용직' 일자리도 못 만들었다.

6. 비정규직 기간 연장으로 인한 '7월 100만 실업 대란설'은 적어도 통계청 7월 고용동향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7. SSM규제에 대한 폭발적 저항은 '꺾이지 않고 1년 이상 지속되는 자영업 폐업'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 실질적으로 일자리는 40만 개가 사라졌다?

통계청이 공식 발표한 7월의 취업자 감소는 7만 6000명이다. 그런데 실제 내역을 보면 얘기가 다르다. 우선 정부가 수용하는 공공부문(통계청 분류상의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의 일자리가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불과 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3월에는 7만 명, 이번 7월에는 무려 32만 명이 늘어났다. 1월에 비해 100배가 늘었다는 얘기다.

이를 유추해 보면 2월부터 공공부문에서 고용한 인턴사원과 6월부터 고용한 희망근로 사업으로 인해 약 30만 명 정도의 단기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몰론 이들 일자리는 올해 안에 다시 사라지는 일자리다.

[그림1] 인턴과 희망근로 늘고 건설 취업자 줄고
 [그림1] 인턴과 희망근로 늘고 건설 취업자 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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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경제위기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에서의 일자리 감소행진은 여전히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제조업은 최근 15만 명 전후(7월- 17만 3000명), 건설업은 12만 명 전후(7월- 12만 7000명), 도소매업은 15만 명 전후(7월- 16만 5000명)로 감소폭이 전혀 줄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수 30여만 명을 빼버리고, 공식 취업자 감소 7만 6000명을 더하면 실제적으로 일자리 감소는 40만에 육박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올해 1월 10만 명 감소의 4배에 해당하고, 5월의 22만 명 감소에 비해서도 두 배 가까이 되는 규모다. 고용추락행진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물론 민간 부문의 일자리 축소를 정부가 일자리 창출로 보완한 것은 정부의 업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제조업 등 경제의 중심부분에서의 안정적인 일자리 감소 등을 방치하면서(쌍용차를 보라), 1년 미만의 그야말로 요식적인 공공 일자리만 늘려놓았다면 이는 서로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임시로 만든 공공일자리가 사라지는 연말로 접어들면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2. 정상 일자리는 대폭 줄고, 아르바이트성 일자리는 대폭 늘고

단순 수치 계산으로 정부의 임시방편 일자리를 빼면 사실상 40만 개 일자리가 없어졌는데, 그나마 '40만 개밖에(?)' 없어지지 않은 중요한 이유는 36시간 미만 단시간 일자리로 버티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난 덕분이다.

[그림2] 단시간 노동자수 증가 추이변화
 [그림2] 단시간 노동자수 증가 추이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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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11월부터 하루 7시간 이상 정상적으로 일하는 일자리는 대폭 줄기 시작했고, 반대로 일주일에 36시간미만, 18시간미만 노동으로 만족해야 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그 결과 이번 7월에 정상시간 이하로 일하는 사람들은 360만을 돌파했고, 정상 노동의 절반도 일을 하기 어려운 경우(18시간미만)는 100만이 넘었다. 360만 노동자는 이른바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이 될 확률이 대단히 높다.

당연히 7시간 이상 제대로 일하는 사람들은 9만 6000명이 줄었다. 더욱 큰 문제는 정상시간 만큼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그 1/5 정도는 추가 취업을 희망해왔다. 그런데 7월 통계를 보면 아예 단시간 노동자 가운데 추가취업 희망자가 줄어들고 있다. 제 시간 일을 못하면서도 추가로 일할 일자리 찾기 자체를 포기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3. 한창 일할 나이의 30, 40대, '취업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

대부분의 기업이나 생활현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허리에 해당하는 30대와 40대이다. 그런데 최근 직장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의 대부분이 바로 이들 30대, 40대들이라는 점에서 우리 고용사정의 최악을 보게 된다.

[그림3] 연령별 취업자수 증가 추이
 [그림3] 연령별 취업자수 증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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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명 이상의 신규 취업자가 꾸준했던 40대, 2008년 중반까지 취업자 수가 호전되어 갔던 30대가 올해 들어서 가장 빠른 감소 추세로 반전되고 있다. 30대, 40대들이 직장을 잃는 대신 그 공백을 희망근로를 통해 60대가 메우고 있고, 일부는 인턴제를 통해 20대가 보완하고 있다. 인턴제와 희망근로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현상이 여기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30대와 40대가 실업자 대열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업자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가운데 '지난 4주 동안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사람들'이다. 비록 일시적으로 실업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일하고 싶어 하고, 그래서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30, 40대가 실업자 대열로 들어오지도 않고 '아예 구직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로 편입된다는 것에 우리나라 고용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대는 취업 준비 때문에, 60대 이상은 고령이나 지병 등 때문에 비경제활동 인구로 들어올 수 있지만, 30대와 40대가 비경제활동 인구로 편입된다는 것은 '취업에 대한 희망의 끈' 자체를 놓아 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정부 정책은 노인들이 한창 일할 젊은 사람들을 부양해야 하는 희한한 사회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림4] 경제활동을 포기한 30, 40대의 증가수 추이
 [그림4] 경제활동을 포기한 30, 40대의 증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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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09년 한국의 경제위기는 남녀 차별 경제위기다

이번 경제위기로 인한 고용악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하나가 바로 남성과 여성이 차별적으로 고용악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없어지는 일자리의 90퍼센트 이상이 여성 일자리라는 통계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

[그림5] 남성과 여성의 취업자수 증가 추이 비교
 [그림5] 남성과 여성의 취업자수 증가 추이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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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10여 년간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조금씩 높아져서 여성 고용률(취업자/15세 이상 인구)이 50퍼센트까지 올라갔었지만, 2009년 2월에는 46퍼센트까지 떨어지는 등 최근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 임시직이나 자영업과 같은 취약한 쪽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동시에, 앞으로 이마저도 일자리를 잃게 되면 경제적 기반을 상실한 여성들의 남녀 차별이 다시 확대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성 고용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해주고 있다.

5. 건설경기 부양, 일용직 일자리도 안 만들어졌다

사실상 대폭적인 취업자 감소 행진, 하루 7시간도 안 되는 일자리를 감수하는 360만의 사람들, 취업의 희망조차 포기한 30대와 40대들, 사라진 일자리의 90퍼센트를 차지한 여성들 외에도 고용문제는 정부의 희망적인 경기회복 전망과 다르게 심각한 이슈가 곳곳에 숨어있다.

우선, 정부가 4년 동안 96만 개 일자리 창출을 예고하면서 시작한 4대강 사업 등 토목공사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혀 고용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건설부문의 취업자 감소폭은 전 산업에 걸쳐 수개월째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2009년 6월에 건설업 취업자 감소율은 -4.7퍼센트로 전 산업부문에서 최고였으며, 7월에도 취업자 감소율이 -7퍼센트로 역시 최고 수준이다.

이는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통상 건설부문의 일자리는 통계청 분류상 '일용 근로자'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7월 통계를 보면 일용직 근로자 감소폭이 -9.1퍼센트로 역시 최고이다. 임시직은 1.8퍼센트 증가하고 상용직이 3.6퍼센트 증가했던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결국 정부의 토목건설은 그나마 질 나쁜 일용직 일자리조차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민간부문 건설이 살아나지 않은 이유도 있겠으나, 적어도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으로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했던 것은 완전히 엉터리라는 점은 확실히 입증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여당 내부에서조차 논란거리가 많고, 내년에도 8조 원 이상의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을 전면 재고하고 일자리 창출력이 높은 사회서비스 등 부분에 재정을 돌릴 대책을 짜야 한다.

6. 100만 실업대란? 통계청 7월 고용동향에서는 찾을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100만 실업 대란을 주장하며 비정규직 기간 연장을 밀어붙이려고 했다가 결국 좌절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 실업은 고사하고 비정규직 법이 7월 고용동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음이 통계청의 발표로 간접 확인되었다.

이번에 100만 실업대란의 대상이 되는 '기간 제한 2년 만기가 돌아온 비정규직'은 통계청 통계상 대략 상용근로자이거나 임시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상용 근로자는 지난 6월에 3.3퍼센트 증가했다가 7월에는 오히려 3.6퍼센트 증가로 증가율이 높아졌고, 임시 근로자도 6월의 2.9퍼센트 증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8퍼센트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이번 비정규직 기간 연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오히려 건설경기와 관련이 깊은 일용 노동자만 20만 명(-9.1퍼센트) 줄었을 뿐이다. 비정규직 기간 연장을 안 해도 100만 실업자는 고사하고 1만 실업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간접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통계가 말해주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 기간 연장에 에너지를 쏟을 동안 토목 건설에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을 바꾸는데 돌렸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고용문제에 대해 엉뚱한 곳에서 해법을 찾으려한 노동부와 정부가 국민에게 정식으로 사죄할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인다면, 유통 대자본의 기업형수퍼(SSM) 입점 규제를 두고 전국 상인들이 일어났던 7월에도, 예외 없이 자영업은 전년 대비 30만 명이라는 엄청난 감소폭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의 상인들이 왜 저항해야 했는지를 지난 1년이 넘게 통계자료는 매달 입증해주고 있고, 지금도 입증해주고 있는 셈이다.

7. 고용유연화? 구조적인 고용개혁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8월 12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9년 7월, 고용 동향'의 몇 가지 특징을 보았다. 결론적으로 OECD 국가에서 가장 빠른 경기회복, V자 경기회복 등의 대단한 낙관론을 제대로 주장하려면, 7월 고용동향에서 나타는 심각하고도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먼저 대답을 해야 한다.

올해 안에 끝나는 인턴제와 희망근로라는 포장을 벗겨내고 나면, 고용상황은 전혀 추세반전 없이 끝없는 추락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 그리고 양적인 수치의 악화를 넘어 질적인 차원에서 보면 구조적으로 중대한 문제점들이 악화되어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새사연은 이런 문제점들이 단지 최근의 일시적인 경기상황 악화 때문에 발생했다기보다는, 구조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어온 핵심적인 노동정책, 즉 '노동 유연화' 정책의 결과가 경제침체와 맞물리게 되면서 그야말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턴제, 희망근로 등의 초단기 처방으로 고용악화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지금, 지금이야말로 이 상황을 초래한 '노동 유연화 정책'기조를 포기하고, 고용의 근본개혁을 위한 일대 방향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주무 책임자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동향이 발표된 바로 그날인 12일, "고용안정성도 중요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고용정책 기조를 전혀 바꿀 의사가 없을 뿐 아니라 더욱 그 방향으로 빠르게 가겠다는 것이다.

7월 100만 실업 대란설은 정부가 유포한 '허위사실'이었지만, 이대로 가면 정부의 단기처방이 약발을 다하는 올해 연말에 진정한 고용대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 | 김병권 기자는 새사연 부원장입니다.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용악화, #7월고용동향, #취업희망포기, #그냥쉬었음, #고용유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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