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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저지앙 샤오싱의 술집
▲ 작가 루쉰이 가장 좋아했던 술집 셴헝주점 본가 루쉰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저지앙 샤오싱의 술집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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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미식가가 아니다. 그 때문에 중국 음식에 관한 글도 별로 쓰지 않았다. 이 분야에는 전문가들이 워낙 많아서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수많은 여행길에서 중국 음식을 주문하고 안내했지만, 나쁜 평을 듣지는 않았다.

또 중국 문화를 말하면서 음식을 빼놓을 수는 없다. 술이 그렇듯 음식도 한 지역의 문화를 말해 주는 수단이다. 한 끼를 싸게 먹으면 1~2위안이면 된다. 하지만 올해 7월 윈난성 쿤밍의 한박람회에서 한 끼에 36만위안(한화 6500만 원 가량) 식단 모형을 선보일 정도로 음식값도 천차만별이다.

중국 요리 제대로 즐기는 방법

한국에서 먹는 중국 음식이나 패키지여행에서 만나는 음식으로 중국 음식을 평가하는 것은 헛다리 짚기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짧게나마 중국 음식을 이야기해본다. 

중국 요리에는 4대 요리, 10대 요리 등 대표주자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중국 요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그다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가면 중국 전역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대부분 맛볼 수 있다. 필자는 우선 베이징 미식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베이징 요리는 중국 4대 요리로 불린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은 별로 없다. 기후로 봤을 때 베이징의 겨울은 상당히 춥다. 그 때문에 높은 칼로리가 요구되어 지방질이 많은 자차이(炸菜:튀김요리)와 차오차이(炒菜:볶음요리), 류차이(溜菜:녹말을 끓인 진한 국물을 붓는 요리), 파차이(蔣菜:갈분을 넣고 푹 끓이는 요리), 장웨이(醬味:된장으로 간을 맞추는 요리) 등이 많다.

베이징 요리 전문점들은 자기의 특색과 다른 지방 요리의 장점을 살려서 독특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베이징 음식점은 크게 4가지 형태다. 우선 일반음식인 지아창차이(家常菜), 베이징덕 요리점인 카오야, 궁정요리인 광푸차이(官府菜), 교외 가정 요리인 농지아차이(農家菜)로 나눌 수 있다.

전통건물을 활용한 전통 베이징 요리 명가 화지아이위앤은 푸젼화된 중국 음식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한다
▲ 베이징 요리 명가 화지아이위앤 대문 전통건물을 활용한 전통 베이징 요리 명가 화지아이위앤은 푸젼화된 중국 음식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한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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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베이징 음식점은 화지아이위앤(花家怡園)이다. 베이징 궁성에서 서북향으로 나갈 때 통과하는 동즈먼에 있는 전통 사합원을 활용해 만든 음식점이다. 청더 등 중국 몽고나 동북으로 갈 때, 이 문을 많이 이용했다. 그 때문에 가장 번화한 곳으로 각종 숙박업과 음식점이 성행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그곳에 장례업으로 유명한 화씨 집안이 음식점을 연 것이 시초다. 본점은 베이징의 오랜 주거형태인 사합원(四合院)을 활용해 만들었다. 가운데 있는 천장에도 덮개를 씌워 공연장이나 홀로 이용한다.

대표 음식은 꼬치로 구운 형태의 파이구(갈비)다. 독특한 튀김가루를 입혀 튀긴 갈비는 하나만 먹어도 배가 찰 정도로 크다. 다른 음식들도 각 지역 음식의 장점을 살려 입맛을 돋운다.

베이징의 최고 음식은 베이징덕

오리 요리의 명가로 껍질부터 발라주면 전병 등에 싸 먹는다
▲ 베이징 대표적인 음식점 취엔쥐더 오리 요리의 명가로 껍질부터 발라주면 전병 등에 싸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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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덕의 가장 유명한 체인점 취엔쥐더의 발상지는 치엔먼이다. 따자란 시장의 정면에  있는 취엔쥐더는 이제 체인점이 20개가 넘었다. 또, 자금성 남부 재개발 열풍 속에 치엔쥐더 본점도 무너질 위기를 맞았지만, 그 역사 덕분에 본 모습을 지킬 수 있었다.

베이징 카오야의 진짜 맛은 오리 껍질에 있다. 오리껍질에 파, 춘장을 넣어 전병으로 싸서 먹으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그 맛에 빠지게 된다. 그 때문에 외국 손님들이 오면 꼭 들리는데, 치엔먼점에서 멀지 않은 허핑먼(和平門) 점에는 다녀간 이들의 기념사진이 있다. 어지간한 유명 정치인은 다 구경할 수 있다.

샤오페이양과 더불어 수안양로우 명가인 동라이순 왕푸징점.
▲ 수안양로우 명가 동라이순 샤오페이양과 더불어 수안양로우 명가인 동라이순 왕푸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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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야만큼 유명한 것은 수안양로우다. 이 음식은 원래 네이멍구에서 전래됐지만, 지금은 베이징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다양한 특색의 탕에 양고기와 육류, 해산물, 야채 등을 넣어 먹는 샤브샤브다. 이런 음식 형태가 쓰촨요리에도 있는데 상대적으로 수안양로우는 매운 맛이 덜한 게 특징이다. 샤오페이양(少肥羊)과 하이디라오(海底擄)가 가장 유명한 체인이다. 이 음식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으로 10명 중 한 명 정도가 실패할 뿐 대부분이 좋아한다.

항저우 가면 동파육에 거지닭 먹어야...

필자가 처음 샤오싱에 방문한 것은 2002년 여름 <중국철학기행>의 취재를 위해 40여 일 가까이 중국 전역을 여행하던 때다. 치수의 황제 우왕(禹王)의 묘가 있고, 왕희지의 고향이자 루쉰, 저우언라이, 차이위앤페이(북경대 초반기 발전을 선도한 총장), 추진 등 수많은 명인의 고장인 샤오싱은 빠질 수 없었는데, 강남 특유의 여름 더위가 한창일 때 샤오싱에 도착했다.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밤중에 한참을 헤매어 황주를 파는 곳을 발견해서 허겁지겁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십여 차례 샤오싱에 들렀고, 갈 때마다 셴헝주점에 들러 음식을 먹었지만 물린 기억은 없다.

샤오싱에서 한 시간도 되지 않은 곳에 저지앙 음식의 중심인 항저우가 있다. 항저우는 차로도 유명하지만,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항저우와 쑤저우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의 근원에는 세상의 먹거리가 풍부하다는 뜻도 있다. 사실 로마시대 귀족들의 사치품이었던 비단은 모두 항저우나 쑤저우 등지에서 건너간 것이다.

이곳의 물건을 로마에 팔 정도였으니 이곳이 고대부터 얼마나 풍요로운 생활을 했을지는 굳이 설명한 필요가 없을 것이다. 흔히 패키지여 행으로 항저우를 가면 동파육에 거지닭을 먹는다.

동파육 등으로 유명한 로우와이로우는 지앙저 요리의 대표적인 명가다
▲ 항저우 요리의 명문인 로우와이로우 동파육 등으로 유명한 로우와이로우는 지앙저 요리의 대표적인 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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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먹는 음식을 항저우 음식으로 착각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보다 못한 일이다. 항저우 음식을 먹었다고 하려면 시후(西湖) 옆에 있는 로우와이로우(樓外樓)를 꼭 들러볼 일이다.

정자 밖 정자라는 낭만적인 이름처럼 이 음식점은 160년 역사를 가진 항저우의 역사적인 음식점이다. 이 집의 대표음식은 동파육이다. 소동파가 제방을 쌓을 때, 노동자에게 해서 먹였다는 동파육은 삼겹살 뭉치를 황주에 넣어서 푹 고은 요리로 숟가락으로 떠먹을 만큼 부드럽다.

느끼할 것 같지만, 황주가 그 느끼한 맛을 잡아주어 처음 먹어본 사람들도 대부분 좋아한다. 거지닭의 음식명은 화동지(化童鷄)인데 시후의 연잎에 어린 닭을 쌓아서 만든 요리로 생각보다는 인상적이지 않다. 그밖에 시우추위(西湖醋魚), 송샤오위껑(宋嫂魚羹)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그다지 익숙치 않다.

고구려를 침략해 망국으로 이끈 수양제(隋煬帝 569 ~ 618)는 항저우에서 뤄양 인근까지 운하를 놓은 인물이다. 따라서 경항운하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흘러갔다. 그 가운데 음식문화도 있는데 특이하게 강남 수향(水鄕, 동양의 베니스)에는 족발 요리가 발달했다.

시탕, 우전, 통리, 저우주왕으로 이어지는 지역에는 동네마다 각기 다른 족발요리가 있는데 역시 대부분 우리 입맛에도 맞다. 또 이 지역에는 각 고장마다 전통 음식 코스가 있는데, 미식가라면 지방을 순회하면서 먹어도 무방할 것이다.

상하이 요리에서 가장 이름난 것은 '상하이 게요리'

상하이 게요리 명가 왕바오허의 게요리. 가장 저렴한 메뉴인데, 꽃으로 장식했다. 이집 특유의 황주와 조화를 이룬다
▲ 상하이 게요리 명가 왕바오허의 게요리 상하이 게요리 명가 왕바오허의 게요리. 가장 저렴한 메뉴인데, 꽃으로 장식했다. 이집 특유의 황주와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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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짧지만, 상하이는 지앙저요리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중국 최대의 국제도시이니 중국의 명 요리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모든 음식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한 세계 음식점 목록에는 여러 곳의 상하이 지역 음식점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상하이 요리에서 가장 이름난 것은 상하이 게요리다. 10월 말경 양징후(陽澄湖) 따자셰(大閘蟹)가 유명하다. 양징후에 게가 살찌는 가을을 <홍루몽>의 작가 조설근(曹雪芹)은 "엄지발을 묶어 쌍쌍이 아름다운 옥(게)이 차면, 요철(게를 먹는 도구)을 든 손에는 향기가 스미네"라는 말로 묘사했다. 사실 상하이 게는 천정부지인 가격과 달리, 먹을 수 있는 양은 극히 적다. 따라서 게를 맛있고 효과적으로 먹을 수 있는 도구들이 8가지나 있다. 그 안에는 작은 망치, 가위, 집게 등이 있다.

중국 어느 지역에서나 이쪽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체인점도 있다. 그중 샤오난궈(小南国)나 셴헝주점(咸亨酒店)을 권한다. 우디런지아(吳地人家), 루루지우지아(鷺鷺酒家), 쿵이지지우루(孔乙己酒楼)도 유명한 체인점이니 이용해도 무방하다. 이쪽 지역은 바다도 가깝고, 물자도 풍부해 비교적 짜게 먹는다. 따라서 음식을 주문할 때는 좀 싱겁고(淸淡), 샹차이를 빼달라는 주문을 해두는 게 불행을 막을 수 있다.

중국음식의 본가 광둥요리는 각양각색의 딤섬

중국 8대 요리에 꼭 들어가는 광둥요리는 어떤 음식일까. 광동요리를 일컫는 가장 대표적인 말은 위에차이(粤菜)다. 위에(粤)는 광동의 간칭으로 광둥성 차들의 앞에는 이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지역은 발음이 같은 월(越)의 지역인데, 음식의 구분으로 본다면 광둥성의 중심인 광저우를 대표하는 광저우차이(廣州菜), 동부음식을 대표하는 차오저우차이(潮州菜), 후이저우(惠州)를 중심으로 하는 동지앙차이(東江菜)가 광둥요리의 3대 대표주자다.

하지만 중국 사람에게 중국음식의 본가는 아무래도 광둥요리다. 실제로 식당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메뉴 가운데는 광둥요리가 많다. 이는 광둥요리가 풍부한 해산물을 바탕으로 하고 풍요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귀한 사람을 대접할 때는 광둥요리를 대접해야한다는 분위기를 만든 탓이다.

광둥요리가 중국 요리를 대표하는 이유는 우선 재료를 풍부하게 쓰고, 조미료 배합이 정교하기 때문이다. 광둥요리는 삶는 방식(烹調)을 선호하는데 상대적으로 삶는 기술은 튀기거나 볶는 것에 비해 더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조리사의 능력이 필수적이다.

어떻든 광둥요리가 지향하는 바는 맑지만 싱겁지 않고(淸而不淡), 신선하지만 일반적이지 않고(鮮而不俗), 말랑말랑하지만 너무 날것이 아니고(嫩而不生), 기름을 치지만 느끼하지 않은(油而不腻) 것을 주요한 미덕으로 친다.

이제 광동요리의 역사를 보면 조금은 황당한 홍콩 음식영화인 쉬커(서극) 감독의 <금옥만당(金玉滿堂: Chinese Feast, 1995)>이나 저우싱치(주성치) 감독의 <식신(食神 1996)> 등으로 즐겨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인에게 광둥요리의 가장 익숙한 지명은 차오저우(潮州)다. 차어저우는 광둥성의 가장 동부지역으로 해안도시인 산토우(汕頭)의 바로 위에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오저우 음식 특유의 향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차오저우 음식은 원래 향(香), 농(濃), 선(鮮), 첨(甛)을 선호하고, 향료로 위루(魚露), 사차장(沙茶醬), 메이까오장(梅羔醬), 지앙주(姜酒) 등을 선호하는데 이 재료의 대부분이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 편이다.

광저우가 아닌 타 지역에서 광둥요리를 즐기는 가장 편한 방식은 진딩셴(金鼎軒)일 듯하다. 진딩셴은 베이징에만 해도 몇 곳이 있는데 특히 광동 특유의 딤섬으로 유명하다. 특히 밤늦게까지 영업해 밤 술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곳 중 하나다. 샤지아오황(蝦餃皇), 피단쇼로우주(皮蛋瘦肉粥), 샤지아오(蝦餃), 단단미엔 등은 단순하기는 하지만 즐기기 편한 음식이다. 그밖에도 강리찬팅(港麗餐廳) 등은 중저가 광동요리 전문점이고, 탕궁하이션팡(唐宮海鮮舫) 등 해산물 위주의 광동요리전문점도 있다.

중국 유명요리 중에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가 많은 곳은 쓰촨요리와 후난요리다. 두 곳 요리 모두 매운 맛에는 일가견이 있다. 쓰촨요리는 마른 고추를 많이 써서 입속에서는 맵지만, 넘기면 매운 느낌이 덜하다. 반면에 후난요리는 생고추를 많이 써서 들어가서도 매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중국 음식의 세계를 가장 확장시킨 인물로 서태후를 꼽기도 한다. 서태후는 같은 음식을 절대 올리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요리사들은 음식의 계보를 만들고, 하루하루 다른 음식을 내놓았다고 한다. 목숨을 건 음식 만들기가 지금 중국 요리의 토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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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국요리, #카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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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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