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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부터 2박3일간 14~16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1차 오마이뉴스 청소년기자학교가 열렸습니다. 서른세명 청소년들의 씩씩하고 재밌었던 3일을 기록합니다. 17세~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2차 청소년기자학교는 오는 11일부터 2박3일간 열립니다. 신청하기 ☞ http://omn.kr/9jwy [편집자말]
지난 7월 28일(이날은 마침 1년 중 가장 덥다는 중복이었어요) 오전 9시 무렵이 되자 합정역 2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로 청소년들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김포 과천 원주 춘천 광주 김제 청주 여수 등 전국에서 모인 청소년들은 여행가방을 메고 밀고 들고 나타났습니다. 이들을 태우고 갈 45인승 버스에는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안내판이 붙어있었지요.


오연호 대표 "중학교때 연애편지 쓰며 처음 가슴이 뛰었다"

버스 출발시각이 다가왔습니다. 부모님과 동행해 일찌감치 집결 장소에 도착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지방에서 오기로 한 나윤이 재권이 남매와 시언이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어요. 지하철 2호선 봉천역에서 전동차 고장으로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세 명의 친구들이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얼마나 당황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뒤늦게 도착한 이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도리어 선생님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원주에서 올라온 한울이는 부모님 도움없이 혼자 서울에 온 것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참가자 중에는 결막염에 걸린 친구, 다리 깁스를 푼 지 얼마 안 된 친구도 있었어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자학교에 임하는 학생들의 열정과 의지가 느껴졌지요.

맨먼저 버스는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를 향했습니다. 각자의 명찰과 일정표, 취재수첩을 받고 조를 배정받았어요. 이번 기자학교는 1조에서 5조까지 각 조별로 한 명씩 담임쌤을 배정하여 더욱 안전한 기자학교로 운영했습니다.

지난 7월 28일부터 2박 3일간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1차 (14~16세) 과정이 열렸다.
 지난 7월 28일부터 2박 3일간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1차 (14~16세) 과정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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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대표기자의 강의로 '2014 여름 1차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2박3일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가슴 뛰는 글쓰기'를 주제로 강의한 오 기자는 중학교 시절 연애편지를 쓰면서 처음으로 가슴 뛰었던 경험을 학생들에게 털어놨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쓸 때 가장 잘 쓸 수 있다"며 글쓰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을 인터뷰하다

강화 오마이스쿨로 가기 전 의미있는 인터뷰 순서가 있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만남이 그것이지요. 분초를 다투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 시장은 청소년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접견대기실에서 몇 분간 대기하다가 만난 박원순 시장. 친할아버지같은 온화한 표정으로 참가자들 이름을 한명한명 불러주면서 악수를 건네셨지요. 긴장이 풀린 참가자들은 청소년 기자로서 당당히 박 시장에게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지난 7월 28일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참가자들이 박원순 시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지난 7월 28일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참가자들이 박원순 시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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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재선에 성공하셨는데 서울 시민들이 시장님의 어떤 점을 보고 뽑아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박근혜 대통령과 접견이나 회담이 없으셨는데 만나게 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겠습니까?"
"시장님의 공약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인권 변호사 시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어떤 게 있으십니까?"

박 시장은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히 답변해주었습니다. 청소년 기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며 칭찬을 하기도 했지요. 짧지만 강렬했던 박 시장과의 만남을 뒤로한 채 학생들은 시청 광장으로 이동해 서울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서울에 살지 않는 친구들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지요.

언론의 '슬기로운 해법'은 무엇일까?

오후 4시, 강화도로 출발한지 한 시간여 만에 강화 오마이스쿨(강화도 불은면 넙성리) 에 도착했습니다. 강당에 모인 청소년들은 버스에서 서로를 인터뷰한 내용을 발표하고 안전 교육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강화도에서 본격적인 글쓰기 수업이 시작되었지요.

이어진 다큐멘터리 영화 <슬기로운 해법> 감상 시간. 다소 무겁고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화려하고 멋지게만 보았던 언론의 또다른 면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깜깜한 조명 아래 몇몇 친구들은 졸기도 했지만 대부분 영화를 끝까지 지켜보며 언론이 왜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그리고 '종이 신문의 미래'와 '언론의 중립성'에 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동안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소신 있는 관점을 세워나갔습니다.

강화에서 직접 키운 옥수수를 하나씩 입에 물고 곰곰이 고민하는 모습들이 과연 미래의 언론인다웠어요. '공정한 언론을 만들기 위한 슬기로운 해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한 학생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시민들이 언론의 감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맺힌 슬픔 풀릴 때까지' 강화 평화-역사기행

7월 29일. 둘째 날 아침을 활기차게 열었습니다. 첫 날, 글쓰기와 토론으로 머리에 쥐가 난 참가자들을 위해 잠시 머리를 쉬게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소년 극단 '진동' 대표이자 연출가 박종우 선생님과 함께 연극놀이, 신체표현 활동을 하는 동안 '꺄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어요. 표현력도 기르고 다른 조 친구들과도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한바탕 몸을 푼 후에는 다시 '청소년 기자학교' 본분에 맞게 기사 쓰기 수업을 했습니다. '빨간펜' 선생님 이준호 기자의 지도 아래 짜임새 있게 글을 쓰는 법을 전수 받았지요. '셧다운제', '청소년의 이성교제'등 초미의 관심사들이 글쓰기 소재로 등장했어요. 나윤(15)이는 '심야시간에 인터넷 게임을 제한한다면 청소년들이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등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셧다운제 실효성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자신들의 이야기인 만큼 모두들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주었어요.

강도 높은 글쓰기 훈련을 마친 아이들은 산마을 고등학교 최보길 선생님과 강화 평화-역사기행 길에 올랐습니다. 출발 30여 분 지났을 즈음, 멀리 해안선을 따라 철책이 보였고 버스는 군인들의 제재를 받으며 갑자기 멈추었습니다. 민간인출입통제구역이기 때문이었지요. 막내 은종(14)이가 학생 대표로 출입일지를 작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언덕배기를 따라 올라간 곳에는 '제적봉평화전망대'가 있었습니다. 강화도는 파주, 철원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북녘 땅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에요. '그리운 금강산' 노래를 들으며 남북 대치의 현실을 망원경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강 하나 건너면 북녘땅, 청소년들 모두에게 첫 경험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북한 땅을 눈앞에서 바라본 참가자들은 처음엔 신기해하다가 최보길 선생님이 들려준 분단의 역사 앞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눈으로 통일이 되는 것을 볼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오마이스쿨은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에 참가자들의 부모님들에게 실시간으로 자녀들의 활동 사진과 일정 등을 발송했다.
 오마이스쿨은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에 참가자들의 부모님들에게 실시간으로 자녀들의 활동 사진과 일정 등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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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제비꼬리를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연미정. 교과서에 나오는 병인양요와 신미양요가 일어난 장소이기도 하죠. 참가자들은 최 선생님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정자 아래 강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날렸지요.

강화 오마이스쿨로 복귀한 후에는 선배 기자와의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최경준 기자는 '병아리 기자' 시절부터 현재 오마이뉴스 사회부 팀장이 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습니다. 인터넷 신문이 생소하던 시절 '무명' 기자로서의 설움을 회고하기도 했지요. 기자를 꿈꾸는 참가자들은 귀를 더욱 쫑긋 세웠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의 기자실 차별 문제를 공론화 하며 첫 특종을 잡은 순간까지 고스란히 학생들 가슴에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언제나 '왜'라는 질문을 놓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밤 10시. 저녁에 먹은 밥이 다 소화되어 출출할 즈음, 묵묵히 기자학교 일정을 소화해준 친구들을 위한 쌤들이 치킨을 준비했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작은 것도 감사히 여기게 된 참가자들. 치킨 한 조각에도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해주었어요. 그렇게 청소년 기자학교의 마지막 밤이 저물었습니다.

신문을 만들다...평화, 셔틀, 삼조, 유쾌, 소통

7월 30일. 셋째 날. 참가자들에게 조별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바로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를 기사로 작성하는 것이었어요. '편집'과 '마감'은 기사 작성의 마무리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요. 제한된 지면 안에 어떤 정보를 넣고 뺄 것인가,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나 완성도 높은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이번 과제의 미션!

이번 청소년 기자학교를 크게 다섯가지 주제로 나누어 각 조마다 신문을 만들었어요. 신문 이름을 짓고, 적절한 위치에 사진도 오려 붙이고, 캡션도 달았지요. 조원들이 서로 협력하며 신문을 만드는 모습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팀워크가 단단해졌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하여 발행된 1조 '평화신문', 2조 '셔틀신문', 3조 '삼조신문', 4조 '유쾌한 신문', 5조 '소통일보'. 조마다 개성과 2박 3일의 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어요. 참가자들이 나중에 커서 진짜 기자가 되었을 때 여기서 작성한 첫 기사를 추억하겠지요?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참가자들이 조별로 신문을 발행하였다. 왼쪽부터 차례로 '평화신문', '소통일보', '삼조신문', '셔틀신문', '유쾌한신문'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참가자들이 조별로 신문을 발행하였다. 왼쪽부터 차례로 '평화신문', '소통일보', '삼조신문', '셔틀신문', '유쾌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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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만든 후에는 롤링페이퍼에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어요. 쌤들도 아쉬운 마음을 롤링페이퍼에 꾹꾹 눌러 썼습니다. 그리고 오연호 대표기자의 축사와 함께 수료식이 이어졌습니다. 청소년 기자학교 2박3일 간의 과정을 성실히 수행한 서른 세 명의 모든 참가자들이 수료증을 받았지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모든 일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참가자들 손에 들린 수료증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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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꿈의 지도, 그 밑그림을 함께 그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당신의 꿈을, 당신의 인생을 응원하겠습니다."

무척이나 더웠던 2014 여름, 강화도의 추억이 참가자들 앞날에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2015년 겨울에 다시 만나요. 꼭이요~!

(17세~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2차 청소년기자학교는 오는 11일부터 2박3일간 열립니다. 신청하기 ☞ http://omn.kr/9jwy )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수료식을 마치고 강화 오마이스쿨 앞에 모여 기념샷!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수료식을 마치고 강화 오마이스쿨 앞에 모여 기념샷!
ⓒ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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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1차(14~16세) 과정
지난 7월 28일부터 2박3일간 서울과 강화 오마이스쿨에서 '2014 여름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1차 (14~16세)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서른 세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강나윤 강재권 김가영 김   산 김정은 김준서 김한별
노승아 박단비 박성현 박예린 박재희(2조) 박재희(3조)
서하울 심소원 심채린 유삼환 유현정 윤주선 이가현
이도경 이은종 이지원 이   활 임동재 장민수 정소연
정윤종 진관중 최시언 최윤혁 홍수빈 이산하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더불어 오마이스쿨을 믿고 자제 분들을 보내주신 어머님 아버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태그:#오마이스쿨, #오마이뉴스, #청소년기자학교, #박원순,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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