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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에코피스 아시아와 현대자동차는 대표적인 황사발원지인 중국 내몽고(네이멍구)에서 7년째 초원복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말라버린 호수를 초원으로 복원하는 데 상당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내몽고자치구 시린커러멍 아파카치현 차칸노르(현대 그린 존Ⅰ)에서 활동을 벌였다.

올해부터는 시린커러멍 정란치 인민정부와 공동으로 정란치 내에 있는 마른 호수를 초원(현대 그린 존Ⅱ)으로 복원하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 선발된 대학생 80명(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이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초원복원 활동에 함께했다. 기자는 이 활동에 동행해 현장을 취재했다. - 기자 말

박상호 소장은 한국, 중국을 통틀어 내몽고 마른 호수 생태복원 전문가로서 여전히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 초원 복원 전문가 박상호 소장 박상호 소장은 한국, 중국을 통틀어 내몽고 마른 호수 생태복원 전문가로서 여전히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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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피스아시아 베이징사무소 박상호(46) 소장은 중국 내에서 자타공인 마른 호수(예전에는 바다였고, 증발량이 많아 염분이 많은 호수) 생태복원 전문가로 통한다. 사막에 나무를 심는 사막화 방지 사업은 많지만, 말라버린 알칼리 호수를 생태복원 하는 NGO 단체로는 중국과 한국을 통틀어 박상호 소장이 속한 에코피스아시아가 유일하다.

박상호 소장은 2005년 길림성에서 초원 복원 활동을 펼쳤고,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내몽고자치구 시린커러멍 아파카치현에서 말라버린 알칼리 호수인 차칸노르 12만 무(2400만 평)를 초원으로 되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활동에 대해 중국 내 전문가들은 "탁월하다", "기적과 같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평가 덕분에 올해부터는 내몽고자치구 시린커러멍 정란치 인민정부와 협력해 정란치 관내 보샤오떼 호수 등 6만 무(1200만 평)에 달하는 마른 호수를 초원으로 복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 사막화 가속되면 한국도 피해 받아"

내몽고 초원에서는 사람도, 가축도 초원의 일부이다.
▲ 내몽고 초원에 방목된 소떼 내몽고 초원에서는 사람도, 가축도 초원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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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호 소장은 2008년부터 중국에서 거주하면서 사막화 방지 활동에 전념했고, 그 해 밀려드는 격무로 인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 외국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박 소장은 2013년 중국 현지 환경단체의 추천으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환경대상에 해당하는 중국 '생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소장은 사막화 방지 사업의 의미에 대해 지구적인 차원의 생물다양성 및 사용 가능 토지 보전이란 측면을 지적한다. 이어 중국의 사막화에 대해서는 "중국의 환경재앙은 한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중국에서 사막화가 지속되면 황사가 불어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경작지가 줄면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농축산물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의 사막화로 경작지가 감소하면, 그에 따라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상호 소장은 "중국의 환경문제를 우리가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지인들을 독려해 잘 (해결)되게 해야지, 밖에서 우려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국의 문제가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황사는 봄철뿐만 아니라 가을, 겨울에도 불어온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보통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는 타클라마칸 사막 및 고비 사막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한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대부분은 베이징과 마찬가지로 내몽고 초원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내몽고의 말라버린 호수에서 발생한 알칼리성 물질이 황사에 포함된다. 베이징에 부는 황사의 94%는 입자 크기가 0.074mm의 미세분진인데, 베이징에서 채집한 미세먼지의 입자 형태가 내몽고 호수의 입자와 유사한 상황이다. 이런 황사가 바람을 타고 다시 한국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 박 소장의 말이다.

"인간과 가축 역시 초원의 일부"

내몽고의 마른 호수는 알칼리 성분 때문에 나무가 자랄 수 없어, 박상호 소장은 감봉(나문재)을 활용해 마른 호수를 초원으로 만드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마른 호수에서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는 감봉의 모습이다.
▲ 마른 호수에서 자라는 감봉 내몽고의 마른 호수는 알칼리 성분 때문에 나무가 자랄 수 없어, 박상호 소장은 감봉(나문재)을 활용해 마른 호수를 초원으로 만드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마른 호수에서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는 감봉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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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상호 소장은 황사가 우리나라에 부정적 영향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지적한다. 그는 "지금 위성 고고학이 발달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한 흙 알갱이들이 남미의 아마존에서 영양분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한국은 아주 오래된 토양으로, 토양 속에 알칼리가 다 빠져나갔는데, 정기적으로 황사가 불어서 유기물, 무기물을 공급해 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내몽고 초원에 나무가 없는 이유에 대해 박상호 소장은 "첫째 강수량이 400mm 이하니까 수목한계선에 걸리고, 둘째 토양 자체가 알칼리 토양이기 때문에 나무가 자랄 수 없다"고 분석했다. 초원이라는 특징 때문에 나무 종자는 끝없이 날아오지만, 토양 자체가 조건이 안 되기 때문에 자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알칼리 토양의 마른 호수는 감봉(나문재 종류)이라는 식물을 통해 생태복원 하는 방법이 최선이라 박 소장은 강조한다. 유럽에서 감봉은 샐러드 재료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감봉으로 마른 호수를 덮으면 주변 온도가 3~4도 낮아져 지역의 미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에코피스아시아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상호 소장은 "감봉의 가장 큰 역할은 선봉식물이라는 것"이라 설명한다. 감봉이 토양 표면을 덮고 나면, 다른 풀들이 와서 자랄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감봉 식재 과정에서 큰 경험을 했다. 번식력이 좋은 감봉이 과다성장하면 토양 내 한 영양분만 다 뽑아 쓰게 돼 결국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양이나 소를 풀어서 적당량을 뜯어 먹게 하는 것이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초원은 인간이 방목을 하고 자연 식물계와 상호작용하면서 2천 년 동안 만들어온 곳"이라 말했다. 이어 "인간과 가축이 빠지면 초원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간과 가축 역시도 초원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호 소장은 "생태복원은 (지역의) 생태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가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은 사업은 돈 낭비이며,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꼴이 된다"고도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 간 환경교육 힘쓸 터"

박상호 소장이 내몽고 초원 관측 설계원 짐써(61)씨와 마른 호수의 초원 복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내몽고 전문가와 초원 복원에 대한 상의하는 박상호 소장 박상호 소장이 내몽고 초원 관측 설계원 짐써(61)씨와 마른 호수의 초원 복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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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호 소장은 "사실 지금까지는 중국을 이해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했다"며 그간의 활동을 총평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중국사회 내에서 어느 정도 네트워크가 형성됐고 교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 박 소장은 마른 호수 생태복원뿐만 아니라 중국 샤먼 지역에서 지역 환경단체와 협력해 맹그로브 보전 및 식재 활동도 벌이고 있다.

그는 앞으로 한국과 중국 간 환경교육의 교량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의 환경교육은 주입식이었다. 예쁘다는 것도 주입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학생들이 놀이를 통해서 저절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너무나 재밌게 놀고 나서 이게 생태적으로 무슨 의미인가 설명하면 스스로 깨닫게 된다."

한편, 박상호 소장은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내몽고 유목민 체험과 생태교육 프로그램, 마른 호수 복원 활동을 진행했고, 8월 3일부터는 베이징 지역 중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blog.naver.com/ecocinema)에도 올립니다.



태그:#내몽고, #사막화, #박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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