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혁모

안혁모 원장 ⓒ C.A.S.T. by iHQ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17년 동안 스타들의 스승으로 살아온 사람이 있다. 배우에서 출발해서 이제 배우들을 가르치는 연기자 선생님이 된 안혁모 원장이다.

그와 함께 연기를 공부했던 배우들은 그 이름만 들어도 '와!' 라는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 장혁·전지현·조인성·송중기·김선아 등 누구나 한 번쯤 만나고 싶은 스타들이기 때문. 안혁모 원장은 그들이 신인 때부터 톱스타가 된 지금까지 깊은 교감을 나누며 연기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있어서 함께 소통하고 있었다. 

경기도립극단에서 수석 연기 단원으로 11년 동안 약 1500회 공연을 올린 베테랑. 다리 부상으로 인해 연기자 생활을 접은 그는 연습생, 신인·프로연기자들을 1997년부터 지금까지 총 100여명 이상 가르쳤다. 안혁모 원장의 제자들 중에서도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스타들의 이모저모를 그에게 들어봤다.

<그 겨울> 조인성..고급스러운 연기란 이런 것!

  SBS드라마스페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이 5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조인성 ⓒ 이정민


안혁모 원장과 배우 조인성과의 인연은 13년이 됐다. 그와 다수의 작품을 함께 했고 조인성의 군 제대 후 복귀작인 <그 겨울, 바람이 분다>도 함께 했다. 

"조인성은 군대 갔다 와서 많이 쉰 상태였죠. 다시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예전의 감각을 깨워내야 하니까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인물 분석을 같이 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톤을 잡았습니다."

극 중 조인성이 연기한 오수는 이전에 흔히 보아왔던 폭발적인 연기톤도, 요즘 하정우 등으로 대표되는 '리얼 생활형' 연기도 아닌 특별한 형식의 연기톤을 선보여 관계자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안혁모 원장은 "조인성이 <그 겨울>에서 선보인 연기는 고감도로 양식화되어야만 가능한 연기"라고 설명하며 "그 톤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굉장히 연습을 많이 해서 나온 연기다. 조인성은 '아' 라고만 해도 이해를 하는 감각이 탁월한 배우다. 어마어마한 연습량은 물론 그런 '감'까지 있어서 이번에 양식화 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연기를 소화했던 것 같다"고 호평했다. 

장혁, 연기 연습 제일 많이 하는 배우

  7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 제작발표회에서 NSS TF-A팀장 정유건 역의 배우 장혁이 자신이 맡은 배역을 소개하고 있다.

배우 장혁 ⓒ 이정민


안혁모 원장은 제자들 중에서 가장 연습벌레로 배우 장혁을 꼽았다. 이번 <아이리스2>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도 함께 만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고. 

"장혁은 틈만 나면 와서 '선생님 이 작품은요, 제가 이래요 저래요' '어떤 게 더 좋을까요?' '선생님이 읽어 보세요' '선생님 의견 어떠신가요?'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좋을까요' 라고 항상 질문도 많이 하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럼 저는 한 작품에서 그 인물의 어떤 이미지를 내세우면 좋은지, 가장 포인트가 되는 신과 정서에 대해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눕니다.

장혁은 톱스타가 되어서도 신인 시절의 소탈한 심성을 가졌어요. 언젠가는 연습할 때 '시장하시죠? 저는 배가 고파서요' 하면서 편의점에서 파는 크림 샌드위치 빵이랑 흰 우유 2개를 사와서 같이 먹었어요. 맛있는 것도 많은데, 신인시절 어렵고 힘들었을 때를 기억하면서 그렇게 사다 먹더라고요. 배우의 기량과 위치는 점점 훌륭해지는데, 초심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그가 참 대견합니다."

<늑대소년>과 <착한남자>...변신의 달인 송중기

 영화<늑대소년>에서 늑대소년 역의 배우 송중기가 25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배우 송중기 ⓒ 이정민


변신의 끝이 없는 남자 송중기. 지난해 영화 <늑대소년>에서 순수함과 야성의 매력을 지닌 늑대소년을 연기한 그는 그해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는 문채원과 박시연 사이를 오가며 섬세한 멜로 연기를 선보여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기자를 처음 만나면, 한 작품 한 작품을 하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연기자가 쭉 가야하는 궤적을 같이 그려나갑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송중기는 마음껏 놀 수 있었고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역사 공부도 함께 했어요. 세종뿐만 아니라 이방원 등 그 인물의 뿌리와 시대적인 배경 등 모든 것을 다 알아야 그 사람의 대사 하나, 눈빛 하나에도 그 깊이가 배어 나오거든요. 인물의 모든 배경이 마음속에서 머릿속으로 모두 들어오도록 이끌어줍니다.

송중기의 눈빛은 사실 굉장히 강해요. <착한남자>에서는 그런 눈빛과 더불어 보이스 트레이닝을 통해서 목소리는 낮고 작지만 밀도가 높은, 자연스러운 울림이 나는 소리를 찾아낸 것입니다. 속삭이는 듯 하지만 소리는 잘 들리는 거죠. 눈빛은 뭘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깊이 있게 관통하는 듯이 바라보는 거죠. 아무런 마음이 안 느껴지는 무심하면서도 깊이 관통하는 눈빛을 만들어냈습니다."

안혁모 원장은 송중기에 대해서 말을 할 때, 손으로 원을 그리면서 설명했다. <성균관 스캔들><뿌리깊은 나무><착한남자>에서 보여준 바람둥이처럼 뺀질뺀질 놀다가, 다시 누르면서 힘을 가지다가도, 따뜻한 느낌이 나게 풀어주는 원. 그렇게 돌고 돌았을 때, 훨씬 더 탄탄하고 깊어진다고. 

안혁모 원장 "그런 다양한 작품을 통해 회전을 할 때 좋은 연기자가 되는 것 같다"라며 "한 바퀴를 돈 송중기는 이미 그 깊이가 다른 또래 배우들에 비해서 출중하다. 그의 깊이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 보여드린 것보다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좋은 배우"라고 전했다.

"퇴직해도 꿈은 필요해..오래 걸려도 계속 꿈꾸길"

안혁모 원장은 현재 싸이더스(sidus) HQ 연기자 책임지도와 'C.A.S.T. by iHQ' 연기아카데미 원장을 맡아 배우들을 키워내고 있다. 17년간 그가 읽은 대본과 시나리오만 트럭에 실어도 모자를 정도.

그가 최근에 <스타가 빛나는 이유>라는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꼭 연기자를 꿈꾸는 이들뿐만 아니라 '꿈을 잃은 청소년들과 어른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안혁모 원장은 "우리나라는 목표지향적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어른들도 그렇게 사는 것 같다"며 "꿈이 없이 목표만 바라보고 살면 그 꿈을 이루고 난 다음은 굉장히 허탈해 진다. 목표는 언젠가는 이루어지는데 꿈이 없다는 것은 그 다음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저도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이 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목표는 있는데, 꿈은 없는 것 같아요.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교를 가는 목표는 있죠. 그렇게 해서 대학에 들어가면 놀고 먹고 그런 친구들이 많잖아요. 어른들도 마찬가진 거 같아요. 목표를 못 이루면 삶을 좌절되게 느끼고, 이루면 그 순간에는 좋아하고. 저는 목표 지향적인 삶이 아니라, 목적이 이끄는 삶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꿈은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학원에서 가르치다보면 아이를 낳고도 학원에 와서 연기를 배우는 분들이 있어요. 과거 연기자의 꿈을 꾸었다가 포기한 분이죠. 저는 직장을 퇴직해도 꿈은 필요한 거라고 봅니다. 오래 걸려도 그때가 꼭 2, 30대가 아니라 6, 70대에서도 꿈은 이룰 수 있다고 봐요. 오래 걸려도 속상해 하지 말고 그 꿈을 꾸며 나갔으면 좋겠어요. 늦게 필 수도 있으니까요."

안혁모 원장은 연기자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수업뿐만 아니라 셀프리더십 강의, 멘토링 강의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다수 하고 있었다. 

"직장인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들도 청년 시절 꿈이 있었다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요. 다 큰 어른들, 아저씨들이 웁니다. 그 꿈이 이제 내 꿈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나의 꿈을 키워내지 못 했다는 것 때문에 우는 것이죠. 저는 그 꿈이라는 게 늦지 않았다고 말해드려요. 멈추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끝까지 꿈을 놓지 마세요."

꼭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연기를 배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취미 활동의 하나로 연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연기를 할 때, 공주 역할도 있고, 살인자, 노숙자, 의사, 형사, 회사 대표 등의 역할을 합니다. 연기를 하면서 작게는 이 인물을 이해해야하고 그렇게 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상사와 부하직원의 입장도 이해하게 되는 것이죠. '아, 왜 저 애가 나를 싫어하고, 미워하는지' '내가 한 이런 행동이 피해가 되는 거구나'를 알게 됩니다. 나를 거울로 비춰보는 경험입니다.

또 기술적으로는 내가 이렇게 표현을 하면 남들은 못 알아듣고 답답해 할 수 있겠구나. 이 인물은 이것을 위해 사는데 난 무엇을 위해서 살지, 무슨 일이 중요하고 나는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 생각이 깊어지고 인생을 통찰하는 깊이도 생깁니다."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안혁모 원장은 한번쯤 연기를 꼭 배워보라고 권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글을 쓰고 읽고 하는 훈련은 많이 가르쳐서 배우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고 표현하는 것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말하기·듣기·쓰기 공부는 많이 하는데, 말하고 표현하는 훈련은 어릴 때부터 잘 되어 있지 않는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 말하기 교육도 필요합니다. 연기를 배우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서 표현을 할 수 있어요. 표정·눈동자·호흡 등 모든 근육을 활용합니다. 온몸으로 내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죠.

연기는 내가 원하는 대로 표현을 하니까 재미있는 것이에요. 또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눌려 있었던 부분들을 확 드러낼 수 있으니까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무대 위에서는 '더 소리 내. 더 웃어! 어 집중해! 더 크게' 등 더한 표현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 동안 내가 살아왔던 것과 반대로 표출하니 신나고 재미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연기자가 됩니까?

"잘 듣고, 잘 보고 해야 합니다. 그게 가장 기본이에요.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연기하기 어려워요. 연기자라는 사람은 책을 죽을 때까지 읽고 해석해서 표현해야 합니다. 대본뿐만 아니라 모든 책을 다 가까이 해야 합니다.

저도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 다 펴놓고 읽고, 예능프로그램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봐요. <뮤직뱅크><음악중심><1박2일><무한도전><개그콘서트> 등 다 챙겨보고, 드라마도 각 지상파 3사뿐만 아니라 케이블, 종편까지 다 챙겨 봅니다. 대본도 일주일에 2,30개 씩 보고요.

그런 중에도 책은 놓지 않아요. 책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기를 잘 하려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게 슬픈 거구나' 그런 정서적 기준이 스스로 있어야 해요. 그런 기준이 없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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