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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인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씨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기사보강 : 26일 오전 10시 9분]

2014년 4월 15일 아침, 나는 내 사랑하는 아들 수현이와 마지막 이별 인사를 했다. 물론 그것이 마지막이란 걸 꿈 속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날 아들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세월호에 승선하여, 세상에서 가장 슬픈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다음날, 세월호는 침몰했다.

그후 4월 22일 우린 헤어진 지 8일 만에 아들을 다시 만났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선은 명확했다. 억울하게 죽은 자식을 품에 안고 분노하는 고통, 연화장의 뜨거운 불구덩이 속으로 아이를 보내는 마음. 죽은 아들은 침묵하고, 오열하는 부모만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었던 그 시간. 이것은 신이 부모에게 주신 최악의 형벌이며, 가장 가혹한 형벌임이 분명했다.

사고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매우 많은 경험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진정 가슴으로 아픔을 공유해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단순한 흥미거리로 생각하는 분들, 무관심한 분들 그리고 조롱거리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없지 않았다.

요즘은 고통 속에 신음하는 유가족들을 많이 만난다. 정신적 충격으로 삶의 터전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가족, 복귀했다가 다시 실직의 길로 내 몰리는 가족, 친동생의 죽음으로 수능 준비를 포기한 고 3학년 학생.

하지만 정작 우리를 죽도록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하나는 진상규명과 관련된 문제이다. 아이들이 언제, 어떻게, 왜 죽었는지를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나머지 하나는 사건 본질을 왜곡시키는 일과 관련된 문제이다. 이 사건의 본질을 전혀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다하더라도 의도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언어를 배설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진실과 싸우고 있다. 아들의 수학여행은 진상이 규명되어야만 끝날 수 있다.

교황도 손 잡아줬는데, 집단단식도 모르쇠에 왜곡 사실 유포까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장 한켠에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내걸려 있다.
▲ 청와대 인근에 내걸린 세월호 희생자 영정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장 한켠에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내걸려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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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고 후 100여 일이 지난 현재는 어떤 상태인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400만 명의 열망은 국회 잔디밭에 묻혀 버렸다. 광화문에서는 아예 터를 잡고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망은 암울하다. 굶다 못해 사람이 실려나가도, 다시 계절이 바뀌어도 상황은 전혀 바뀔 것 같지 않은 비극적인 상황이다.

국내 문제 해결을 위해 교황 방문에 희망을 걸어 편지를 쓰고, 호소를 하고, 십자가를 들고 800km 행진을 하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국민과 유가족들, 이곳 대한민국 한복판에 우리는 지금 힘들게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런데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왜곡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7월 25일 참사 100일째 되는 날,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라며 "과잉 보상 안 된다"고 주장한 주호영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묻는다. 유족들 중에서 국가를 상대로 '배상·보상'을 청구한 사람이 있는가?(약 10여년간 자식을 돌보지 않던 친모가 일정금액 법원에 청구한 것은 언론에 공개된 적은 있다) (국가의 불법행위가 있었음은 거의 확정적이지만)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국가의 배상 및 보상의 책임여부가 가려지지도 않은 현 상황에서 국가를 상대로 배·보상을 요구한 단원고 유가족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이 이 나라 여당의 진정한 의원이라면, 정책위 의장이라면, 어떤 유가족이 얼마의 금액을 요구했는지 공개적으로 밝힌 다음에 '과잉' 보상을 논해야 한다. 마치 엄청난 금액을 요구한 것처럼 발표해서 국민들을 속이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아직도 당신들의 가슴 속에 공작 정치의 산물이 남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이 원내대표는 여야와의 세월호 특별법과 현안에 대해 "유가족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고 보듬고 끌어아겠다"며 "우리 사회의 신뢰나 붕괴, 법과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극도로 자제하면서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해 어떻게 하든지 민생·안전·경제 관련 법안을 야당과 끝까지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 이완구 "유가족 입장 최대한 배려하겠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이 원내대표는 여야와의 세월호 특별법과 현안에 대해 "유가족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고 보듬고 끌어아겠다"며 "우리 사회의 신뢰나 붕괴, 법과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극도로 자제하면서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해 어떻게 하든지 민생·안전·경제 관련 법안을 야당과 끝까지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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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라고? 백번 양보해서 교통사고라고 하자. 그럼 교통사고에 준하여 철저히 조사하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발표를 하라. 국가의 책임이 전혀 없음을 입증하고, 대통령의 사과도 담화문도 모두 철회하라. 모든 것이 명백한데 유족들이 억지 주장을 한다면 국민들이 유족들을 용서하겠는가?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나라는 '교통사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나라라고.

세상사를 돈으로 판단하는 그 더러운 습성부터 버릴 것을 권고한다. 그런 다음 그 좋은 머리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고 없는 안전사회 건설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위 입장이 주 의원의 진심이라면 나는 법조인이자 법학자인 당신의 법률 지식을 심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책임자가 처벌받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보상·배상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전혀 무의미한 일이다. 마치 자식을 살해한 범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자식을 왜 죽였는지를 묻지 않고 면죄부를 주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적어도 유족 중에 그런 분들은 없다고 확신한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 13일 "상당수 유가족은 여야가 협상한 내용을 매듭짓고 보상·배상 문제도 함께 처리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김 의원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유가족 대표들이 그렇게 밝혔는지, 일부 유가족이 그렇게 밝혔는지, 유가족 여론조사 결과 몇 %가 거기에 동조했는지를. 명백하고 확실한 근거 없이 어떤 설을 가지고 공공연하게 그런 말을 했다면 그것은 의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국회의원 대다수가 원하는 특별법, 누가 반대하고 있나

유가족대책회의에서 7월 30일 재·보궐 선거 이전, 현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특별법 제정에 찬성 여부를 묻는 서명을 받은 사실이 있다. 285명 중 233명이 적극 찬성 의사를 표시했고, 서명하지 않은 의원은 52명(사정상 서명을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므로 실제 반대의원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에 불과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바와 같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다수결의 원칙에 의하여 의원 개개인의 양심을 표결에 붙인다면 이 건은 이미 해결이 되고도 남을 시간이다(52명의 명단은 필요하다면 공개하겠다).

유가족이 요구한 특별법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고? 확신컨대 유가족과 국민들, 그 어느 누구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싶은 사람은 없다. 또한 현 사법 체계가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없다. 그것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여당의 몫이라 할 것이다.

이 사건 발생 당시 실종자 숫자와 상관없이 적절한 구조시스템 가동과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었다면, 국민이 한 점 의혹이 없었다고 믿었다면, 특별법 제정 논란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보수 언론에 길들여진 상당수 국민들을 제외하곤, 이 사건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종편에서는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근거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불합리 하다고 주장 했다. 그럼 "가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고, 안정된 사법체계인가? 나는 당신들이 이 사건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유가족과 국민이 요구하는 이 사건의 본질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현행 법체계 테두리 안에서 확실하게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안이 있다면 그것을 제시하고, 보장하고, 시행하면 된다. 요구안을 수용도 하지 않고,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현행 법체계 내에서 철저한 수사도 하지 아니하고, 그럼 대체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이 사건과 관련된 관계당국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국민과 유가족은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오로지 침묵하란 말인가? 대한변협 소속 변호사들이, 법학교육을 책임진 대다수 법과대학 교수들이 사법체계와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하는데 계속해서 그렇게 우기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유족들에 대한 루머들, 출처가 어디인가요?

7월 25일 강남역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60세가 좀 넘어 보이는 택시 기사님의 말씀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대뜸 "요즘 세월호 학부모들 해도 해도 너무한다. 먹고 살만하니 단식 투쟁을 한다. 전쟁이 나서 어려움을 겪어봐야 단식을 그만둦;. 자식 덕분에 평생 만져보지 못할 돈을 받았으면, 조용히 성당 다니면서 자식들 명복이나 빌 일이지 대통령만 힘들게 한다. 직장이나 빨리 다니라"고 한다.

또 어디서는 "세월호 학부모들이 보상금 받아서 집 보러 다닌다"(유족들은 이사도 못하나, 배·보상금을 받아야만 이사하는 가난뱅이 집단인가)고 한다.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의 보상금을 받았다는 루머들을 듣곤 한다. 

이 문제는 유가족의 명예와도 관련 있는 사항이며, 현 시점에서는 진상규명 만큼이나 중요한 사항이므로,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배·보상금 집행 내역을 정확히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세월호 침몰 당시 "선내에 생존자가 존재한다"는 카톡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 규정하고, 확산 방지에 쏟았던 정성만큼의 정성을 이 건에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적어도 나와 내가 아는 유가족들은 이러한 제의 및 유혹을 받았거나, 현실적인 배·보상을 받은 자는 아직까지 전혀 없다.

문제는 누가 줄기차게 허위 사실을 유포 하는가?이다. 여당 국회의원이 대놓고 "유가족 다수는 보·배상 더 바란다"고 할 정도면 난 그들이 유포의 주체이고, 그들 추종자들이 확산시킨다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공개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비겁하게 뒤로 흘리고, SNS로 확산시켜 국민들을 이간질 시키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 할 태도가 분명 아니다.

의혹이 너무 많다, 아들의 수학여행이 빨리 끝났으면...

지난 6월 30일 "우리 아이 죽은 이유만은 알려주세요" 진정서 청와대에 정확히 전달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 배달증명서 지난 6월 30일 "우리 아이 죽은 이유만은 알려주세요" 진정서 청와대에 정확히 전달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 박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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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이 끝나야 아이들의 수학여행도 끝이 난다. 단언컨대 이 사건은 "시스템 없는 국가와 개념없는 대통령"이 만들어 낸 엄청난 합작품이다. 사건을 최초로 접수한 해경의 당시 상황실 녹취록을 보고 있노라면 치가 떨린다. 구조 과정은 어땠는가? 죽음을 목전에서 경험한 승객과 고등학생들도 알아보았던 선원들을 인명 구조 훈련을 받았다던 P123정 해경들이 경황이 없어서 못 알아보았다고 했다.

450여명의 승객이 승선했음을 이미 인지하고 있던 상태에서, 배 밖으로 탈출한 승객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아직 좌현이 완전히 물에 잠기지 않은 그런 상태에서, 선내 진입을 생각하지도 못한 해경들이었다. 목포서장의 선내 진입 명령을 너무 당황하고 경황이 없어서 깜빡 잊은(P123정 해경의 증언에 근거한 것임) 기억력 나쁜 해경이었다.

해경이 사고현장 도착 초기에 승선하여 문이라도 열어봤었다면, 이렇게 엄청난 대형 참사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아쉬움이 아니라, 사건 발생 당시 그들에게 국가가 부여한 본능적인 의무였던 것이다. 그럼 대통령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였던가?

지난 5월 19일 담화문에서 대통령이 직접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한 이 마당에 국정조사에서 논한 컨트롤 타워 역할 문제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배가 완전 침몰하기 직전에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인명피해가 없도록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과 완전 침몰된 후에 "해군과 해경의 인력과 장비, 동원이 가능한 인근의 모든 구조선박들을 최대한 활용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여객선의 객실과 엔진실까지도 철저하게 확인해서 단 1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을 근거로 이 사건 수습에 최선을 다했으며, 책임이 전혀 없다고 자위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사고 당일 근무 시간 중 대통령의 이동 동선이 국가 기밀이라고 치자. 청와대 경내에서 계속해서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대책을 수립하고 지시를 했다고 치자.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심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대통령 :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지금은."
안행부 2차관 : "갇혀 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 "아, 갇혀있어서요?"

모두 21회에 걸쳐 청와대에서 서면과 유선으로 상황을 보고받은 사람의 입에서는 나와서도, 나올 수도 없는 말이었다. 사건은 출항 시점부터 현재까지 모두 의혹 덩어리로 뭉쳐져 있다. 지독한 안개가 꼈음에도 출항한 것, 세월호로 배가 바뀐 것, AIS가 수차례 꺼진 것, 사고 당일 8시 32분에 CCTV가 꺼졌던 것, 군산 앞 바다와 변산반도를 지날 때 사고 징후가 있었다는 것, 해경이 의도적으로 구조를 하지 않았다는 것… 국정원 개입이 의심되는 문건이 세월호 내부에서 나왔다는 것. 이 모든 것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질 때 아들의 수학여행은 끝이 날 것이다. 하루 빨리 그날이 왔으면 한다.


태그:#새월호, #특별법, #배상 보상 문제, #교통사고,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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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범한 회사원 입니다. 생각이 뚜렷하고요. 무척 객관적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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