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인 청년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형 생활주택(의무 공동관리 대상 외) 관리비는 내역공개에 대한 법적장치 부재로 피해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를 악용해 집주인은 추가월세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청년들의 높은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룸관리비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민달팽이유니온이 나섰다. 그 프로젝트를 지면에 싣는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 4일 오후 12시 11분]

원룸관리비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기초개념 및 규정이 전무하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의 경우, 관리비에 대한 개념과 이에 대한 규칙이 '주택법' 등의 법률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 원룸과 같은 비(非)공동주택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실제로 아파트의 경우, 이러한 토대 위에서 자신의 관리비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원룸은 현실적으로 법률로서 보호받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민달팽이유니온은 네덜란드, 독일 등을 포함한 4개국에서 원룸 관리비 사례를 알아보았다. 특히, 이번 글에서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 원룸 관리비 문제의 개선방향을 생각해보려 한다. 이를 위해  네덜란드 사례를 찾아보고, 투명하고 공정한 원룸 관리비의 제도적 조건에 대해 탐색해보았다.

관리비 금액과 항목이 명시된 네덜란드 임대차계약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집.
ⓒ freeimages

관련사진보기


네덜란드는 주거복지가 잘 되어있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사회주택 비율이 매우 높고, 청년 세입자들이 소정의 임대료를 정부로부터 보조받을 수 있는 주택임대료보조금 제도도 있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에 사는 청년들은 관리비를 어떻게 내고 있을까?

"원룸관리비? 뭡니까 그게?"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한국의 원룸 '관리비'에 대해 물어보자 돌아오는 대답이다. 관리비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치 영어사전에 실린 '재벌(Chaebol)'이 한국적인 개념인 것처럼 말이다. 한국의 관리비에는 건물을 유지, 보수하기 위한 공용관리비와 수도요금, 전기요금처럼 쓴 만큼 내는 개별사용료가 모두 포함되어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집주인의 자의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는 공용관리비(서비스 비용)를 월세에 포함시키되 그 항목과 월세에서 차지하는 금액을 계약서에 명기하도록 되어 있다. 개별사용료(유틸리티 비용) 또한 월세에 포함할 때는 항목 별로 금액을 명기하도록 되어 있으며, 개별사용료(유틸리티 비용) 만큼은 세입자가 해당 수도, 전기, 가스를 공급하는 회사와 직접 계약하여 납부하는 경우도 공존한다.

한국의 경우 계약기간 중에도 집주인이 관리비를 올리고 세입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일이 종종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계약할 때 집주인이 주거환경을 위한 공용관리비(서비스 비용)와 개별사용료(유틸리티 비용)에 대한 항목을 명기하고 월평균 비용을 쓰도록 되어있다(네덜란드의 경우 관리비의 개념이 다르므로, 이 글에서는 편의상 서비스 비용과 유틸리티 비용을 총괄하여 '관리비'라 칭한다).

한국은 계약서에 관리비 관련 내용이 부족하고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관리비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세입자는 계약서를 바탕으로 권리를 주장하기가 힘들다. 반면에 네덜란드의 세입자는 관리비 분쟁이 생겼을 때 계약서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네덜란드는 집주인이 마음대로 관리비를 올릴 수 없도록 하는 1차적인 장치로 관리비가 정확히 나와 있는 임대차계약서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아파트 관리비의 경우, 지로용지를 통하여 1원 단위로 정확하게 비용이 책정된다. 하지만 원룸 관리비는 다르다. 집주인이 부르는 대로, 주로 1만 원 단위로 떨어지는 금액을 통보받는 경우가 많다.

네덜란드에서는 1인당 평균 비용을 매달 지불한다.이를 바탕으로, 연말마다 정밀하게 계산한 실제 사용량에 따라 차이 나는 금액을 더 내거나 되돌려 받는다. 정확히 세입자가 실제 사용한 만큼만 사용료를 부담하는 것이다. 또 1년마다 집주인은 관리비의 총 비용을 계산하고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법적 의무로 정해져 있다.

세입자들을 겹겹이 보호하고 있는 네덜란드 규정
 세입자들을 겹겹이 보호하고 있는 네덜란드 규정
ⓒ 민달팽이유니온

관련사진보기


세입자 권리 스스로 지키는 임대차관계조정위원회와 전국세입자연대관리비에 대한 법률이 아무리 잘 정비되어 있어도 분쟁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법대로 하지 않는 집주인도 많고, 세입자가 법을 잘 모르는 것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상대적으로 약자인 세입자가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몇 만 원 하는 관리비 문제만으로 큰 비용과 시간이 드는 소송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파트의 경우 의무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해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관리비에 대한 분쟁이나 주민들의 각종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하지만 원룸에 사는 청년 세입자들의 경우 당사자 조직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네덜란드에는 중앙 정부 산하 독립행정기구로서 법적인 권위를 갖는 임대차관계조정위원회(Huurcommissie; Tenancy Tribunal)와 당사자 조직인 전국세입자연대가 있다.

특히 전국세입자연대에는 전국에 흩어진 500여개의 크고 작은 세입자조직들이 가입해있다. 두 조직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구심점으로 작용한다.예를 들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관리비 내역과 비용 공개를 요구했는데 집주인이 이를 묵살했다 치자. 이럴 때 세입자가 임대차관계조정위원회에 적은 비용만 지불하면 분쟁을 접수, 법적인 절차를 밟아 객관적인 검증과 판결을 내려준다. 그리고 그 판결은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다. 특히 사안마다 검증과 판결을 내리는 소위원회들은 항상 의장 1명 외 세입자조직 측 대표 1명과 집주인조직 측 대표 1명으로 구성하여 공신력을 담보한다.

이는 세입자조직들이 전국에 걸쳐 활발하게 조직되어 있기에 가능한 방식이기도 하다. 관리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집주인의 개인적인 양심이나 세입자 개인의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임대차관계조정위원회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제도화 되어있다. 그리고 세입자조직들이 임대차관계조정위원회의 업무 처리 과정에서 그 입장과 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한다.

세입자를 위한 안전장치 겹겹이... 부러워만 하지 말자

민달팽이유니온이 '원룸 관리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원룸 관리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 신인아

관련사진보기


아울러 네덜란드는 아파트 위주로 주거문화와 주택법이 형성되어온 한국과 달리, 원룸과 같은 비(非)공동주택에 대해서도 적용가능한 관리비의 개념과 그에 관한 세부규정들이 잘 정비되어 있다. 또한 '임대차관계조정위원회'를 통해서 세입자는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 상기 내용에 따라 우리가 참고할만한 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관리비의 금액과 그 내용은 임대차계약서에 명기되어야 한다. 세입자는 계약서에 명기된 항목에 대해서만 납부할 책임이 있다. 집주인은 정기적으로 관리비를 정산하여 투명하게 공지하고 처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들이 실제 지켜지도록 감시하고, 검증하고 강제하는 활동들에 당사자조직인 세입자조직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에서도 관련 법규가 없어 사각지대에 놓인 상대적 약자, 한국의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의 청년 세입자들은 높은 월세에 더해 터무니없이 부과되는 관리비로 고통 받고 있지만, 상대적 강자의 지위를 악용하여 부당이득을 취하는 임대인의 최후는 네덜란드의 그것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태그:#원룸, #관리비, #해외사례, #네덜란드, #민달팽이유니온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