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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이 송전탑반대 주민들에게 돌린 돈봉투. 5만원권 100~300만 원이 들어 있다.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이 송전탑반대 주민들에게 돌린 돈봉투. 5만원권 100~300만 원이 들어 있다.
ⓒ 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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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부터 송전탑 건설이 재개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송전탑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는 주민들에게 거액의 돈봉투를 돌려 물의를 빚은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이 12일 직위해제 됐다.

이현희 서장은 지난 추석 연휴에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6명에게 100만 원에서 500만 원씩 모두 1600만 원을 봉투에 넣어 돌렸다. 1명에게 500만 원, 3명에게 각 300만 원, 2명에게 각 100만 원씩 넣었다.

봉투에는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으며 2명은 돈을 바로 돌려줬고 4명은 자녀가 대신 받거나 경찰이 방안에 던져두고 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돈을 받은 이아무개씨는 "지난 9일 경찰관이 집으로 찾아와 병원 치료비에 쓰라며 주고 갔다"며 "안 받는다고 하니 방안에 던져두고 가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봉투를 열어본 결과 5만 원권 60장이 들어 있었다.

이현희 서장 "한전에게 돈 받았다"

이와 관련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은 전화통화에서 "할머니들이 여름 내내 고생하셨는데 몸도 많이 쇠약해지고 경찰로서도 엄청난 부담이었다"며 "자녀들에게 '병원도 모셔가고 보약도 좀 지어드리라'며 돌렸다"고 돈봉투를 돌린 사실을 시인했다.

이 서장은 "한전 지사장에게 전화를 해 협의하고 돈을 받았다"며 "한전 돈이라고 하면 주민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받지 않을 것 같아 내 이름이 적힌 봉투에 넣어 돌리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는 청도경찰서장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규정상 외부인에게 현금을 건넬 수 없다"면서도 "누가 어떻게 경찰서장에게 돈을 건넸는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이 청도 송전탑건설 반대 주민들에게 보낸 추석 선물. '청도경찰서장 이현희'라고 씌여 있다.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이 청도 송전탑건설 반대 주민들에게 보낸 추석 선물. '청도경찰서장 이현희'라고 씌여 있다.
ⓒ 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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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장은 또 일부 주민들에게 한과 등의 선물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을 받은 김미화 목사는 "몰래 현관 앞에 이런 걸 갖다 놓고 가는 걸 보니 아마 할머니들이나 마을 사람들에게도 전달된 듯합니다"라며 "이런데 쓸 돈이 있으면 삼평리 지중화하는데 보탤 것이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보나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 상황실장은 "돈으로 할머니들의 환심을 사려한 것 같다"며 "하지만 주민이 돈을 요구한 적도 없고 서장에게 돈이나 선물을 받을 만큼 사이가 좋지도 않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4명의 감찰 요원을 청도에 파견해 감찰에 착수하고 이 서장을 경질했다. 후임 청도경찰서장은 송준섭 총경(대전청 여성청소년과장)을 발령했다.

경찰청은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액의 돈봉투를 돌린 행위는 법질서를 확립해야 할 경찰서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판단해 신속히 직위해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감찰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도345kv송전탑건설반대대책위는 12일 오후 2시 경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돈 배달을 한 청도경찰서를 규탄한 뒤 한전과 경찰의 유착관계 진상규명을 촉구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후에는 돈봉투를 경북경찰청에 돌려주기로 했다.


태그:#돈봉투, #청도경찰서장, #청도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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