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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0년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사대체: 29일 오후 5시]

지난 80년 '내란음모' 사건 등과 관련해 사형을 선고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재심에서 법원이 29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신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내란음모 사건은 전두환 등의 헌정질서 파괴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재심 계속부분은 형법 제20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두환 등이 1979년 12.12. 군사반란 이후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선포를 시작으로 1981년 1.24. 비상계엄의 해제에 이르기까지 행한 일련의 행위는 내란죄가 되어 헌정질서파괴범죄에 해당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이 지난 1980년 유죄판결을 받은 공소사실에 대해 ▲내란음모 ▲계엄법위반 ▲국가보안법·반공법위반 등 세 가지로 구분해 판시했다.

특히 '내란음모'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음모했거나 회동한 사실이 없고, 단순 정치이념을 같이하는 지식인과 종교인들끼리 회동해 순수한 민주회복을 위한 의사표시의 방법으로서 학생운동을 통해 국민여론에 반영토록 시도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의 행위는 방법이나 실력으로 보아 국헌을 문란하게 할 아무런 위험성이 없었고 내란음모죄의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과 범죄주체가 되는 집단이 특정되지 아니하는 등 공소는 부적법하다고 판결문을 통해 판시했다. 결국 원심은 범죄사실을 특정하지 않아 '이유 불비'의 모순을 저질렀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계엄법위반에 대해서는 김 전 대통령이 계엄 당국의 허가 없이 회동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민주회복을 위한 인권운동 또는 선교활동을 위한 모임, 사제간의 모임, 직능별 사회단체 구성원간의 모임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재판부는 사회실정이 이 같은 집회는 사실상 묵인 내지 허용이 되고 있었기에 위법성의 인식이 있었다고 할 수 없으며, 직능과 관련된 업무수행을 위한 행위이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끝으로 국가보안법위반과 반공법위반에 대해서는 김 전 대통령은 한민통(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한민통은 반국가단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신 부장판사는 "신군부의 '공소권 남용'이며 5·18 특별법에 규정된 내용이 아닌데다 이미 사면처리돼 재심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와 함께 전 대통령이 당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김 전 대통령을 납치해 감금, 고문 등으로 강제 작성한 것으로써 임의성이 없어 유죄 증거로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증거로 채택한 것은 위법이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에 따라 재판부는 김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죄와 계엄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받은 후 사면되었더라 하더라도 5·18 특별법 취지에 따라 재심을 개시했다"면서 무죄를 판결했다.

반면 신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위반과 반공법위반, 외국환관리법 위반에 대해 "재심법원으로서 이를 다시 심리해 유죄인정을 파기할 수 없다"며 "다만 특별사면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에 형사소송법에 따라 새로이 양형을 정하는데 나아가지 않고 '면소(기소된 형사사건에서 공소권이 없어져 기소를 면제하는 것으로 공소 시효의 완성, 사면, 법령 개폐 등 경우에 내려지는 것)'의 선고를 한다"고 밝혔다.

신 부장판사는 최종적으로 선고하기 앞서 김 전 대통령에게 "잠시 일어나주시면 좋겠다"고 정중히 부탁했다.

이어 신 부장판사는 "서울고법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면서 "피고인의 공소사실 중 내란음모와 계엄법위반은 각 무죄, 국가보안법위반과 반공법위반, 외국환관리법위반은 각 면소하는 것으로 이상 판결을 종료한다"고 선고했다.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김 전 대통령은 오후 2시10분께 법정을 나서면서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재판부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마무리해 준 것에 대해서 먼저 감사합니다.

5·17(비상계엄확대)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의 반민주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신군부에 대해 반기한 (저의) 행동에 대해 무죄를 결정해 준 것은 국민과 역사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자유로운 사법부와 독립된 사법부가 건재해야 하고, 이런 잘못된 재판이 우리나라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기를 바랍니다."


"국민과 역사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 깨닫게 해줘"
DJ 담담한 표정 속에 판결문 경청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란음모' 사건 등과 관련해 최종 선고를 받기 위해 29일 오후 1시5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청사에 도착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팡이에 의지한 채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차에서 내렸으며, 비서진의 부축을 받아 서울고법 303호 법정으로 올라갔다. 피고인석에 자리한 김 전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부의 판결문 낭독을 경청했고, 그 뒤에는 이 여사가 앉아 있었다. 재판부는 미리 김 전 대통령을 위해 물 한잔을 준비해 놓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해 최대한 예우했다.

재판부의 판결은 5분여만에 '무죄' 선고로 종료되자 김 전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재판정을 찾은 지인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축하인사를 받았다. 법정에는 김옥두 민주당 의원 등 20여명의 지인들 뿐만 아니라 20여명의 취재기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재판을 지켜봤다.

이후 부축을 받으면서 재판정을 빠져 나온 김 전 대통령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50여명의 취재진 앞에서 "재판부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마무리해 준 것에 대해서 먼저 감사하다"며 "무죄를 결정해 준 것은 국민과 역사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것"이라고 간략히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타고온 검정색 승용차에 탑승하기 앞서 변호인인 최재천 변호사 등 지인들과 인사를 나눴고, 이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오후 2시15분께 법원청사를 떠났다. / 유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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