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들의 모든 경기를 응원하는 통일응원단 '아리랑'이 꾸려졌다.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회원 40여명은 인천에 상주하면서 남북공동응원을 이어나간다. 대회 개회식 전부터 응원을 해온 터라 북측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북한 선수단 응원 후기를 주요 경기별로 정리해 싣는다. - 기자말

[21일 역도] 세계 신기록과 북측 관계자의 눈물

 21일 김은국 선수를 응원하는 아리랑 응원단

21일 김은국 선수를 응원하는 아리랑 응원단 ⓒ 겨레하나


북측의 역도 영웅으로 꼽히는 김은국 선수의 금메달은 다들 '따놓은 당상'이라고 했다. 21일 오후 7시 인천 달빛축제공원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역도 62kg급 A그룹 경기. 때문에 굳이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아리랑 응원단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금메달을 목에 걸 북측 선수를 응원하는 기쁨은 얼마나 클까, 생각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단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올랐다. 응원의 덕분일까. 김은국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순간,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김은국 선수가 3차 시기 178㎏를 들어올리는 순간, 북측 임원진과 관계자들 중 한 분은 김은국 선수가 선 무대가 아니라 우리를 향해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다. 응원단이 찍은 사진에도 이 분의 모습이 잡혔다.

 김은국 선수가 역도를 들어올리는 순간, 무대가 아닌 아리랑 응원단을 촬영하는 북한 관계자의 모습

김은국 선수가 역도를 들어올리는 순간, 무대가 아닌 아리랑 응원단을 촬영하는 북한 관계자의 모습 ⓒ 겨레하나


이어 북측 임원진과 관계자들은 뒤돌아서서 우리를 향해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우리는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북측 관계자 중 여성 분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목이 메이는 순간이었다.

군인 신분이라는 김은국 선수는 거수 경례로 인사를 하다가 우리 응원단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가 경기장을 뒤흔들 만큼 목청을 높였다. 응원단 중 몇몇은 이미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우리는 하나' 노래가 시작되자 북측 관계자 중 여성 분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하나' 노래가 시작되자 북측 관계자 중 여성 분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 겨레하나


[21일 유도] 남북대결과 주춤해진 응원

남북 대결이 펼쳐진 유도 경기. 81㎏ 8강전에서 남측의 김재범과 북측의 박홍위가 맞붙었다. 우리 선수가 나올 때도, 북측 선수가 나올 때도 "잘한다, 코리아"를 외치며 신나게 응원했지만, 8강전에선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경기장에 분단선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곧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 침묵이 깨졌다. "관중 여러분, 양 선수에게 힘찬 박수를 보냅시다"라고 멘트를 날린 것. 장내는 두 선수 모두를 격려하는 박수가 떠나갈 듯했다. 양 선수를 응원하는 박수를 치면서 민족의 분단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박수를 치며 눈물을 보이는 응원단이 많았다.

김재범 선수의 승리가 선언된 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홍위 선수에게도 박수를 부탁드립니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말에 다시 한번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21일 유도 경기 중 한 장면.

21일 유도 경기 중 한 장면. ⓒ 겨레하나


 '우리는 하나다' 구호와 노래가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우리는 하나다' 구호와 노래가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 겨레하나


[20일 역도] 엄윤철 응원, 북한 응원단과 함께 했더라면

100여명의 아리랑 응원단이 역도 용상 경기장에 들어섰다. 북측 엄윤철 선수가 용상 경기에 나서기 직전이었다. 한반도기와 함께 '최고다, 엄윤철'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응원을 보냈는데 취재진들의 카메라가 순간 우리를 향했다.

우리가 응원을 시작하자 관중석에 있던 북한 선수단 임원들도 인공기를 들고 응원을 시작했다. 세계신기록을 세운 엄윤철 선수가 시상식을 마치고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반갑습니다' 노래는 어느새 합창이 됐다. 분단이라는 현실은 접히고 '우리는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북한 응원단과 함께 공동응원을 펼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더 커졌다.

[20일 축구] 당일 결혼한 신혼부부의 공동응원

 20일 오전 11시에 결혼식을 마치고 남북공동응원을 하러 온 신랑 유종철(32세)씨와 신부 김형남(38세)씨와 하객들이 함 팔기하는 모습.

20일 오전 11시에 결혼식을 마치고 남북공동응원을 하러 온 신랑 유종철(32세)씨와 신부 김형남(38세)씨와 하객들이 함 팔기하는 모습. ⓒ 겨레하나


함진아비와 청사초롱을 준비, 남과 북을 형상화한 함 팔기를 진행한 20일 오후 4시 인천 남동럭비경기장 앞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에 결혼식을 마치고 남북공동응원을 하러 온 신랑 유종철(32)씨와 신부 김형남(38)씨 때문이다.

신혼여행을 하루 미루고 응원하러 온 부부는 '우리 오늘 결혼했어요!', '남과 북도 하나로!'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관람하러온 시민들은 결혼 축하인사를 전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신혼 부부 사랑의 기운이 민족의 마음에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부부의 마음은 이날 2천여명에 달하는 응원단에 전달된 것만 같았다. '우리는 하나다', '통~일 조국' 구호가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신혼부부의 모습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신혼부부의 모습 ⓒ 겨레하나


[18일 축구] "미안해, 조~광"

18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F조 조별리그 2차전. 이날 북측과 파키스탄의 경기를 관람한 인원은 응원단을 합쳐도 2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아리랑 응원단도 아시안게임 개회식 이후 본격적으로 꾸릴 터라 10여명이 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응원단은 시민분들과 한덩어리가 돼서 경기를 응원했다.

북측 선수들의 이름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아 이름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긴 헤프닝 하나. 전광판에 뜬 북한 선수 영문 이름을 잘못 본 응원단장이 "잘한다, 주~광"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몇 번을 함께 이름을 부르며 응원했는데, 한 시민분이 이름이 틀렸다고 큰 소리로 알려준 것.

응원단장은 다시 구호를 외쳤다. "미안해, 조~광" 시민들과 응원단은 웃으면서 다같이 이 구호를 외쳤다. 경기장 내 관람 인원이 적은 탓이었는지, 파키스탄이 쉬운 상대라서 그랬는지 북한 선수들 몇몇이 이 구호를 외치자마자 응원단을 쳐다봤다. 조광 선수도 흘깃 고개를 돌린 것 같다.

"응원단이 경기 흐름을 방해해서야, 원."

관람석 한 아주머니의 타박에 멋쩍어하는 응원단장을 보며 한바탕 웃음꽃이 폈다.

 18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 응원모습

18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 응원모습 ⓒ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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