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한 장면 ⓒ 시네마달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니 보지도 않고 왜 그러느냐 따집니다. 안 봤어도 내용 영화제 홈피에 나오거든요. 다이빙벨 주도한 이상호, 이종인은 진실의 편이랍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다이빙벨 사기극이라고 규정했는데 이 언론들은 모두 왜곡 보도한 것이랍니다. 이게 다큐의 내용입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앞두고 지난 9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다이빙벨> 상영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SNS에 올린 글이다. 하 의원은 또한 1123명의 영화인들이 발표한 세월호 성명과 관련해서는 "서명에 참여한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가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하는 것은 세월호 유족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부적절한 조치'라는 정도의 언급은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신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까지 표현한 <다이빙벨> 상영을 옹호하면서 유족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하는 영화인들의 논리가 과연 성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유가족들의 의견을 상영 반대 이유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다.

<다이빙벨>을 '불량식품'으로 비하한 하 의원은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똥을 찍어서 먹어 봐야 아나"라는 댓글을 올리자, "바로 그거네요. 똥을 내놓고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보고 평가해라. 딱 이거네요"라며, 맞장구쳤다. 

타이페이영화제, 대만 정부의 무능함 밝히는 작품 '대상'

올해 대만의 대표적인 영화제인 타이페이영화제의 대만영화 경쟁부문인 '타이페이상' 수상작은 다큐멘터리 영화 <진실 드러내기 2: 국가기구>였다. 타이페이영화제 측은 '왜곡된 관료적 시스템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설명하면서 '권력의 남용을 막고 정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수 있도록 많은 언론의 관심과 공공 감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영화계 인사는 "대만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류엔자가 발생했을 때 정부의 무능한 대응과 진실은폐 기도를 파헤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연출한 리혜인 감독이 대만 보건당국의 책임자들에게 직접 카메라를 들이대며 신랄한 추궁을 한다"고 내용을 전했다. 

그는 "다른 심사위원들과 함께 이 작품을 대상 수상작으로 정할 때 그 어떤 우려도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심사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쉽게 용납이 되지 않는 현실과 맞닥뜨리게 됐다"면서 "<진실 드러내기 2: 국가기구>의 대상 수상이 새삼 새롭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멀티플렉스는 무시, 표적감사 논란...후퇴한 표현의 자유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다이빙벨> 상영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다이빙벨> 상영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 시네마달


<다이빙벨>이 지난 24일 4만 관객을 돌파했다. 독립영화, 그것도 다큐멘터리가 4만을 넘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만도 넘기기 힘든 게 일반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기업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고, 대관 상영마저 거부하는 현실에서 흥행은 기적으로도 평가된다.

영화의 흥행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역할도 컸다. 개봉한 순간부터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감독과 함께 직접 관객들을 만나 "이 영화를 많이 봐 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대통령이나 여야 의원들이 볼 수 있도록 영화들을 본 관객들이 도와 달라"며 영화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섰다. 

이미 세월호 참사 당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영화의 바탕이 된 뉴스 화면을 접했던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모르고 있는 게 너무 많았다"며 영화에 나오는 국가권력의 무능함과 사실보도를 외면하는 언론의 행태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반응에도 영화는 국내 전체 스크린 점유율 90%에 달하는 대기업 상영관에서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극장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상을 준 것도 아니고 그저 상영만 했던 영화제는 감사원과 시청의 감사가 이어지면서 표적 감사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은 '문화융성'을 주창했지만 도리어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더 후퇴한 모습이다. 대만보다 더 닫혀 있는 사회로 가고 있는 현실은 어떤 면에서 우리 사회의 문화적 후진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듯하다. 

이상호 감독은 <다이빙벨>을 해외영화제에 출품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치고 있는데, 영화 상영이 방해받는 현실에서 해외 쪽의 평가를 제대로 받아보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해외의 몇몇 유명 감독들이나 외신은 영화에 호평을 내놓고 있다.

수능이 끝난 이후 <다이빙벨>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 21일 현장 학습으로 영화를 단체 관람했고, 다른 고등학교의 단체 관람도 예정돼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학생들은 혹시라도 '불량식품'을 먹고 있는 것일까? 똥인지 된장인지를 제대로 구분 못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결국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봉 한 달이 지났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멀리 제주까지 오가며 관객들과의 만남을 계속하며 영화를 알리고 있는 중이다.

다이빙벨 세월호 이상호 하태경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