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MBC 표준FM <두시 만세> 진행을 맡은 가수 양희은과, 박준형.

2일 오후 MBC 표준FM <두시 만세> 진행을 맡은 가수 양희은과, 박준형. 이날은 MBC 창사 53주년을 맞아 각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서로 바꿔 이끌어 보는 '바꿨데이' 특집으로 꾸려졌다. <여성 시대>를 진행하던 양희은은 개그맨 정경미 대신 박준형과 함께 <두시 만세> 진행자로 나섰다. ⓒ MBC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안녕? 안녕! 내가 여기 앉아? 준형이가 여기 앉아?"

2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0층에 자리 잡은 라디오 스튜디오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전 9시 <여성시대>를 진행하던 가수 양희은이 오후 1시 50분 무렵 스튜디오를 찾은 것이다. 개그맨 박준형과 <두시만세>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일 MBC FM4U가 프로그램 진행자를 바꿔 방송하는 '패밀리데이'를 진행했고, 표준FM 역시 2일 같은 취지의 행사 '바꿨데이'를 진행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매년 열렸던 '패밀리데이'와는 달리 '바꿨데이'는 올해가 처음이었다는 점이다.

37년 라디오 진행 경력을 자랑하는 양희은은 한층 여유로운 표정이었던 반면, 박준형은 긴장한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만 1년간 <두시만세>를 꾸려왔던 박준형이 이처럼 오랜 경력의 대선배와 방송을 함께 하게 됐으니 말이다.

"각 진행자들의 특성 아는 계기, 청취자 반응도 훨씬 좋아"

박준형은 방송 직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굉장히 설레고 기대된다"며 "제작진이 조합한 자리지만 좋은 경험이 될 거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의 기대처럼 생방송에 합류한 양희은은 박준형과 정경미가 부르던 로고송을 단 두 번만 듣고 완벽하게 따라 부르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아니 40년 넘은 가수가 그 정도는 소화해야지 안 그래?" 밝은 기운으로 방송을 시작한 양희은은 박준형과 입담을 주고받으며 청취자들과 소통했다. 특히 청취자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박준형과 주고받는 콩트에서는 개그맨 못지않은 연기력을 보였고, 덕분에 스튜디오 밖에서 신호를 주던 스태프들은 포복절도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실제로 양희은은 박준형에게 "나 잘 웃겨, 개그맨이 꿈이었다니까"라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방송엔 생계형 가수 노라조도 함께 했다. 매주 토요일 고정 게스트인 이들은 특집 방송인만큼 호출을 받고 찾아왔다. 이들은 고민상담소 코너에서 청취자들의 고민을 함께 들으며 유쾌한 해법들을 내놓는 등 힘을 보탰다.

노라조는 양희은이 최근 발표한 노래 '나영이네 냉장고' 가사를 읊으며 점수를 따려는 모습을 보였다. 박준형은 '시를 쓰시오'라는 코너에서 '(양희은) 누나'라는 시제를 청취자에게 던졌고, 한 청취자가 "'누'가 가장 재미없을까"라고 물으며 박준형에게 "'나!'"라는 대답을 이끌어내 한바탕 폭소가 나기도 했다.

방송을 지켜보던 황종현 라디오국 제작 2부장은 "'바꿨데이' 특집의 청취자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게시글을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황 부장은 "평소보다 약 3배 정도 많은 반응이 오고 가고 있다"며 "생각지 못했던 큰 호응"이라고 말했다.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라는 노래로 시작한 <두시만세>는 '나영이네 냉장고'를 끝으로 두 시간의 시간을 채웠다.

"<두시만세> 포에버! 이것이 라디오의 매력이다"

 2일 창사 53주년 기념으로 MBC 표준FM <지금은 라디오 시대> 진행을 맡은 가수 조영남, 김혜영.

2일 MBC 표준FM <지금은 라디오 시대> 진행을 맡은 가수 조영남, 김혜영. ⓒ MBC


방송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양희은과 박준형은 상기된 모습이었다. 입을 모아 "새로운 경험이었다", "최고의 호흡이었다"며 자평했다. 특히 양희은은 "(프로그램 방식을) 바꾸려면 이렇게 해야지!"라면서 "짝을 바꿔 진행해 보니 바람피우는 맛을 알 거 같다"며 웃어 보였다.

"<두시만세>의 콩트를 <여성시대>에 도입해도 좋을 거 같은데요?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 했는데 나 원래 웃겨요! (웃음) 데뷔할 때 노래가 '아침이슬'이라 그 이미지 때문에 무거워 보이는 거지. <여성시대>가 청취자들 사연만 잘 전하면 되는 거고 이건 연기도 필요하더라고요. 그게 재밌었어요." (양희은)

"선생님과 호흡이 완전 좋았어요. 다른 프로보다 우리가 가장 파격적인 짝이 아니었을까요. 콩트마저 잘하실 줄 몰랐어요. 제가 좀 잘 받쳐주기도 하고요(웃음). 처음에 시작할 땐 낯설어서 긴장하긴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반응도 좋았고, 유쾌해진 거 같아요. 아무래도 <두시만세>가 표준 FM 프로 중 가장 막내 급이잖아요. 여기에 양희은 선생님을 모셨으니 완전 봉 잡은 거죠." (박준형)

양희은은 라디오에 대한 애정을 듬뿍 표현했다. "라디오는 참 정직한 매체"라고 운을 뗀 그는 "진행자와 청취자가 어떤 위장도 안 한 상태에서 소통하기에 훨씬 더 솔직하게 된다"며 "아무래도 진행자들이 특정 이미지에 갇혀 있다면 프로그램을 잘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박준형 역시 "양희은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여성시대>를 비롯해 <싱글벙글 쇼> <지금은 라디오 시대> 등이 잘 나가고 있었는데, 이젠 <두시만세>도 뜨고 있다"며 "최근 청취율도 전국 6위에 올랐다"며 자랑스러움을 표했다.

<두시만세> 방송 중, 원래 박준형의 짝인 정경미와 방송인 김혜영, 조영남이 스튜디오에서 대기하며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다들 자신의 프로에서 새로운 짝과 호흡을 맞추는 경험에 상기된 모습이었다. 웃으면서 응원을 전하는 이들의 모습은 진정한 '라디오 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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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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