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오를레앙을 연기하는 김준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오를레앙을 연기하는 김준현.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오를레앙은 아이러니한 삶을 사는 인물이다. 프랑스에서 루이 16세 다음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최고의 귀족이면서도 프랑스 혁명에 앞장선다. '리치맨'인 그는 왜 프랑스 왕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타도 프랑스, 타도 마리 앙투아네트'를 외치게 되었을까.

오를레앙을 연기하는 배우 김준현은 이 점에 대해 "오를레앙은 극 가운데서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연민을 느끼게끔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답했다. 비록 악역이라 관객에게 환영받지는 못하지만, 오를레앙의 악역이 강하면 강할수록 상대역인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관객의 사랑이 커진다고 믿었기에, 김준현은 "나쁜 남자지만 행복하다"고 전했다.

"오를레앙 악역이지만...정당성 있어야 연기할 수 있어"

- 오를레앙은 왜 '타도 마리 앙투아네트'를 외치는가.
"오를레앙은 루이 16세의 사촌으로, 왕족이고 왕이 될 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왕위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오스트리아의 공주가 프랑스에 시집 와서 프랑스 재정을 파탄 나게 만든다. 그런데 이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낭비벽 때문이 아니다. 루이 16세가 프랑스와 앙숙인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의 독립 혁명을 너무 많이 도와준 나머지 프랑스 재정이 많이 축나게 되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때문에 프랑스 재정이 파탄이 나고, 이로 인해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오를레앙은 프랑스 왕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 적개심을 가진다."

 - 전에는 <고스트>나 <아이다>에서 샘이나 라다메스 장군과 같은 주인공을 연기했다. 하지만 오를레앙은 악역이다. 오를레앙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었다면.
"뮤지컬을 연기하기에는 악역이 좋다.(웃음) 굳이 악역이라고 하면 <라이온 킹>의 스카 정도?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살리에르는 엄밀히 이야기하면 모차르트를 시기한 것이지 악역이 아니다.

악역을 연기하기 힘들었다. 그냥 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악역을 왜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캐릭터에 대한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왕위에서 끌어내리고 왕이 되거나 공화정을 만들어서 프랑스를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정당성을 오를레앙에 입히고 싶었다. 그래야 연기할 때 오를레앙에 대한 타당성이 생길 수 있다."

"일본서 한 달 만에 체 게바라 소화하며 많이 배워"

마리 앙투아네트 에서 오를레앙을 연기하는 김준현과 마그리드 역의 윤공주

▲ 마리 앙투아네트 에서 오를레앙을 연기하는 김준현과 마그리드 역의 윤공주 ⓒ EMK뮤지컬컴퍼니


- 고등학생 때 패션모델을 한 걸로 알고 있다.
"한국모델협회에 소속된 모델라인이라는 곳이 있었다. 당시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거쳐 연예인이 된 분도 많았다. 친구와 모델라인을 찾아가서 오디션을 어떻게 보면 되겠느냐고 문의했다. 고등학생이다 보니 오디션용 사진을 친구가 찍어주었다. 3개월 연습하고 1년가량 모델 활동을 했다.

고등학생 때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야, 슈퍼모델' 하고 장난으로 저를 부르곤 했다. 그러다가 사기를 당해서 모델을 못 하게 되었다. 고 3때 대학교 진학을 하긴 해야겠는데 당시에는 지금처럼 모델학과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연극영화과를 지원했다."

- 일본 극단 사계에는 어떻게 입단했나.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했을 때 안재욱, 최민수 선배의 스승님이신 김효경 교수님이 극단 사계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당시 사계에 가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사계에 들어갔고, 노래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일본 가서 한 첫 공연이 <라이온 킹>이다. 당시 (차)지연이도 <라이온 킹>을 공연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왔다. 그 다음 공연한 <에비타>에서는 체 게바라와 후안 페론, 둘 다 연기할 수 있었다.

<에비타>의 넘버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노래인데, 제가 연기해야 할 체 게바라는 고음과 저음 모두를 소화해야 했다. 이를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없다면 절대로 부르지 못할 노래다. 일본에서 한 달 만에 '체 게바라를 만들라'는 과업을 받았는데, <에비타> 악보의 절반이 에비타, 절반은 체 게바라의 노래였다.

체 게바라의 노래를 소화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서 고민이 컸지만, 당시 변호길 형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한 달 만에 체 게바라 캐릭터를 만들고 공연할 수 있었다."

- <아이다> 이후 차지연씨와 같은 무대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지연이와 같이 무대에 서는 장면이 많지 않다. 대사를 주고받을 장면이 많지 않아 아쉽다. 지연이는 <아이다> 때보다 자유로워졌다고 표현하면 좋을까. 스스로를 자유롭게 놓아서 상대 배역을 편하게 만든다. 지연이가 연기했던 아이다는 (라다메스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역할이다. <아이다>에서 라다메스와 아이다로 만났던 것처럼 다시금 상대역으로 만나고 싶다."

마리 앙투아네트 오를레앙 김준현 사계 차지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