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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영국의 한 자그마한 카페에서 헤리포터의 초본을 썼다고 한다. 그는 이혼 후 한 명의 자식을 거느리고 있던 편부모 가정의 가장으로써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가'라는 꿈을 접지 않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마 그녀는 누구보다 절실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포기하기를 멈추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는 것. 그 지점에 나에겐 아주 큰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몇 십번의 출판사의 거절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 마침내 한 출판사가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러한 롤링의 태도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가 계속해서 출판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는 것은 자신의 글에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은 여느 작가에게나 중요한 사실이다. 그 자신감은 글의 특별한 '소재'로 부터 올 수 도 있고, 개성 있는 '문체' 아니면 시대가 요구하는 '상'을 잘 판단하여 나온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둘러 싼 테크닉이 아니라, 글쓰기에 앞서 작가 자신의 내면과 작가가 처해있는 외부의 상황을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느냐의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제는 너무 기초적이라 새삼스러울 수 있으나, 이는 변화된 출판시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굳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아이디어와 소재만 있으면 누구나 책을 출판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인터넷 망을 이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무려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과거에 비해 비교적 자신의 글을 쉽게 표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실속 없는 글'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띄고 있다. 서점 곳곳 자기계발서의 냄새가 묻어 있지 않은 책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만큼 요새는 젊은이들의 통찰을 담고 있는 '진짜 글'을 찾기 어려워졌다.

이를 반증하는 예로써 '사회과학' 분야의 필자가 젊은 층에서 가뭄에 콩 나 듯 나온다는 게 이런 현상을 증명한다. 80~90년대 20대를 살았던 '민주화 운동 세대'까지만 하더라도 20대 필자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들은 글을 통해 소통했고, 연대하였고, 자발적으로 독서모임을 조직하여 토론하였다. 이는 물론 80년대 독재 정치 배경의 시대 흐름에 자연스러웠던 젊은이들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사회현상에 대하여 이렇게 무관심하고, '좋아요'만 누르고 관심의 연장이 끊어져 버리는, 이렇게 쿨한 시대가 과연 옳은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우리는 과거의 독재를 경험했던 젊은이들 보다 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지금은40~50대가 된 젊은이들도 굳이 부정하지 않을 정도로, 지금의 젊은이들은 싸워야 할 적들이 너무나도 많다. 회귀하는 정치, 팽배하는 자본시장, 꿈과 현실에서 싸우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 취업 걱정, 집 걱정 등 우리는 과거의 젊은이들보다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상황은 달라진다. 이러한 많은 걱정들을 파헤쳐 내어 우리가 이룩할 수 있는 대상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우리 앞에 처해있는 상황에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숙제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기성세대에 속하는 소설가, 사회학자, 경제학자 등 많은 어른들은 지금의 우리를 '아마 전근대를 통틀어 이렇게 힘들고, 암울한 시대를 사는 젊은이'는 없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로 우리를 안타깝고 무력한 모습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어른들의 말은 오히려 현대를 사는 젊은이 들을 더욱 위축되게 만들 뿐 아니라, 심지어 듣는 젊은이의 입장으로써 화가 나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러한 기성세대의 극단적인 말에 반항 한번 해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더욱 상황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하루 빨리 우리 앞에 닥친 암울한 시대 현상을 무의미한 '클릭'을 통해 '옛다, 관심" 이라는 식의현상에 대한 조루성 이해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신자유'라는 이름까지 더해진 자본시장이 무섭도록 가속도를 내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세계를 한 번에 바꾼다는 건 가망도 없을 뿐더러 자본이 코웃음 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80년대 젊은이들이 그랬듯, 개인의 바람직한 생각이 하나 둘 씩 모여서 민주화를 이루어 냈듯, 현대 젊은이들의 세계를 통찰하는 '글쓰기' 행위는 음울한 세계를 뒤집어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얼마 전 연세대에 최경환 부총리를 향한 젊은이의 협박이 담긴 대자보가 붙여졌다. 이러한 목소리가 한 낮 반짝 사건으로써 끝나버리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져 젊은이들의 바람을 조금씩 이루어 낸다면 우리는 비단 기성세대의 골칫거리가 아닌,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써 '당신들이 틀렸어!'라는 당당한 외침을 하게 될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한다. 

어느 덧 2014년의 끝자락에 다 닿았다. 어서 빨리 지금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 같은 젊은이들의 생각을 담은 소중한 글들이 2015년에는 넘쳐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글쓰기, #자본주의, #사회과학, #20대 ,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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