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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4 특별상' 수상자로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신은미씨를 선정했습니다. '특별상'은 한 해 동안 좋은 기사와 기획 등으로 활약한 시민기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5년 1월 23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2014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4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15 2월22일상', '2014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말]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사람. 그는 미국에 사는 평범한 아줌마다. 다만 그를 한국 사람과 비교해봤을 때 평범하지 않은 게 있다면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 2012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연재한 신은미 시민기자다.

하지만 이제 이 아줌마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됐다. 지난 11월 말부터. 그녀의 이름이 언론지면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신은미 시민기자가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자신의 견해를 내놨다. 그녀의 이름과 토크콘서트에는 '종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신은미 시민기자의 2014년은 다사다난했다. 2014년 여름께, 2013년 북한 여행 이야기가 담긴 연재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를 마치고, 지난 10월에는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가 주는 2014 통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또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통일 토크콘서트'도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박수갈채는 여기까지였다. 지난 11월 말 조계사에서 열린 통일 토크콘서트를 시작으로 언론의 손가락질이 시작됐다.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 채널은 그녀가 토크콘서트 중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고, 그녀에게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렸다.

"남북 동포들이 동일한 민족정서 갖고 있다 말했을 뿐"

<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 저자 신은미씨.
 <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 저자 신은미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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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활빈단 등 보수단체가 신은미 시민기자를 고발했고, 경찰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그녀는 일부 탈북자들로부터 끝장 토론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지난 10일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사제 폭발물 테러까지 당했다. 그녀의 책을 2013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하고, 그녀를 통일부 홍보 영상에 출연시킨 정부는 태도를 바꿨다. 정부는 1월 9일까지 그녀의 출국을 정지시켰다.

신은미 시민기자를 향한 세간의 평은 지금처럼 혹독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신은미 시민기자는 통일언론상 수상 당시 주최 측으로부터 "평범한 아줌마의 시선으로 북한의 실상을 정서적으로 잘 보여줬다"라는 평을 들었다. <오마이뉴스>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오마이뉴스>는 차별성 있는 콘텐츠로 북한의 오늘을 보여주고, 남북관계 정상화를 염원하는 기간의 공로를 인정해 그녀를 2014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최근 신은미 시민기자를 모처에서 만났다. "안녕하셨어요"라는 기자의 인사가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지쳐 보였다. 11월 말 한국에 입국했을 때보다 더 야위었다. 그동안 여론의 손가락질과 경찰 조사 등으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보수언론의 허위·왜곡 보도 이후 제 삶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엉망진창'입니다. 미국에서의 삶 그리고 한국에서의 삶, 모든 게 파탄 났어요. 특히 가족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요. 저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그리고 북한 여행기를 통해 남과 북의 동포애 그리고 민족애를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종편이 저를 '북한을 찬양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잖아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저를 많이 불편해합니다. 가족들에게 '나는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은 동일한 민족정서와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걸 말했을 뿐이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허위·왜곡을 일삼는 사람들과 싸우겠다'고 말했어요."

"폭발물 테러 고등학생도 피해자... 문제는 종편"

한 고3 학생이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인화물질을 터트려 2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3명이 부상당했다. 사진은 인화물질 폭발 당시의 동영상 화면을 캡처한 것.
 한 고3 학생이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인화물질을 터트려 2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3명이 부상당했다. 사진은 인화물질 폭발 당시의 동영상 화면을 캡처한 것.
ⓒ 주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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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시민기자는 지난 14일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녀는 "경찰이 토크콘서트 당시 제 발언 내용부터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후에는 제가 쓴 책과 미국에서 했던 강연회 내용까지 조사하더군요"라고 전했다. 그녀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한 말을 복기했다.

"제가 경찰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게 기초·기반이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통일의 기초는 동포들 사이에 있는 벽을 허무는 일이다.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이 과정이 없는 통일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남한과 북한 동포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비록 지난 29일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가 "토크콘서트 내용을 확인한 결과 '북한은 지상낙원' 발언 자체가 없었다"라고 밝혔지만 그녀에게 찍힌 '종북 낙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관련기사 보기). 신은미씨는 경찰 관계자의 확인 내용에 이런 반응을 보였다.

"토크콘서트에서 그런 말(북한은 지상낙원)을 한 적이 없으니 (경찰의 확인 내용은) 당연한 겁니다. 저는 지금까지 북한을 '가난한 나라'라고 썼어요. 그런 제가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겠습니까? 보수 언론의 허위·왜곡보도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해요."

신은미 시민기자는 '종북 논란'이 터진 이후에도 토크콘서트를 이어갔다. 그녀의 지론대로 남북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녀가 맞닥뜨린 것은 한 고등학생의 사제 폭발물 테러였다. 테러범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했다.

"저는 테러를 저지른 고등학생도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종편의 허위·왜곡 보도가 사회 갈등을 조장했고, 그런 식의 보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벌어져선 안 되는 일이 벌어지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보수는 왜 '종북몰이'에 집중했을까

신은미씨와 관련한 TV조선 보도 내용
 신은미씨와 관련한 TV조선 보도 내용
ⓒ TV조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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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을 종합하면, 종편의 마녀사냥식 보도는 한 학생의 머릿속에 테러를 새겨놨고 자신이 종북몰이 보도의 피해자라는 것. TV조선, 채널A 등 보수언론은 왜 그녀를 향한 종북몰이에 집중하는 걸까. 하루아침에 '마녀'가 된 당사자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사회에 갈등이 있거나 문제가 있다면, 중재를 지향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닌가요? 그런데 종편 등 보수언론은 '나와 다르면 적'이라는 프레임으로 일관했어요. 저는 보수언론이 이런 식의 보도를 하는 게 보수세력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종편이 허위·왜곡보도를 하는데도 통일부가 제가 출연한 홍보 동영상을 삭제하는 등 동조했어요.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도 공식석상에서 종편 보도를 근거로 통일 토크콘서트를 '종북 콘서트'로 규정하기도 했고요."

종편 등 보수언론의 보도와 정부의 행보가 궤를 함께한다는 뜻이다. 통일 토크콘서트를 향한 종북몰이 마녀사냥식 보도와 지난 19일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활개 치는 공안수사까지. 일부 언론은 이런 흐름을 두고 지지율 하락 등 정부 위기국면 전환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신은미 시민기자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는 이전과 다른 정부·언론의 태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느낌이 들었죠. 제 모국은 대한민국입니다. 저는 남북통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었어요. 그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했죠. 말년에라도 한민족의 평화·화합을 이야기할 수 있게 돼 무척 기뻤어요. 하지만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제 삶이 갈가리 찢겨 비참하게 내동댕이쳐지는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남북 평화 위해 사명 다하겠다"

판문점에서 북한 군인과 손 맞잡은 신은미 시민기자 부부. 사진은 지난 2012년 촬영분.
 판문점에서 북한 군인과 손 맞잡은 신은미 시민기자 부부. 사진은 지난 2012년 촬영분.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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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우울감과 좌절감으로 점철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됐단다.

"전국 각지에 있는 독자들과 탈북자들의 응원 메시지를 받으면서, 또 <오마이뉴스>에서 저를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깨달았어요. '누군가는 내 진심을 알아주고 있구나' '나를 내팽개치지 않는 사람이 있구나'라고요. 큰 기쁨입니다. 힐링(치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남북 분단의 상처를 다시 한번 봤습니다. 그 상처에는 아픔과 피폐함이 있었어요. 앞으로 저는 남북의 평화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할 계획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이라는 증세가 사회에 퍼져 있어요. 이것을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비난 속에서도 "그래도 내 모국은 대한민국, 통일을 위해 내 사명을 다하겠다"는 그녀. 남북의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는 그녀에게 이번 논란이 '슬프고도 아픈' 디딤돌이 되길 기원한다.


태그:#신은미, #종북몰이, #박근혜, #북한, #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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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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