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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15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랫줄 왼쪽부터) 유의동 국회의원, 신제윤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박병석 국회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김기식 국회의원, 강석훈 국회의원,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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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라는 두 마리 사자를 잡을 것."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가계 빚의 체질 개선과 기업 부실위험의 상시적 관리에 역점을 두고 시장질서 확립에 힘쓰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저성장 환경에 적응해야 할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우리나라 경제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금융발전과 경제를 둘러싼 각 수장들의 입장은 말 그대로 '동상이몽'이었다.

최 부총리는 다소 위험이 있더라고 모험을 통한 역동적인 금융 생태계를 만들 것을 주장했다. 특히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라는 두 마리 사자를 잡겠다고 자신했다. 신 위원장은 핀테크 등 금융 혁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금융안정을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와 기업 부실위험을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이 총재는 장기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며 마냥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핀테크 강조한 부총리... 가계 빚 개선 방점 찍은 금융위원장

5일 오후 2시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경제 수장들로 시끌벅적했다. 범 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들은 각각 올해 경제를 전망했지만,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첫 축사에 나선 최 부총리는 "2014년은 세월호 사고 등으로 축 처진 분위기를 쇄신하고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려나가기 위해 국민과 기업, 금융인들이 전력을 다한 해였다"며 "올해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틀 안에서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라는 두 마리 사자를 잡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술과 금융의 융합인 '핀테크'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핀테크란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최 부총리는 "글로벌화, ICT기술과 금융의 융합 등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이해하고 선점하는 국가가 금융과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다"며 "정부는 핀테크, 인터넷 전문은행 등 보다 가볍고 빠른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업권간 칸막이를 완화해 금융산업에 경쟁과 혁신적인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술력있는 기업을 지원했던 금융선진국의 모험자본이 우리금융에도 살아 움직이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대출보다는 지분투자 방식으로 신성장산업의 투자위험을 분담하는 3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촉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성공사례를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또한 연기금의 역할강화, 배당소득증대세제 등을 통해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이도록 유도하여 우리 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 위원장은 "금융산업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을 선제적으로 대비해 금융안정을 반드시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가계 빚의 체질 개선과 기업 부실위험의 상시적 관리에 역점을 두고 시장질서 확립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작년 한 해 어려운 대내외적 여건 속에서도 기술금융, 규제개혁 등 핵심정책 과제들이 차질없이 추진되었고, 통일금융의 청사진도 구체화되었다"며 "핀테크, 창조금융 등 시대적 조류를 활용하여 한국금융의 성장 동력이 끊임없이 창출되도록 금융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총재 "장기 침체 가능성... 마냥 희망 품을 수 없다"

반면 이 총재는 올해 주요국 통화정책방향의 엇갈림이 분명해지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기침체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마냥 희망만 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총재는 2013년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언급한 장기침체 가설을 인용하며 "우리는 패러다임이 급격히 뒤바뀌는 지각변동기의 한복판에 있는지 모른다"며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저성장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또 "국가 간 상호연계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 국가의 금융위험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확산될 수 있어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주요국 중앙은행 모임인 국제결제은행(BIS)도 전 세계적으로 금융부문의 위험추구 성향이 과도함을 지적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바젤III로 대표되는 글로벌 금융규제기준도 대다수 금융기관의 영업전략과 수익상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 금융사들의 대응이 양호하지만 보완할 점이 없는지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해 첫 만남에서는 덕담을 드리는 것이 도리지만 그러지 못해 송구하다"며 "금융인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도덕성과 책임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마음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정무위원회 소속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국내 4대 금융회사 회장들의 모습도 보였다. 윤종규 케이비(KB)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임종룡 NH농협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이 자리했다. 다만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외부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순우 우리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 은행장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각각 취임한 신임 윤 회장과 이 행장은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지주회장들과 행장들은 한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각계 금융권 인사들과 악수를 나누며 담소를 나눴다. 권 행장은 행사 마지막까지 남아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전국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상호저축은행중앙회·여신금융협회 등 6개 금융협회장들도 참석했다. 이날 1200여 명이 넘는 금융권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