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재미동포 신은미(54)씨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가 7일 '2013년 우수문학 도서'에서 돌연 취소됐다. 보수언론의 '종북몰이'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경 수사당국에 이어 정부까지 전방위적으로 종북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이날 오전, 누리집 공지글에서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신은미씨 저서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학나눔 대상 도서 취소에 따르는 조치를 요청받았다"라면서 "이에 따라 해당 도서를 홈페이지 목록에서 삭제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6월, 이 재단은 문체부의 '문학나눔' 사업을 통해 신씨의 책 등 151종의 도서에 대해 '2013년 상반기 우수 문학도서'로 선정한 바 있다.

이에 문체부 도서관정책기획단 관계자는 "책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도 받는 등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라면서 "우수 문학도서는 국민들에게 널로 읽히려는 의도에서 선정했지만 사회적 논란이 일어 취소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책 선정 과정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재미동포의 책이 우수 문학도서로 선정돼 논란이 되고 있다"라며 "우수 문학도서 선정은 독서 진흥에 그 목적이 있는 만큼 국민에게 장려할 가치가 있는 문학작품이 선정될 수 있도록 선정 절차 등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문체부는 '문학나눔' 사업을 통해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된 도서들을 구매해 지역 도서관과 청소년시설·교도소 등에 보급해왔다. 지난해부터는 이 사업은 우수 학술·교양 도서 선정을 주관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다.

종북몰이의 끝은?... "표현의 자유도 위축시켜"

이같은 조치에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종북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정부가 붉은색 안경을 끼면서 문제 삼게 된 것"이라며 "책은 독자들이 판단하게 해야 하는데 국가기관이 나서서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게 된다"라고 평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문체부까지 나서 전방위적인 공안몰이를 이어가고 있다"라면서 "근거도 없이 책 선정을 취소하는 일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신씨의 변호인인 김종귀 변호사는 "책 내용은 변하지 않았는데 수사에 휘말려 선정 취소가 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라면서 "정홍원 총리의 가이드라인을 문체부가 그대로 따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종편 등 보수언론은 '신은미·황선 전국순회 통일토크 콘서트'에서 신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북한을 찬양하는 등 '종북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활빈단과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가 두 사람을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오마이뉴스>는 신씨의 책과 황선 대표와의 강연 내용을 엮은 대담집 <그래도 나는 노래하리>에는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발언은 나오지 않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신은미가 '종북'? 도대체 무슨 근거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신씨가 남편 정태일씨와 북한을 방문한 뒤 지난 2012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여행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연재기사 보기). 신씨는 이 여행기로 지난해 10월,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가 주는 제20회 통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북한의 실상을 잘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태그:#신은미, #문체부, #우수문학 도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종북 몰이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