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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증거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자료사진).
 '국정원 증거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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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조작을 몰랐다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담당 검사들의 주장과 달리 그들이 처음부터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국정원 직원의 주장이 처음으로 나왔다.

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 심리로 열린 '국정원 증거조작사건' 2차 준비기일에서 이재윤(54) 전 국정원 대공수사처 처장의 변호인은 "이문성 검사가 국정원에서 유우성씨 출입경기록을 다 봤는데도 공판 때 (국정원에)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처장 등은 검사 지시를 따랐을 뿐이며 범행 동기도 전혀 없으니 결백하다는 얘기였다.

그는 또 다른 피고인 이인철(48) 전 중국 선양총영사관 영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발급한 2013년 9월 27일자 확인서를 언급했다. 당시 국정원은 권세영(51) 전 과장이 2012년 11월 입수한 유씨 출입경기록의 컴퓨터 화면 갈무리본만 확보한 상태였다. 그 내용은 진짜였지만 발급 날짜나 관인이 없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기는 어려웠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와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인서'란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봤다.

그런데 이날 이재윤 전 처장의 변호인은 "이건 검사가 지시했다"고 말했다.

"권세영 피고인이 입수했을 때 다 알았다. (당시 파견 근무 중이던) 이문성 검사가 국정원에서 (그 기록을) 다 봤다. 그런데 공판을 하러 와서 보니 필요해서 출입경자료를, 첩보활동으로 구하라고 했다. (공식절차인) 외교채널로 구하라는 게 아니었다. 국정원과 이문성 검사가 협의했고, 본인(검사)이 지시해서 행사한 것이다."

이 변호인은 거듭 "(이 사건) 전체가 검사들의, 거의 강요에 가까운 촉구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윤 전 처장에게는 범행 동기가 없고, 국정원이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범행 동기가 있다면 검사 측에 있을 것"이라면서 "법무부와 국정원을 상대로 사실조회를 신청한다"라고 밝혔다. '유우성씨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검사와 국정원 직원들이 받는 불이익이 있냐'는 내용이었다.

국정원 직원들의 달라진 태도... "검사 관여 정도, 충분히 심리돼야"

지난해 3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우성씨의사건을 맡은 검사들이 재판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시원, 이문성, 최행관 검사, 이현철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장.
▲ 법정 향하는 '공무원 간첩사건' 담당 검사들 지난해 3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우성씨의사건을 맡은 검사들이 재판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시원, 이문성, 최행관 검사, 이현철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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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자체가 '검사 지시에 따른 것'임을 강조한 피고인은 더 있었다. 이인철 전 영사다.

그의 변호인 역시 7일 "피고인은 검사의 지휘를 받던 사람으로 검사와 협의해 증거를 제출했다, 모든 증거 서류는 검사를 위한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법원을 속이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공소사실은 부당하고, 결국 수사를 지휘한 이시원·이문성 검사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이 전 영사 쪽은 지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두 검사들이 왜 징계를 받았고, 확인서 작성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라며 법무부가 관련 기록을 제출하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두 국정원 직원들의 태도는 '검사들도 증거조작에 관여했다'는 유우성씨 쪽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유씨 변호인단은 줄곧 검사들의 개입 가능성을 의심해왔지만 검찰은 지난해 4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담당 검사들은 몰랐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두 검사는 중징계를 받긴 했지만 그마저도 3개월 뒤에야 결정됐다. 결국 피해자가 나섰다. 유우성씨는 지난해 12월 이시원·이문성 검사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고소했다.

유씨의 변호를 맡아온 김용민 변호사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이 주장은 검찰 수사에도 반영돼야 한다"라면서도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검사의 관여 정도는 국정원 증거조작사건 재판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라면서 "법원이 직권으로라도 심리에 반영해서 충분히 살펴보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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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우성, #국정원 증거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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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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