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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정리해고무효소송이 원심판결파기환송 선고가 난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 조합원이 정리해고자 이름이 적힌 종이를 날리고 있다.
▲ 눈물로 뿌려진 정리해고자들의 이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무효소송이 원심판결파기환송 선고가 난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 조합원이 정리해고자 이름이 적힌 종이를 날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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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임명'은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중요한 고비마다 여론을 달랠 묘수로 쓰였다. 2004년 8월 최종영 대법원장은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란 카드를 꺼냈다. 1년 전 김용담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판사들의 집단항명 등 여론의 거센 반발을 경험한 뒤였다.

후임 이용훈 대법원장은 대법관 다양화 등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때에 취임했다. 그는 박시환 변호사와 김시형 서울고법 부장판사, 전수안 광주지방법원장, 이홍훈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 이른바 '독수리 5형제'를 발탁, 사회의 요구를 수용했다.

양승태 현 대법원장은 어떨까.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위원장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는 14일 전체회의를 연다. 2월 17일에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의 후임을 정하기 위한 자리다.

현재까지 드러난 후보들은 이석연 전 법제처장, 장경찬 변호사,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다. 또 법원 내부에선 28개 전국 법원장급 인사들이 인사 검증 대상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양 대법원장은 새해 첫 산행에서 "대법원이 지나치게 법관 위주라는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며 "꼭 법관만 고집하기 때문은 아니고 앞으로 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법관 출신 대법관을 임명 제청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상고법원 도입의 가장 큰 벽은 '대법관 다양화'

'법관 순혈주의'는 대법원이 당장 넘어야 할 벽이다. 지금 대법원은 모두 법관 출신 대법관으로 채워져 있다. 대법원이 과거사 손해배상 문제에서 별다른 근거 없이 이자를 깎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무효 소송을 파기환송하는 등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핵심 문제로 지목된 부분이기도 하다.

참여연대는 12월 17일 낸 신영철 대법관 후임 인선 관련 성명에서 "기존처럼 엘리트 판사 중 승진할 사람을 뽑듯이 해서는 (대법관 후보) 적임자를 찾기는커녕 사법부를 보수화하고 권력에 순치시키는 역기능만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은 대법원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대법원의 기능을 분산, 법률심을 전담하는 법원) 도입에 가장 큰 장애물이기도 하다. 양 대법원장은 임기 하반기 과제로 상고법원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론은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더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해 9월 30일 상고법원 반대 성명을 내며 "현재 대법관 구성은 법원 내 기수·서열을 기준으로 한 남성 고위법관 일색의 엘리트·보수 성향으로, 사회 변화에 부응하는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아직 의견을 정하진 않았지만, 최근 실시한 대법관 구성 및 심리방식 개선 의견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대법관 증원을 꼽았다며 관련 입법 활동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 설문조사에서 조건 없이 상고법원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한 이들은 15%에 그쳤다.

결국 양 대법원장은 신임 대법관 임명 제청이란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 오는 9월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의 후임까지 연달아 비법관 출신을 뽑는다면, 반대론을 달래고 상고법원 도입에 동력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법관 출신 대법관, 묘수? 꼼수?

오는 2월 17일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의 후임을 정하는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위원장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가 14일 전체 회의를 연다. 이번에는 고위 법관 일색인 대법관 구성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사진은 양승태 대법원장(가운데)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양 대법원장의 오른쪽이 이번에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이다.
 오는 2월 17일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의 후임을 정하는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위원장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가 14일 전체 회의를 연다. 이번에는 고위 법관 일색인 대법관 구성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사진은 양승태 대법원장(가운데)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양 대법원장의 오른쪽이 이번에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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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법관 출신 후보가 나와도 '상고법원이 상고심 제도 개선의 정답이 아니다'란 목소리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협 상고심개선연구위원 이재화 변호사는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비법관 출신 신임 대법관은)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해 여론을 떠보는 것일 수 있다"며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다른 꼼수를 쓴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이 신뢰를 잃은 본질적 이유는 시대에 맞지 않는 판결을 하기 때문"이라며 "대법관 수의 희소성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결로 권위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만큼 대법관 수를 늘려 구성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한 명의 비법관 출신 대법관이 나온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이 '대법관 다양화'라는 국민 요구를 충족하지 않은 채 너무 급하게 상고법원을 도입하려고 한다"며 "대법원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사람이 있어야 상고법원, 정책법원(주요 사건 판결로 국가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법원) 모두 제대로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대법관 구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재 비공개인 대법관 후보자 추천과정도 공개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영철 대법관 등 10명의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들은 14일 회의에서 미리 검증에 동의한 인사들 중 3명 이상을 이날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 가운데 1명을 최종 낙점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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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법원, #양승태, #상고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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