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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노순택
질문-정리: 김병기/공희정/노경진 기자
사진: 노순택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

그를 떠올리기 전에 먼저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추앙받는 인물이다. 박 전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고스란히 그의 딸 박근혜 부총재에게 '대물림'됐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지 이제 막 4년차인 '정치초년생'. 하지만 그는 이미 TK의 맹주 자리를 노릴 정도의 엄청난 '공력'을 축적했다. 그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차기 대권의 반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미 궤도에 오른 그의 탄탄한 지반. 이같은 이유 때문인지 그는 당내 비주류이면서도 당당하다. 지난 2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2시간여에 걸친 인터뷰에서도 언론사 세무조사를 중단하라는 한나라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개의치 않고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이같은 주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대권 후보로서의 자질에 대해서도 "당내의 의견을 충분히 수집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우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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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정희 기념관을 둘러싸고 최근까지 열띤 논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아버지의 강권통치는 인정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 "아버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그는 덧붙여 박 전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독재'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전적인 의미로는 맞는 표현"이라고 거침없이 말하기도 했다.

벽에 걸린 두 개의 대형 사진 속에 각인된 박 전대통령의 흔적, 그리고 인공 조경설치물에서 흘러나오는 시냇물 소리와 함께 난초향이 그윽한 국회의원회관 545호실. 흡사 박 전대통령의 정원 같은 곳에서 그를 만났다. 첫 질문은 언론사 세무조사.

-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언론사 세무조사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70-80%의 국민들은 언론사 세무조사는 진행되어야 하며,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현직기자 90% 이상이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신문사도 하나의 사업이고 기업체이기 때문에, 세무조사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한나라당 당론은 어폐가 있다. 문제는 묘한 때에 터져 나와서 그 순수성을 의심받는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걸 이용해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대한 의혹이 남는다."

- '언론사 세무조사를 중단하라'는 당론은 문제가 있다는 건가.
"(세무조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야당은 언론의 발목을 잡으려고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또 최근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언론개혁 발언에 이어 (세무조사가) 일사천리로 진척되는 것에 대해 야당은 반발하는 거다. 하지만 야당은 '세무조사를 중단하라'는 주장보다 세무조사를 다른 쪽으로 이용하지 말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세무조사를 가지고 어디는 하고, 어디는 하지 말라고 하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국민이 바라는 공정성에도 맞지 않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이총재 생각과 항상 같을 수 있나"

- 이 총재의 생각과는 다른 것 같은데.
"항상 같을 수 있겠나"

- IMF와 현재의 경제위기를 몰고 온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IMF도 거시적으로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돼서 일어난 것이다.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면 경제는 회복되지 않겠나."

- 결국은 그러한 문제를 거슬러서 올라가면 과거의 관치가 누적돼 나타난 현상 아닌가. 또 관치금융은 박 전대통령이 기반을 만들어놓은 것이 아닌가.
"각 시대마다 경제 형태가 달라진다. 60년대의 경제 상황에 들어맞는 방식이 있다. 90년대에 맞다하더라고 60년대는 안 맞는다. 60년대는 경제라는 것이 없었다. 자본도 없고 외국에서도 투자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차관을 빌려올 수도 없었다. 당시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80년대 지도부가 되셨다면 정부가 직접 규모 큰 경제를 터치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보았을 것이다. 관치금융 같은 것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부작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 했기 때문에 이만큼 이뤄놓은 것이다. 하지만 80년대 중반에선 관치금융 체제를 바꾸어야 했다. 그런데 늦었다."

- 박 전대통령께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대우 김우중 회장을 개인적으로 아꼈다고 하는데, '김우중의 몰락'을 어떻게 보는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경제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때 아버지는 수출도 열심히 하고 의욕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아꼈다. 그리고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인이 얼마 안됐다. 그런 분은 국가의 자랑도 되는 건데 그렇게 돼서 안타깝다. 김우중 회장은 빨리 귀국해야 한다. 그리고 미처 밝히지 못한 사실이 있다면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박 의원 집무실에는 '한국현대사의 질곡과 딜레마의 상징'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걸려 있다.
- 구여권의 '안기부돈 유용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아직도 진실을 모르겠다.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고 규명된다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고 책임져야할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국보법 개정을 시사한 적이 있는데.
"국보법은 개정할 필요가 있다. 남북교류 등 그 변화에 맞춰서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개정할 시기는 북한에서 어떻게 나오는가를 지켜봐서 결정해야 한다. 국보법의 문제는 운영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여러 번 개정하면서 많은 부분을 고쳤다."

- 국보법에 대해 여야 소장파 의원들은 크로스보팅을 하자고 나서는데.
"당론을 따라야 한다."

개헌론에 대해 "4년 중임 정·부통령제는 바람직하다"

- 개헌이나 정계개편과 관련 박 의원은 4년 중임제안을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권력이 한군데로 집중되어 있어서 문제가 많다. 권력분산과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4년 중임 정·부통령제는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4년 중임은 이야기하고 정·부통령제를 접자고 한 것은 개헌의 목적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개헌의 목적이 뭔가.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펼치기 위한 것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단임제를 비판했던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장관도 너무 자주 교체됐다. 그런 것을 보완해서 넘어가지 않으면 다음 5년 동안 또 그럴 것 아닌가.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도 21세기라고 다들 노력하는데 우리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한마디로 개헌의 방향은 4년 중임 정·부통령제가 가장 바람직하긴 한데 왜곡의 소지가 있으니까 4년 중임제 정도로 개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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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민주주의가 미흡하다

- 이 총재가 최근 "정의로운 법만이 법이고, 정의롭지 않은 법은 이미 법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해 '이 총재 법의식'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 분도 오죽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나. 야당총재로서 워낙 어려움이 많다 보니... 하지만 지난해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위법판결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도 그 당시 그런 법은 지킬 필요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 자기주관에 따라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법을 자기 주관에 따라 재단해서는 안된다. 우리 스스로가 입법기관이므로 합당한 법을 지향하기 위해 조정해 나가야 한다.

- 박 의원도 1인 중심의 보스 정치를 가장 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3김 정치가 그러했는데.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3김을 닮아 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인 중심의 보스정치가 가장 문제다. 하지만 아직 하나도 개선이 안됐다는 국민의 평가가 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지도자로 있는 분들이 책임이 있다. 나는 시간이 나면 당에 고언을 했다. 당도 노력하고 있다고 믿는다."

- 이 총재는 그런 고언을 제대로 반영하나.
"정당은 국민의 지지가 힘이 되는 거다.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도부는 그것을 먼저 생각해야 할 거다."

- 여야 영수회담이 결렬된 상태다. 김대통령의 자세가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고, 이회창 총재가 대법관 출신이어서 정치적 화법이 서툴러 대통령의 심기를 상당히 불편하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총재의 정치 스타일을 평가한다면.
"야당총재로서 어려운 일도 많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을 그래도 잘 이끌어오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야 지도자라고 하면 나라의 큰 축인데 그런 막중한 책임을 가진 분들이 감정적으로 대립했다. 영수회담 자체가 국민을 위한 자린데 싸울 일이 뭐가 있겠는가. 이 총재는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야당한테 더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한 거겠지만 항상 여론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 대권 출마에 대해서 박 의원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그런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대권도전을 시사한 적이 있다.
"대권 때문에 정치계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대부분은 나라에 대한 꿈을 갖고 들어온다. 나라에 큰일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하고 그러면 정치인의 꿈을 이루는 거다. 자리에 연연하면 초점이 맞지 않는다. 의정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것뿐이다."

"아버지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역사적 재평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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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권출마를 한다면 대권출마 후보들이 갖출 자질은 무엇이며 자신의 장점은.
"내세울 것은 없다.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그 자리는 명예보다는 고뇌가 많은 자리다. 대권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면 자연히 얻는 것이다. 그리고 대권 출마자는 리더십이 창출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관이 투철해야 하고, 국가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줄기차게 실천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희생도 감내할 줄 알아야 한다."

- 박 의원 자신을 이런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내가 내 장점을 어떻게 이야기 하나. 나는 사심이 없다. 국민의 편에서는 정치인이 되겠다."

- 대권후보로서 이회창 총재의 자질을 평가한다면.
"수권정당이 되려면 국민들의 믿음을 받아야 가능하다. 그리고 민주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당내의 의견을 수집해 종합해야 한다."

-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둘러싸고 역사적으로 평가되지 않은 인물의 기념관을 만드는데 국고보조금 200억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박 전대통령 20주기 때 여론조사를 했는데 평가가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국민들이 한 재평가를 인정해 줘야 하지 않겠나."

- 예결위 의원들을 상대로 한 <오마이뉴스> 조사결과 여야의원들 70% 이상이 박정희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 국고보조금 100억 추가 지원에 반대했는데.
"내가 이야기를 하면 기념사업하는 것에 간섭이 되니까, 말을 더 이상 안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그렇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기념관 건립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해야 되겠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 일부에서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후광으로 정치권에 '무임승차'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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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이야기다. 아버지가 정치를 안했다면 내가 과연 정치에 들어왔을까. 아버지 은덕이 많다. 내가 정치를 하면서 아버지를 추도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내가 더 조심스럽고 더 잘해야 된다는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나 동기는.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고 돌아가셨는데, IMF로 나라가 어려울 때 나도 나라를 위해서 일조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충정에서 입문했다."

-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는 여성 정치인이 극히 적다. 하지만 여성 정치인으로서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또한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여성 대통령 탄생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여성정치인이기 때문에 어떤 장점이 있다는 것은 말하기 힘들다. 단지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지향한다면 남성보다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추세가 여성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변하지 않나. 우리나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고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여성정치인이 있다면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박전대통령은 '독재자'라는 표현은 사전적 의미로는 맞다"

- 역대 대통령으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아버지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항상 옆에서 많이 보았으니까. 아버지의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을 존경한다. 사심이 없고 국가 이익에 관계된 일이라면 양보를 하지 않으셨고,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 그리고 목표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꼭 이루었다."

- 가정생활은 어땠나.
"굉장히 우스운 이야기도 잘하고, 유머도 있고, 가족에게 잘했다. 심지어는 내가 외국에 나가 공부할 때 편지도 자주 보내시고, 정원에 꽃 폈다고 사진도 찍어 보내시기도 할 정도로 자상했다."

- 단점이 있다면.
"그 시대는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박 전대통령의 성과도 인정해야 하지만 일부에선 박 전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독재라는 말도 사전적인 의미로 적용하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다. 아버지 10주기를 맞아 어떤 언론인이 쓴 글이 있는데 '아버지를 바르게 평가하려면, 한반도가 아버지를 만들어간 것과 아버지가 한반도를 만들어간 것을 같이 봐야 한다'고. 정치인도 시대상황이 만들어내는 거다. 정치인은 결과를 보고 판단해 야하는 거지만 변명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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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박 전대통령의 '강권통치'를 인정하는가.
"인정할 수밖에 없다."

- 오늘(2월 13일)부터 박정희 기념관 반대 1인 시위를 하는데.
"반대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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