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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씨! 여긴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고. 더 험한 소리 나오기 전에 기자실에서 나가란 말야!"

▲ 오마이뉴스 기자게릴라 최경준
28일 오후 3시 30분, 억센 팔에 등을 떠밀려 인천국제공항 중앙기자실에서 그렇게 쫓겨났다. 못 올 곳을 온 것도 아닌데 괜히 민망하고 창피했다. 20여명의 중앙언론사 기자들이 공항 부사장의 브리핑마저 중단시킨 채 인터넷 신문 기자 한 명과 실랑이를 벌이고, 끝내 내쫓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개항을 하루 앞두고 인천국제공항은 막바지 손님맞이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인천공항 2층에 마련된 50여 평 남짓의 기자실에는 20개의 언론사 부스가 마련돼 있고, 한쪽에는 보도자료가 잔뜩 쌓여 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마감시간에 맞춰 회사에 보낼 기사를 작성하느라 기자실에 들어온 낯선 외부인에게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가 보다.

인천공항공사 이필원 부사장이 브리핑을 하기 위해 중앙기자실에 들어온 것은 오후 3시 20분. 중앙기자실 간사인 오점곤(YTN) 기자가 다른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오마이뉴스 기자도 자리를 잡았다. 브리핑이 시작된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오 간사(그는 자신을 '간사'라고 했다)가 브리핑을 중단시켰다.

"이 자리에 출입기자로 등록 안 된 사람 있으면 지금 바로 나가세요."
주의를 둘러보던 오마이뉴스 기자는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기자실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은 왜 나가야 합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20여명의 기자들의 날카로운 눈빛이 일제히 오마이뉴스 기자를 향했다. 뉴스게릴라는 40여개의 눈동자를 간신히 피하며 오 간사에게 따졌다.

"여기가 개인사무실도 아니고, 기자들 편의를 위해 공항에서 제공한 공공장소 아닌가요.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나를 나가라 마라 하는 겁니까?"

오 간사는 바짝 화가 난 얼굴로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여긴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야. 우리도 여기서 돈 내고 사용한다고. 길게 설명할 시간 없으니까 일단 나와. 당신 때문에 브리핑을 못하잖아."

"내가 브리핑을 방해 했나요? 왜 내가 나가야 되는지 설명해 주세요."
"아, 진짜 짜증나네."

앞에 앉아 있던 기자가 얼굴빛을 붉히며 끼어 들었다. 실랑이는 계속 이어졌다. 결국 끝까지 버티고 있던 오마이뉴스 기자를 향해 오 간사가 왼쪽 손을 머리 옆으로 치켜들며 1미터 앞으로 달려들었다. 주변 기자들의 만류로 더 이상 가까이 오거나 그 이상의 행동은 없었지만 뉴스게릴라는 아찔했다.

다른 기자들은 모두 침묵했다. 결국 오마이뉴스 기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들 사이를 헤집고 나섰다.

브리핑이 끝나고 억울한 뉴스게릴라는 다시 기자실에 들어섰다. 그러나 곧 다시 오 간사에 의해 여지없이 기자실 밖으로 끌려나왔다.
"이봐요. 여긴 기자실이고 기자들의 '룰'이라는 게 있어. 그 '룰'은 지켜야 될 것 아니야! 정 기자실에 들어오고 싶으면 정식으로 등록 신청을 하라고. 그러면 우리 등록된 기자들이 심사해서 등록여부를 판단할 테니까?"

보도자료 배껴 쓸일도 없고, 가끔 공항에 취재 나오는 뉴스게릴라가 무엇 때문에 기자실에 정식등록 신청을 해야 하며 '이미 등록된 출입기자들'은 또 무슨 권한이 있길래 신규회원의 자격 여부를 심사한다는 것일까?

오 간사에게 애초의 취재목적을 물었다.
"그런 당신들은 기자실 사용료를 내고 있느냐?"
큰소리를 계속 치던 오 간사는 유독 이 질문에서는 거듭 "노 코멘트"라는 말만 반복했다.

인천공항의 출입기자실은 출입금지기자실이 되어 있었다.


<이번 사건을 접하는 오마이뉴스의 입장>

"출입금지기자실을 새소식 샘터로!"


관공서에 마련된 출입기자실은 오래전부터 '출입금지기자실'이 되어 왔습니다. 기자단에 등록된 주요 종이일간지와 방송사 기자가 아닌 주월간지, 인터넷신문 기자나 시민기자들은 그곳에서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관공서의 출입기자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민 그 누구도 그들에게 그 공간을 독점적으로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권한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권한은 권언유착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출입기자들이 그곳에 눌러붙어 있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출입기자실에 우리를 위해 책상을 놓아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브리핑 시간 등 시민기자들이 필요한 때 그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현재의 '출입금지기자실'을 '새소식 샘터'로 만들어갈 것을 제안합니다. '새소식에 목마른 자는 누구나 와서 목을 적시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출입기자실 개방운동이자 개혁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기득권을 가진 출입기자들도, 그들의 눈치를 보아야만 하는 관공서도 앞장서서 할수 없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뉴스게릴라들이 실천을 통해 이뤄나가겠습니다.

요즘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언론개혁은 먼데에 있지 않습니다. 직업적 언론인집단의 어깨에 들어있는 쓸데없는 힘을 빼는 것이 곧 언론개혁입니다. 기자증의 힘, 언론사의 힘이 아닌 오직 기사의 질로 독자 앞에 평가받으려 하는 것이 곧 공정거래이고 언론개혁입니다.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는 "정간법 개정 같은 법규적 개혁과 잘못된 취재관행 혁파와 같은 취재문화의 개혁이 함께 이뤄질 때 진정한 언론개혁은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오늘도 인천공항으로 달려갑니다. 개항 첫날, 거기에 뉴스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어제처럼 인천공항 출입기자실에도 들어갈 것입니다. 부사장의 브리핑도 들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유린한 출입기자들에게 1만1천여 뉴스게릴라를 대신해 사과를 요구할 것입니다.

그들이 사과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어제와 같은 수모를 안긴다면 그 과정을 더욱 상세히 현장중계하여 한국언론사에 길이 남길 것입니다.



아래 '이어진 다음기사'를 누르시면 '출입기자실 개방운동 이틀째'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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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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