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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인권여성연대, 공동변호인단, 새움터, 한국여성단체연합이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지촌인권여성연대, 공동변호인단, 새움터, 한국여성단체연합이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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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분들도 힘들게 용기를 내서 왔습니다.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세 번을 해서라도 이 역사적 진실들을 끝까지 꼭 밝혀내겠다고 하십니다."

30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의 2차 변론을 앞두고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변호인단, 새움터(미군 기지촌 여성 지원 시민단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마련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움터 신영숙 대표는 "정부가 허가를 통해 기지촌이라는 특정 지역을 만들게 했다"며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제도의 역사적 사실과 피해를 명확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122명의 기지촌 여성들은 국가가 한국전쟁 발발 후 서울을 비롯한 각지에 위안소 설립을 허가해 관리했다며 지난해 6월 국가를 상대로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기지촌 여성들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가가 법적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에게 사죄 및 배상할 것을 요구해왔다.

정미례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해당 문제는 과거사를 정리할 때 이미 해결이 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얘기하지 않았던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현재처럼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공식 문건에 의해 재판이 진행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존엄과 존중의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정 대표는 "소송뿐만 아니라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실이 규명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피해자분들이 역사 속에 묻히기를 기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원고 한 명이 별세해 소를 제기할 당시 122명이었던 원고가 현재는 121명이 됐다.

법원 앞을 지나가던 나아무개(67, 여)씨는 기자회견을 보고 "이런 상황을 보면 속이 상한다"며 "억울한 일들이 밝혀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성매매 행위를 조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오후 2시에 서울중앙지법 560호에서 변론이 있었다. 이날 공판은 증거 신청과 입증 취지를 밝히는 자리로 30여분간 진행됐다. 변론이 짧게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러 온 원고들로 46석의 방청석이 모두 찼다. 원고들은 공판 시작 전부터 법정 앞에 모여 "살 좀 찌지, 왜이렇게 살이 빠졌어"라며 서로 인사를 나눴다.

이날 변론에서는 '위안부'라는 용어 사용과 국가가 미군 기지촌 위안부 제도를 실질적으로 관리·운영했는지가 쟁점이었다.

위안부 용어와 관련해 원고 측 변호인단은 "60년대 이후 위안부 용어를 쓰지 않았다는 피고인 주장과 달리 77년도 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국가 공문에서도 위안부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다"며 "위안부라는 단어는 피해자가 아니라 국가에서 칭한 용어인데도 피고 측에서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 측 변호인단은 "70년대까지 위안부 용어가 쓰였다 하더라도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지칭해야 하느냐에 관한 것"이라며 "사실관계가 일본군 위안부와는 다르기 때문에 용어를 달리해야 하는 게 적절하다"고 반론했다.

원고 측은 또 "정부가 1961년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제정해 표면적으로는 윤락 행위를 금지한 반면 1962년 한미친선위원회를 열어 성병을 관리하고 (성병 검사를 받은 자에 한해) 위안부 행위를 허용하는 특수한 법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할머니들은 관리 과정에서 페니실린 부작용으로 건강도 침해당했다"며 "이러한 피해들이 전국 기지촌에 동일하고, 121명의 원고들이 공통적으로 겪었기 때문에 이를 단순 개별 공무원의 위법 행위로 한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기지촌 정화대책에 따른 부정유출품 처리지침(사진)을 가리키며 "관세청이 공식적으로 기지촌 여성 현황을 파악하고 이들이 받은 물품들을 가져가기도 했다"고 말하면서 "피고는 성매매를 단순 방조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 이를 주요 손배상 청구 원인으로 밝혔다.

피고 측은 "국가가 조직적 관리했다는 부분은 증거들을 확인한 후 인정해야 할 사안이나 보존기간이 다 돼 각 부처들도 기록이 없을 수 있다"며 "국가기록원을 통해 기록을 받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인정 여부를 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원고 측은 국가가 성병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여성들을 감금 수용했고, 애국 교육과 자매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성매매를 권유·조장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원고 변호인단이 6개 쟁점에 대한 증거 신청을 하자 재판부는 "협의 결과 사실 조회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증거 신청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피고 측 변호인단은 2월 말까지 준비서면을 제출해야 한다.

3차 변론은 4월 1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560호에서 열린다.


태그:#기지촌, #기지촌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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