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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여의도 둔치에 수만명의 농민들이 모인 가운데 전국농민대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현장취재: 석희열 손병관 권박효원
사진: 권우성 남소연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열린 2002 전국 농민대회 현장 /김정훈 기자

<7신:오후 10시15분>
선거때만 농심(農心)찾는 정치권, 낙선운동으로 버릇 고치나?


사상 최대 규모의 농민들이 운집한 'WTO 쌀 수입·개방 반대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우리쌀 지키기 2002 전국농민대회'가 순조롭게 끝났다. 한나라당사 앞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작년 대회와 비교하면, 대규모 인파동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평온하게 대회를 치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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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둔 시기에 열린 대회에서 농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울분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유력 후보로는 유일하게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잇달아 연단에 올라 연설했는데, 농민들의 분노는 특히 노무현, 정몽준 후보에게 집중됐다.

전농·전여농, '노 달걀투척' 유감 표명
"농민 전체 의견 아니다. 정치적 이용 말라"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정현찬)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회장 김순옥)은 13일 성명을 통해 노무현 민주당 대통련후보 달걀투척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전농과 전여농은 "이번 불미스러운 일은 노무현 후보측에 불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주최측의 어떠한 의도가 개입된 것도 아니며, 이번 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의 전체적인 의견도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이를 왜곡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그 어떤 단체나 조직이 있다면 결코 400만 농민 뿐 아니라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들 단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초청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전농이 제시한 농업현안문제에 대한 해결에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었고 이에 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이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드높았다"며 이 후보를 비난했다.
/ 권박효원 기자
노 후보가 "한국농업을 반드시 살려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연단으로 달걀이 날아왔다. 경호원들과 참모진들이 연단을 에워싸고 잠시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이 "폭력은 자제하자"고 호소한 후 다시 질서를 찾았고, 노 후보는 준비한 연설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왔다.

정몽준 후보는 연설 중에 "농민의 아들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강조했지만, '재벌후보'라는 이미지 탓인지 농민들로부터 가장 냉랭한 반응을 얻었다. 권영길 후보는 집회 도중 "나는 지켜지지도 않을 공약을 남발하느니 여러분들과 함께 WTO에 맞서 싸우겠다"고 기염을 토해 농민들의 박수를 얻어냈다.

경북 청도에서 올라온 정순창(41)씨는 노무현 후보가 달걀을 맞은 것을 놓고 "노무현씨가 처음으로 연설한 게 불운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회창씨가 안 온 것은 무척 현명한 결정"이라고 재미있는 해석을 내렸다.

전농은 쌀시장 개방 철회 등 8대 요구사항을 들고 정치권의 응답을 기다린 뒤 25일부터 다시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입장. 그러나 이날 한강 둔치를 메운 농민들은 지도부의 요청대로 짜임새 있는 대오를 형성하지 못해 전농의 향후 총력투쟁이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 "농민을 배반하는 대통령은 뽑지말자"란 팻말을 몸에 두른 농민.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농이 정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농심(農心)을 효과적으로 결집시켜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사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식언이 농민들을 실망시킨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92년 대선에서는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쌀개방을 막아내겠다"고 말했지만, 이듬해 그는 쌀개방 압력에 굴복해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97년 대선에서는 "농가부채를 탕감해주겠다"는 김대중 후보의 공약이 농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농민들은 여전히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정치권이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얼마나 농심을 기만했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들이다.

강원도 횡성에서 올라온 박남기(38)씨는 "선거때만 농민을 찾고 표를 가져가고 나면 농민들은 '바지저고리'가 된다. 언제 한 번 표를 모아서 정치권에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정신을 차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전농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 쌀 개방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2004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향후 계획을 밝혔다. 전농의 이 같은 의지가 12월 대선을 넘어 2004년 총선까지 실천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6신:오후 6시30분>
정몽준 "나는 농민의 아들, 농민의 벗이 되겠다"
권영길 "쌀개방 막겠다던 정치인들 약속 지켰나, WTO에 맞서 살겠다"


▲ 수확한 벼를 들고 있는 여성농민의 대형그림 아래쪽에 나란히 앉은 후보들.
ⓒ 주월간지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후보에 이어 연단에 오른 인사는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였다. 정 후보는 당초 농민대회에 불참 의사를 밝혀왔지만, 이날 급작스럽게 대회에 참석했다.

정 후보는 연단에 올라 "농정이 제대로 됐다면 농민들이 이곳에 모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나는 농민을 살리는 대통령, 농민의 벗이 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또 "우리 아버지도 강원도에서 농사 짓던 농사꾼 아버지였다"면서 "나는 밥상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농정을 만들어가겠다. 농민소득은 실제로 보장하지 않으면서 엉뚱하게 예산이 빠져나가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다시는 농가부채 삭감이 대선공약이 안 되게 하겠다"면서 "농민들의 건강보험에 대해서 절반을 국고로 지원하겠다. 나는 농민의 아들임이 자랑스럽다! 나는 농민의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후보에 이어 연단에 오른 정몽준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연단 아래쪽에 위치한 농민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내며 "이제 거짓말 그만 둬라. 정치모리배는 물러가라"며 구호를 외치며 연설을 방해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정후보는 급히 연설을 끝내고 연단을 내려갔다.

노 후보와 정 후보에게 "우리 농업 살려내라"며 봉변과 야유를 퍼붓던 농민들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등단하자 일제히 "권영길"을 연호하고 함성을 지르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권영길 후보는 엄청난 인파들의 환호에 다소 상기된 듯 두손을 번쩍 들어 농민들의 환호에 화답한 뒤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땀흘린만큼 댓가를 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번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권영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이 권영길이가 반드시 노동자 농민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권 후보는 이어 "당시 쌀개방을 막겠다던 김영삼 후보도, 농가부채 탕감해주겠다던 김대중 후보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후보로서 말로만 하는 약속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이 권영길은 붉은 머리띠 묶고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드린다"며 농민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권 후보는 또 "이 권영길은 쌀개방에 맞서 싸우고 WTO에 맞서 싸울 것"이라면서 "특히 미국과 WTO에 맞서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여러분 앞에 분명히 다짐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 연설하고 있는 정몽준 후보
ⓒ 주월간지사진공동취재단
▲ 연설도중 '쌀수입 개방 반대' 라고 적힌 머리끈을 묶고 있는 권영길 후보
ⓒ 주월간지사진공동취재단

"정부 특단 없으면 농민 다 죽는다"
거창군의회 의원들 '농민대회' 동참

13일 열린 '여의도 농민대회'에는 경남 거창군 군의회(의장 신전규) 소속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동참을 의결, 한 자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농민대회 등 매년 있는 농민들의 시위에 자치단체 의회가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창군의회 신현기 부의장은 "일본 출장 중인 의장을 제외하고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모두 올라왔다"며 "현 시기에서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리지 않으면 농민들은 물론, 농촌 경제가 모두 망한다"고 말했다.

신 부의장은 또 "당장 거창군만 하더라도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주력 농산물인 포도, 사과 농가가 의욕을 잃고 타격을 받고 있다"며 "자유무역협정을 전면적으로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신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농민대회에 동참하게 된 배경은.
"농촌이 이렇게 어려울 때 농촌지역 의회 의원으로서 지금의 '농민대회'를 지지한다는 의미다. 거창군의회가 출범한 이래 농민대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일본 출장 중인 의장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12명 모두 버스 한 대를 빌려 올라왔다."

-농민들의 요구 때문에 참가하게 된 것인가.
"외부에서 섭외가 들어오기도 했다. 농촌이 어려운데 같이 하자고. 그러나 의회 차원에서도 심각함을 느끼고 정식 안건으로 올려 모두들 동참하는데 뜻을 같이 했다."

-현재 농촌 현실이 그렇게 어렵다는 뜻인지.
"그렇다.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농민들은 물론 농촌 경제가 모두 망한다. 당장 거창군만 하더라도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포도, 사과 등 농가가 의욕을 잃고 타격을 받고 있다. 농가부채도 각 가정 마다 2000만원에 육박한다."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인가.
"그렇다. 만약 폐기가 안 된다면 전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정부도 국회도 의회도 농업 회생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 / 김영균 기자

<5신:낮 5시>
노 후보 "국민의 정부 농업정책 실패, 나에게 기회를..."


오후 4시 40분경,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전국농민대회 연단에 등장했다. 노 후보의 연설 시간은 약 10분. 연설 중간 여러 차례에 걸쳐 박수가 나왔지만, "노무현 그만 사기 치고 내려와라, 그 자리에 설 자격이 있냐", "거짓말이다"라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또 연설 도중 청중석 쪽에서 날아온 계란이 노 후보의 얼굴에 맞자 경호원들이 막아서 연설이 잠시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 후보는 계란세례에도 불구하고, 대충 얼굴을 쓸어내린 뒤 연설을 끝까지 했다.

노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국민의 정부 농업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시인한 뒤 "농업시장개방을 막겠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를 최소화하고, 개방 전에 사전 사후 대책을 확실하게 세우겠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특히 "농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채다. 이대로 두고는 농가가 살아날 수 없다. 이자 얼마를 줄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에게 그러하듯 농가에 대해서도 회생대책을 세워야 하고, 상환기간 부담없이 빚을 갚아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또한 "농가 피해도 보험을 통해 보상받아야 한다. 보험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는 국가가 최종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또 "나는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고, 한국 농업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국회의원 재직 당시 2년 동안 농수산위원회에서 일했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직접 모내기를 하고 딸기를 키웠고, 10리 길을 걸어서 딸기를 팔러 나가기도 했다. 지금도 바람이 심하게 불면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져서 농사가 잘 안될까 봐 걱정이 된다"면서 농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후보임을 호소했다.

▲ 노무현 후보가 연설하던 도중 한 농민이 던진 달걀을 얼굴에 맞았다. 한 경호원이 연단으로 날아오는 달걀을 막기위해 긴 코트를 펼쳐들고 있다.
ⓒ 주월간지사진공동취재단
▲ 달걀을 맞은 노후보가 입을 감싸고 있다.
ⓒ 주월간지사진공동취재단
▲ 달걀을 맞은뒤에도 연설을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마쳤다. 연설을 마친 노무현 후보가 농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주월간지사진공동취재단

<4신:낮 3시40분>
WTO는 눈물의 씨앗이고,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의 덫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과 WTO 쌀 개방 협상

전국 농민대회에 사상 최대규모인 7만명 정도의 인파가 몰린 것은 농민들이 느끼는 우리 농업의 위기의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농민들은 지난 10월 24일 체결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과 오는 2004년으로 예정된 WTO 쌀 개방 협상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우리나라 과수농가에 적잖은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무역협정으로 대폭 낮아지는 관세는 국내산보다 가격이 훨씬 싼 칠레산 포도, 사과, 배, 키위, 등의 신선과일의 수입으로 이어져 국내 과수 농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수 산업을 하던 농민들이 채소류나 특용작물 등으로 업을 전환할 경우, 전체 농산물의 과잉생산과 가격불안정을 불러올 것으로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에 체결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상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WTO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2004년으로 예정된 WTO 쌀 개방 협상에서 수입농산물이 대폭 개방되면 가격경쟁력에서 뒤떨어지는 우리 농산물 시장에 큰 타격을 불러올 것이 불보듯하다는 게 농민들의 입장이다.

우리의 쌀값은 미국의 4.5배, 중국의 5.7배로 생산비의 50%나 되는 토지 값과 외국에 비해 3배나 비싼 농기계 가격 등 생산비가 턱없이 비싼 현실에서 아무리 품질을 높인다 하더라도 외국산과 가격 경쟁이 될 수 없다. 현재 우리 농가소득에서 쌀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절반은 넘는 상황임으로 쌀 시장의 개방은 농민들의 영농포기와 농업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농민단체들이 우려하는 바다.
/ 최유진 기자
정광훈(전농 전 의장) 전국연합 공동의장은 이날 식전행사에서 다음과 같은 인사말로 '성난 농심'을 대변했다.

"WTO는 눈물의 씨앗이고,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의 덫이다. 농민들은 조선시대 때 양반에게 쌀을 거둬 바쳤고, 일제시대에는 600만~1000만석이 일본으로 공출됐다. 이승만 정권 때 국가 예산의 90%가 농민들의 쌀이었고, 박정희 정권 때 민중들의 배고픔을 달래준 것도 농민들의 쌀이었다. 이제 와서 우리를 떠미는가. WTO 쌀개방·한-칠레 FTA 협상은 일제시대 제국주의적 을사보호조약과 마찬가지다."

일본 농민운동가 우찌다 게이스케씨와 마시모토 야스시사씨는 "오늘 농민대회에서 내건 요구안은 인류공생을 위해 꼭 이루어져야 할 목표"라며 "한국의 윤봉길 의사는 농업이 생명의 창고라고 했다. 우리 농민들은 긍지와 자신감을 갖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3시30분, 전국 농민대회 본행사가 열렸고, 한강 둔치에서는 200∼300여개의 깃발들이 휘날려 흡사 깃발 전시장을 보는 듯했다.

오늘 새벽 6시에 해남에서 출발해 한강둔치에 도착했다는 이옥균(48)씨는 "지금도 농촌은 많이 어렵다. 죽어라 농사를 지어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외국 농산물까지 들어오면 농민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라고 분통을 터트린 뒤 "그렇지만 오늘 농민대회 참가자들이 너무 많아 마음이 든든하다"고 대회 참가 소감을 밝혔다.

경북에서 온 김월순(57)씨도 "추운 아침부터 아이들 밥 해주고 올라왔다"면서 "우리는 더도 아니고 지금처럼 쌀 농사를 짓게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다"라면서 얼굴을 붉혔다.

아빠 손을 잡고 농민대회에 참석한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경남 사천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강주원(4학년), 강주호(2학년) 형제는 "농민대회에 참석한 것은 세 번째"라면서 "미국이 우리 나라에게 나쁘게 한다. 어떻게 하면 미국을 없앨 수 있을지 올 때마다 생각한다. 경찰도 우리에게 먼저 잘못한다"라고 말했다.

'우리쌀지키기 100일걷기대회'에도 참여했다는 일산초등학교 4학년 장혜솔양은 담임교사의 허락을 맡아 학교를 조퇴한 뒤 농민대회에 참가했다. 장양은 "우리 나라 쌀이 제일 좋은 쌀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 쌀을 지켜야 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편 정현찬 전농 의장은 본대회 인사말을 통해 "지난 1970년 바로 이 날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외치면서 분신했고, 32년이 지난 오늘 해방이후 최대 규모의 농민들이 모여 대회를 열었다"며 "오늘은 노동자, 농민들이 새 세상을 열어가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또한 "이제 농민의 손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을 만들고, 이번 대선에서도 농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덕상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도 연대사에서 "농촌의 붕괴는 정부의 농업 포기 정책과 개방 농정의 결과이고 직접적으로 WTO의 결과"라면서 "정부는 또한 경제특구를 만들어 외국 자본의 세금을 감면하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노동자와 농민이 앞장서서 역사 결정의 주체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은 "쌀개방에 동의하는 정당, 쌀개방을 막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정당을 농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 뒤 "오늘 농민대회를 마치고도 정부로부터 납득할 만한 답변이 없을 경우 11월 25일부터 전국에서 트렉터와 트럭시위를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3신:낮 2시20분>
한강둔치에 모인 7만명 농민 인파


▲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한 수만명의 농민들이 여의도 한강둔치를 가득 메우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후보 참석 예정
정치권의 '성난 농심' 달래기

이날 농민대회에는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주요 대선 후보들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농측은 농민대회에 앞서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대선후보에게 행사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민주당 노 후보와 민노당 권 후보만이 참석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두 대선 후보는 이날 오후 4시경 농민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할 예정이며, 전농측은 이들에게 쌀개방 반대 등에 대한 서약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 역시 뒤늦게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가 모두 참석한 셈이 됐다.

노 후보는 이날 "농업은 경제발전의 원천이자 민족의 생명산업"이라며 "농민의 아들로서 농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인사말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날 우리 농업·농민·농촌은 수입개방 등 높은 파고 속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맞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농민들이 처한 위기의 현실을 직시하여 농업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무려 7만명 정도의 농민들이 여의도 한강둔치에 모였다. 사상 최대 규모다. 그만큼 실패한 농정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다.

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타고온 버스만도 3000여대(경남 529대, 전남 620대, 경기 230대, 강원 130대, 전북 430대, 충남 500대, 충북 200대, 경북 445대). 전농 측은 대중교통을 통해 집회에 참석한 농민도 2∼3만명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농측은 "경찰과는 미리 평회집회를 선언한 뒤 교통협조를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특별한 마찰은 없다"면서 "행사가 끝나는 5시30분경, 자진해산할 것이며, 경남농민회 등 일부 인원만 남아 여의도 주변 도로를 행진한 뒤 정리집회를 가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낮 1시20분 현재 전국농민대회 식전행사인 문화공연이 끝났고, 본 행사에 들어갔다. 여의도 한강둔치는 지금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2신:13일 낮 12시50분>
농민들, 한강둔치에 속속 집결


▲ 농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상경한 농민들이 추위에 몸을 움추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경상북도 상주에서 올라온 여성농민들이 지하철을 타고 농민대회가 열리는 여의도로 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여의도 한강둔치에 속속 집결하고 있다. 13일 12시 현재 한강둔치에 모인 인파는 5000여명정도. 전농 경기도연맹과 강원도연맹이 가장 빨리 도착했고, 이어 강원도 연맹 등에 소속한 농민들이 버스를 타고 직접 한강둔치에 진입하거나, 서울 인근 주차장에 버스를 세워둔 채 지하철로 갈아타고 '전국 농민대회' 집회 장소로 모여들고 있다.

경기도연맹 회원들은 "민족농업사수"라는 형광색 머리띠를 두르고 손에는 깔개와 음식 보따리를 들고 대회장으로 들어왔고, 이어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300여 명의 농민들도 '개방농정 철회'라는 빨간 머리띠, 분홍색 모자와 깃발을 들고 대회장에 들어섰다.

식전 행사를 앞두고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로 행사장을 안내하고 있으며, 행사에 소요되는 각종 물품들을 운반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낮 12시30분 현재 한강 둔치에 마련된 농민대회 대형무대에서는 식전 문화공연 행사 리허설이 한창이고, 무대 옆쪽에는 "농가부채 해결하고 우리농업 지켜내자" "쌀값은 농민 값, 쌀생산비 보장하라"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한편 전농 정현찬 의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대선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농업정책에 대해 아무런 얘기하지 않는다. 패널들도 질문하지 않는다. 매체들이 제대로 다뤄줘야 한다"면서 농업문제에 무관심한 각종 언론매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구마모토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일본평화헌법을 살리는 구마모토 현민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명의 일본인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3년째 충남 당진 농민회와 결연을 맺고 사업협의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우찌다 게이스케(55세)씨와 마시모토 야스시사(55세)로 기자가 대회 참가 소감을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일본의 농업 자립도는 40%정도이다. 일본에서도 내일 WTO 반대 집회를 한다. 한국 농민과 일본 농민이 연대해 양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일본에도 전농처럼 전국농민 조직이 있지만, 규모는 훨씬 적다. 한국의 집회에 감동하고 있다."

<1신:12일 밤 7시>
전국농민대회 15만 농민 상경할 듯


▲ 지난 10월 31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 이장단 기자회견 및 '11.13 농민대항쟁 투쟁선포식'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사상 최대 규모가 될 'WTO 쌀 수입·개방 반대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우리쌀 지키기 2002 전국농민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찰이 교통통제 등을 이유로 지방에서 올라오는 농민들을 고속도로 진입로에서부터 일부 차단할 것을 분명히 해 충돌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 전국농민대회 포스터
ⓒ 전농
전국농민회총연합(전농, 의장 정현찬)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둔치에서 열리는 이번 '농민대항쟁'에는 사상 유례없는 15만명 이상의 농민들이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농의 한 관계자는 "전국에서 올라오는 농민들 중 일부 지역에선 4~5천대의 관광버스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관광버스를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과 김포공항 등으로 분산 주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상경한 농민들은 이후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의도로 집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찬 전농 의장은 12일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대회장을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내일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15~20만명에 가까운 농민이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이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사항을 반드시 관철시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김미영 정책위원장은 "온나라 농민들이 쌀시장 개방반대에 목숨을 걸고 천만명 서명운동과 30만 농민항쟁을 준비하며 결사항전을 선언했다"면서 "이제 더이상 물러설 곳도 물러서서 살 수 있는 방법도 없기에 농민들은 쌀을 지키는 일에 농민의 운명과 민족의 운명을 걸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 우리쌀지키기 진주시 그림대회 입상작품
ⓒ 전농
그는 또 "대선을 불과 40여일 남겨놓은 지금 정치권은 판짜기, 줄서기에 골몰하며 400만 농민들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면서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 어떤 후보도 쌀시장 개방 반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쌀까지 개방하겠다는 망국적인 후보에겐 단 한 표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 지금 농촌에 들끓고 있는 민심"이라며 현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번 전국농민대회와 관련 서울경찰청은 '전국농민대회 관련 경찰의 방침'을 통해 원칙적으로는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지만 불법·폭력행위 등 과격행위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엄정 대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또 지방에서 한꺼번에 올라온 수만명의 농민과 차량들로 도심교통이 혼잡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교통소통 특별대책을 세우고 교통경찰의 배치를 늘려 차량 분산과 교통 흐름을 효율적으로 유도하여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사회진보연대, 우리쌀 지키기 농업회생연대(준), 전농 강원도연맹,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전농 광주전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연합 전남연합, 전농경남도연맹, 전국여성농민회연합 경남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1일 일제히 전국농민대회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히고 평화적인 대회 개최 보장을 촉구했다.

▲ 우리쌀지키기 진주시 그림대회 입상작품
ⓒ 전농
시민사회단체들의 전국농민대회에 대한 지지와 적극적인 동참 움직임이 잇따르자 일부 지역의 경찰과 농협중앙회에선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상경하려는 농민들을 방해하려고 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전농의 한 간부는 "철원과 부여, 논산 등 일부 지역에서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장들을 불러 모아놓고 농민들의 상경에 절대 협조하지 말라는 등의 방침을 내린 것이 확인됐다"며 "급박해진 정부가 농협을 앞잡이로 내세워 치졸한 방해를 하고 있는 것같다"고 비난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전국농민대회 식전행사에는 편지글 및 시낭송 대회와 전북여성농민노래단 청보리사랑, 우리나라, 소리타래, 아름다운 청년, 아줌마 등의 노래패 공연 및 노래극단 희망새, 가수 박성환의 공연, 그리고 율동패와 풍물패의 공연이 이어진다.

오후 3시에 시작되는 본행사에서는 정현찬 전농 의장의 대회사에 이어 노무현, 권영길, 이회창 등 각당 대선후보들의 연설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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