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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22일 2시 22분. 드디어 우리는 세계 최초의 인터넷 신문다운 인터넷 신문 OhmyNews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새천년 새봄에 탄생한 새 신문 OhmyNews는 20세기 언론문화와의 철저한 결별을 선언합니다. 우리는 신문의 생산-유통-소비 문화를 한꺼번에 바꾸려 합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記者) 입니다. 기자는 별종이 아니라 새 소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진솔하게 남에게 전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 평범한 진리는 기자가 특권시되는 문화 속에서 유린되어 왔습니다. 특권화된 기자들이 모인 집단은 거대 언론사가 되어 뉴스의 생산뿐 아니라 유통과 소비 구조 전체를 장악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 거대 언론권력이 '한국 자본주의 사회 최후의 시궁창' 이라는 데 있습니다. 우리 사회엔 시궁창이 이곳저곳 있지만 거대 언론사들이야말로 '최후의 시궁창' 입니다. 그들은 자신이야말로 더러운 구석이 많으면서도 자신은 깨끗한 양 위장한 채 사회를 향해 입바른 소리만을 늘어놓아 왔습니다.

이 최후의 시궁창에 맞서기 위해 1980년대에 우리의 선배 언론인들은 <말> 과 <한겨레> 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우리는 실감해왔습니다. 그간 테크날로지는 끊임없이 발전했고, 세상도 변했고, 독자들도 바뀌었습니다. 더욱 우리를 긴장시킨 것은 그 모든 변화에 가장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는 자들이 바로 그 문제의 거대 시궁창들이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 맞서 게릴라전의 깃발을 듭니다. 우리의 주 무기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 는 명제입니다. 우리는 '뉴스게릴라들의 뉴스연대' 를 이뤄내고자 합니다. 제2의 NGO(News Guerrilla Organization) 운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우리의 주 전술은 세 가지입니다.

기자의 문턱을 없애자.
기사의 공식을 파괴하자.
매체간의 벽을 허물자.

그런 무기와 그런 전술로 1999년 12월 21일 창간준비 1호를 선보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독자 여러분의 호응은 참으로 뜨거웠습니다. 광고비 0원이었는데도 6만4천명의 독자가 찾아주셨고 그 중에 7백여 명이 뉴스게릴라를 자원했습니다.

독자 여러분, 뉴스게릴라 여러분. 우리는 지금 한국언론문화를 개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언론사의 한 획을 긋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의 언론이 그간 당연시해 온 '뉴스에 대한 기본 생각' 을 바꾸고 있습니다.

OhmyNews는 뉴스의 생산문화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기자석' 혹은 '독자투고란' 이 없습니다. 전 지면이 국민 기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문이 공기(公器) 라고 하면서 그 신문의 머릿기사와 주요기사를 왜 '그 회사 사람들' 만 써야 합니까?

OhmyNews는 내부기자와 외부기자의 차별이 없습니다. 내부기자는 열 명이 채 안됩니다. 현재는 7백여 명의 뉴스게릴라가, 앞으로 6개월 이내에 4천 명의 뉴스게릴라가 연대하여 종합일간지 오마이뉴스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OhmyNews 편집국은 전국의 피시방이요, 자기 사무실과 안방입니다.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OhmyNews는 세계 어디에서든 기사를 올리고 편집할 수 있는 자동편집시스템을 완비했습니다.

OhmyNews는 기사의 형식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측면에서도 뉴스의 생산문화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전화통화내용을 그대로 옮겨놓는 방식의 기사, 편지글 형식의 기사, 사진으로 쓰는 기사 등 그동안 공식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혀 있었던 기사를 해방시켜내고 있습니다. 뉴스게릴라는 숨소리까지 전합니다.

OhmyNews는 뉴스의 소비문화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독자는 매 기사마다 자신의 의견을 적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독자가 그 기사의 원고료를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OhmyNews는 '뉴스거리' 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뉴스게릴라는 가슴까지 보여줍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뉴스이고 애인이 눈물을 흘린 간밤의 '사건' 은 뉴스가 아닌 것이 20세기의 신문문화였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 잃어버린 반쪽을 뉴스로 복원합니다.

OhmyNews는 프린트버전과의 결합도 게릴라식으로 합니다. 우리는 세계최초로 부정기부정형 간행물을 선보일 것입니다. 때론 일간지로, 때론 주간지로, 때론 단행본으로, 때론 유인물로... 우리는 프린트버전 창간호로 '명함판 신문' OhmyNews 20만 부를 곧 발행할 예정입니다. 명함판 신문은 보통 명함 크기 종이의 앞뒷면에 5개의 뉴스와 2개의 기업광고가 담긴 신문입니다.

OhmyNews는 열린진보를 편집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진보와 손잡고 새 소식으로 새 세상을 만들어가되 양심적이고 생산적인 보수를 칭찬할 것이며 경직되고 비생산적인 진보엔 회초리를 들 것입니다. 민족의 소원인 남북통일과 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화-세계화시대를 이룩해내는 일에도 OhmyNews는 앞장설 것입니다.

전국의, 해외의 뉴스게릴라 여러분, 독자 여러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막 경상북도 경산의 뉴스게릴라 강병록 씨가 보내온 기사와 사진을 보았습니다(바로 위의 사진입니다). 억새풀을 태우는 장면과 그 속의 사람들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입니다. 20세기의 신문문화, 시민을 소외시켜 온 언론문화, 그 익숙한 것들을 저 억새풀 태우듯 불태웁시다. 그 가슴벅찬 불놀이에 동참하고 계시는 뉴스게릴라,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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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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