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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김은정 장희용 최경준 기자, 사진: 권우성 기자


<3신: 오후 2시20분> 최초목격자 이모 여인 자진출두 - 김은정 기자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의 최초 목격자로 알려진 이모(42) 씨가 31일 오전 군산경찰서에 자진 출두, 조사를 받고 있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가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씨가 자진출두함에 따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종업원 감금을 비롯한 당시 화재참사에 대한 정황과 신고 후 행방을 감춘 이유등 심도 깊은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 씨는 그 동안 '아방궁'과 '대가' 종업원들의 식사를 담당해왔으며, 사건 당일 참사현장을 최초로 목격하고 '불이야'하고 소리친 후 이틀간 행방을 감췄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제 업주인 이모(37) 씨가 익산시 동산동에서 부인과 통화를 한 뒤 잠적해 소재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며, 그 동안 '아방궁'과 '대가'에서 일을 했던 여자종업원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화재현장 희생자들의 애틋한 사연, 눈시울 적셔

군산시 개복동 화재참사로 숨진 종업원들의 애틋한 사연들이 전해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번 화재참사로 인해 희생당한 종업원들은 대부분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와 편지, 메모지 등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처지와 가정형편의 어려움을 한탄하고 세상을 비관하는 내용으로 가득해 있는 글들은 이들의 힘겨웠던 삶을 짐작해볼 수 있다.

전남 나주가 고향인 임미량(24) 씨는 어려서 어머니가 병으로 숨진 뒤 새어머니와 함께 살았으나 임 씨는 새어머니와 성격이 맞지 않아 잦은 마찰을 빚는 등 항상 불화를 겪어왔다.

임 씨는 집안마저 가난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가출을 하기 시작했으며, 2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집과 연락을 끊은 채 사실상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전해주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유순자(22·제주도) 씨도 비슷하다. 늦둥이로 태어난 유 씨는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을 어린 나이에 어머니(63)는 중풍으로 몸을 쓰지 못하고 아버지(75)는 한평생 남의 감귤농장에서 농약을 치거나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잇는 등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따라서 유 씨는 중풍으로 누워 있는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일을 도맡아 하며 어렵게 고등학교를 마쳤으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한 채 '돈을 벌어오겠다'며 지난 99년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유 씨는 부모에게 '돈을 벌어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결국 싸늘한 시신이 돼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유 씨의 어머니는 "성격도 활달하고 노래를 잘 해 친구들도 많았고 집안일도 혼자 나서서 해 집에서는 효녀였다"면서 "그 동안 고생만 해온 어린 것이 부모의 사랑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채 이렇게 죽어 돌아온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절규했다.

유 씨와 고등학교 동창인 한석형(23·제주도) 씨도 지난 99년 제주도의 한 대학에 합격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갔다가 결국 윤락의 늪에 빠져들었다.

한 씨는 메모지에 "산다는 게 너무 힘들다. 좁은 공간에서 답답하다" "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있는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한 씨는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희망 없는 미래, 어떻게 할까. 순수했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등의 글을 통해 지난 한순간 실수로 윤락의 길로 접어든 데 대한 후회를 하고 있었다.


이모저모

군산소방서, 화재 접수시간 번복

군산소방서가 지난 29일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개복동 화재의 실제 첫 신고시간이 낮 12시 11분으로 발표했으나 다시 오전 11시 56분인 것으로 번복해 발표하는 촌극을 연출.

당초 군산소방서는 개복동 화재현장에 설치된 상황판을 통해 신고시간이 12시 11분으로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나 30일 오후 뒤늦게 자동 접수현황을 살펴본 결과 실제 최초로 개복동 화재가 처음 접수된 시간은 11시 56분이었다고 번복.

▲개복동 성매매업소 화재현장에서 한 희생자를 구조대원이 살펴보고 있다. ⓒ 군산소방서 촬영
소방서 관계자는 "다급한 상황에서 컴퓨터 조작 실수로 11시 56분 접수가 이미 기록돼 넘어가고 진행중인 다른 사고가 접수된 것을 착각해 잘못 전달한 것이다. 현장도착 역시 3분 가량 뒤인 낮 12시경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증명할 수 있다"며 "신고시간을 속일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군산소방서가 최초 화재신고 시간을 허위로 조작한 것은 출동이 늦어져 사상사가 늘어난 점을 피해자들의 과실로 돌리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

개복동 화재참사 대책위, 진상규명 촉구

지난 29일 군산 개복동 유흥가 화재사건에 대해 '군산 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전국 13개 시민단체로 이루어진 군산개복동 화재참사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30일 성명을 발표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

대책위는 지난 2000년 9월 군산시 대명동 윤락가 화재발생으로 5명의 여성들이 희생된 것에 이어 1년 4개월만에 12명이 희생된 것은 대명동 화재사건과 마찬가지로 쇠창살이 두꺼운 합판으로 바뀌었을 뿐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주장.

대책위는 개복동 화재사고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관련자가 처벌될 때까지 각 시민 사회단체가 연대해 다각적인 활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 뒤늦은 단속 나서

지난 29일 개복동 화재참사가 발생되자 전북경찰은 뒤늦게 전주 선미촌 윤락가 59곳에 대해 일제단속을 벌여 업소 6곳의 창문에 설치된 쇠창살을 제거하는가 하면 화재당일인 지난 29일 오후 8시부터 4시간 동안 도내 불법업소에 대한 단속을 실시.

경찰은 이날 단속에서 118개소의 위반업소를 적발, 업주 등 4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112개 업소는 행정처분 통보를 내리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어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이근식 행자부장관 참사현장 방문

▲왼쪽부터 이근식 행자부장관, 강근호 군산시장, 유종근 전북도지사. 30일 오후 합동분향소에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근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30일 윤락가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한 현장과 분향소가 마련된 군산 장례식장을 둘러 유족들을 위로.

이날 이 장관은 오후 2시 헬기 편으로 군산에 도착, 곧바로 소룡동 군산장례식장에 들러 분향과 함께 유족들을 위로한 뒤 승용차 편으로 개복동 화재현장으로 이동.

특히, 이 장관은 화재현장인 '대가' 건물 내부까지 들어가 세밀히 살펴본 후 근무 중인 경찰과 소방대원들을 격려.

이 장관은 "전 행정력과 경찰력을 동원해 사태 조기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하고 이 장관은 또 3명의 부상자가 있는 군산의료원을 방문하고 환자들의 상태를 살펴본 뒤 오후 3시30분께 상경.

유가족들 속속 도착, 울음바다

30일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희생자들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유가족들이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군산장례식장에 속속 도착, 울음바다로 변해.

▲자식의 영정앞에서 오열하는 유가족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99년 남편과 사별한 뒤 돈을 벌기 위해 유흥업계에 발을 디딘 임미화(29) 씨는 어렵게 전화 연락된 시아버지가 분향소에 방문하기를 꺼려하는 데다 친정집의 연락처가 파악이 안 돼 대책위가 유가족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이와 함께 사고 전날 '군산에서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동생으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은 윤영란 씨의 친언니(29)는 동생과 비슷한 이름이 사망자 명단에 올라있는 것을 보고 장례식장을 급히 찾았다가 동생의 시신을 확인 못해 집으로 돌아갔으나, 30일 동생이 포함돼 있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장례식장에 달려와 이틀만에 동생의 시신을 확인하고 통곡.

이밖에 사망자와 부상자의 신원이 뒤바뀌면서 분향소에 부상자의 영정이 마련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빚어지기도.

경찰, "인신매매 여부 수사"... 사상자 신원 모두 밝혀져 - 장희용 기자

"화재 당시 현관문이 열려 있었던 점으로 미뤄 감금 여부는 확실치 않다."
"사망한 윤락녀들이 인신매매 됐는지를 수사하고 전담 수사팀을 신설해 인신매매를 차단하겠다."

군산경찰서(서장 송완식)는 화재가 일어난 지 하루가 지난 30일 개복동 윤락가 화재에 대한 중간 수사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번 화재 수사의 초점이 될 수 있는 감금여부에 대해 송완식 서장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 "아직 확실치는 않다"고만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화재초기 감금 사실을 부정한 것에서 일단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현재 경찰이 사실상 강금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0일 오후 군산경찰서가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희생자들의 유품(공책, 지갑, 일기장 등)과 장부 등을 공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경찰의 이같은 미온적인 태도와는 달리 이번 화재로 사망한 윤락녀들이 감금상태에서 윤락을 강요당했다는 사실들이 계속해 나타나고 있어 사실상 감금이었음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재 후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윤락녀들에 대한 인신매매 가능성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철저히 수사하는 한편 전담 수사팀을 신설해 인신매매를 차단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해 참석한 시민단체와 유족들로부터 경찰수사 능력에 대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윤락가 단속을 실시했으며 감금이나 윤락 혐의가 드러난 업주와 윤락녀 등 20여명을 사법처리했다"고 강조, 지난 대명동 화재 사건 후 또다시 발생한 개복동 화재 사건에 따른 문책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군산경찰서는 30일 지문 감식과 가족들의 확인을 통해 개복동 윤락가 화재로 죽거나 다친 15명의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

사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사망자(12명) ▲김인식(24.남.군산시.`대가' 지배인) ▲한석형(23.여.제주군) ▲황연순(28.여.군산시) ▲임미량(24.여.전남 나주시) ▲김정숙(28.여.경남 마산시) ▲유순자(22.여.남제주군) ▲김혜진(28.여.광주시) ▲윤경란(28.여.충남 서천군) ▲서옥래(27.여.제주시) ▲김현숙(22.여.제주시) ▲임미화(26.여.전북 익산시) ▲주미애(24.여.군산시)

◇부상자(3명) ▲신현화(26.여.군산시) ▲이영애(24.여.제주시) ▲김미옥(27.여.군산시)


▲ 12명의 생명을 앗아간 성매매업소 '대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소 입구에 여성들을 감금하기 위한 특수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성매매업소 '대가' 1층 출입문에서 기자가 직접 특수 잠금장치 안쪽에 있는 고리를 돌리려 했으나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1층에서 불이 나지 않고 위에서 불이 내려오더라도 이 장치가 잠겨 있으면 내부에서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결론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 1월 30일 오후 11시>"성매매 여성 감금 위해 특수키 사용"
- 최경준 기자


1월 29일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한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업소가 성매매 여성들을 감금시키기 위해 출입문에 '이중잠금키'라는 특수 잠금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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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한 성매매업소 '대가'와 '아방궁'의 출입문 잠금장치는 밖에서 열쇠로 잠궈도 안에서 열 수 있는 일반 잠금장치와는 달리 밖에서 열쇠로 잠그면 안에서도 절대 열 수 없는 특수 잠금장치였음이 <오마이뉴스> 기자에 의해 확인됐다.

또한 사고가 난 업소뿐만 아니라 개복동 일대 성매매업소 20여 곳이 전부 출입문에 일반 잠금장치와 함께 이러한 특수 잠금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 개복동 성매매업소 출입문 1개마다 특수 잠금장치와 일반 잠금장치가 하나씩 설치되어 있다. 특수 잠금장치는 구멍의 생김새가 일반 잠금장치와 구별된다. 위 사진은 밖에서 바라본 특수 잠금장치와 일반 잠금장치. 아래쪽은 성매매업소 '대가'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특수잠금장치의 안쪽 부분. ⓒ 오마이뉴스 권우성

특히 이 특수 잠금장치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다시 일반 잠금장치처럼 사용할 수 있어 그 동안 경찰과 소방서 등 감독기관의 눈을 피해온 것으로 보인다.

개복동 성매매업소에 특수 잠금장치를 설치해준 'ㄱ'열쇠 주인은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중잠금키'는 주로 아파트에서 현관문에 있는 우유 투입구를 이용한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많이 설치하는 것으로 내가 개복동에도 설치해줬다"며 "빚이 많은 아가씨들이 도망가면 업주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아가씨들이 못 도망가게 하려고 설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두세 달 전 개복동 윤락업소에 소방 점검이 나온다고 해서 내가 일반키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해 주고 왔다"며 "점검이 나오면 업주들이 일반키라며 열어 보이는데 그것이 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 외부에서 창문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합판으로 막혀 있는 위장창문이다. 맨위 사진의 왼쪽 창문의 유리 뒷쪽으로는 합판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맨아래 사진은 성매매업소 '대가' 화재사건 당시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위해 도끼로 부수고 들어간 위장 창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또한 개복동 성매매업소들은 출입문에 특수키를 설치하는 것 외에 2층 창문을 건물 안에서 합판이나 시멘트로 막아놓고, 감독기관의 점검에 대비해 한두 개만을 개방시켜 놓았다. 그러나 이 열려진 창문도 주로 업주나 관리자의 방에 설치하거나 성매매 여성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해 놓았다.

특히 이번 화재사고가 난 업소도 2층에 2개의 창문이 개방되어 있어서 희생자들이 2층으로 올라올 수만 있었어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업소의 경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철제문은 굳게 닫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처음으로 현장안에 들어간 군산소방서 김현철 구조대장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시신이 차곡차곡 쌓여있었고 2층으로 들어가는 철제문은 닫혀 있었다"며 "열려고 했는데 열리지 않아 도구(빠루)로 때려서 열었다"고 말했다.

"성매매여성들 2층 철제문 잠겨 탈출못하고 사망"

이와 관련, 군산경찰서 송완식 서장은 30일 오후 4시 브리핑을 갖고 "최초 소방서에서는 피해자들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하려 1차 발표(29일)했으나 정밀 감식 결과, 피해자들은 1층에서 2층으로 피신을 하려다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처음으로 감금에 의한 사망임을 공식 시사했다.

송 서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2층에서 1층으로 문을 열고 내려갔다면 유독가스와 연기 등이 2층 전체에 퍼져 주연흔이 있어야 하나 닫혀진 문의 위아래 틈새에만 약간의 주연흔이 있었고, 피해자들의 발바닥에 그을음을 밟고 다닌 흔적과 대부분의 시체에서 화상으로 표피 박탈흔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 이 문만 열렸어도... 성매매업소 '대가'의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철제계단에서 14명이 쓰러져 있었으며 이중 11명이 사망했다. 철제문의 잠금버튼은 2층에서 작동된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송 서장은 특히 "2층 철제문이 닫혀 있었는가가 이번 사고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상당한 핵심"이라며 "최초 화재 목격자로 지목되고 있는 참고인 이민숙(업소에서 밥을 해주는 아주머니, 약 42세)씨의 신변을 확보해 서장의 이름을 걸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 서장은 "현관문의 시정장치는 안쪽 위, 아래에 각 1개씩 2개가 있으며 돌려서 열 수 있는 시정장치였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실제 사고업소의 시정장치를 안에서 열어보려고 했는데 열리지 않았다"고 기자가 질문하자 "의문점이 있으면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여성단체에서는 "이민숙 씨는 화재 당시 현장에 있었고, 경찰에게 자신의 아들(사망자 김인식 씨) 어디 있느냐고 물어도 봤는데 왜 그 때 그의 신변을 확보하지 못했느냐"며 "경찰이 초동수사를 미흡하게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또 한 기자가 "희생자 중 제주도 출신이 많은 것이 사고 업주가 구정 대목을 노려서 제주도 출신 성매매 여성 10명을 선불을 주고 사왔다는 게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송 서장은 "경찰이 확보하고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명단과 사망자 명단을 업주의 진술과 대조해 조사한 뒤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2년 전 대명동 화재참사와 개복동 화재참사의 차이는?

이날 브리핑에서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사건 대책위' 이강실 대표는 "2년 전 대명동 화재참사와 이번 화재참사의 차이는 무허가로 성매매를 했느냐, 유흥업소로 버젓이 허가를 받아서 성매매를 했느냐의 차이"라며 "동물을 사육하는 것보다 더 처참한 모습으로 감금을 시키는 성매매업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 30일 오후 유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성매매업소 '대가'의 2층 내부를 직접 돌아보고 있다. 주택으로 허가받은 2층의 방문에는 숫자로 호실이 표시되어 주택용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화재로 시커멓게 그을린 1층과 달리 비교적 깨끗한 상태로 보존되어 화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책위는 이에 앞서 '군산시 개복동 유흥주점 화재참사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난 대명동 사건은 쇠창살과 잠금장치 때문에 여성들이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감금치사사건이었는데, 이번 개복동 화재 업소도 쇠창살이 두꺼운 판자로 바뀌었을 뿐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성매매 문제는 단속이나 쇠창살만 뜯어낸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며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하지 않는 한 이러한 대형참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하루라도 빨리 이런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나는 오늘도 화가 난다. 그냥 화가 난다. 사는 보람이 없어. 하루라도 빨리 이런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오늘도 마담 언니, 사장님한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울지는 않을 거야. 나만 초라해지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동생들이 욕먹고 있어. - 남주가"

이날 군산 경찰서는 브리핑과 함께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희생자들의 일기장·수첩·지갑·편지 등 유품을 공개했다.

불에 타다 남은 수첩과 검게 그을린 일기장·메모장·노트에는 20대 초반의 여린 순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사람을 그리워하고, 순수한 사랑을 갈구하던 그들의 작은 소망은 이제 더 이상 이룰 수 없는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비록 여기서 만났지만 술집 작부가 아닌 애기곰(남자 지칭)의 한 여자로 알아주니 너한테 정말 고마워."

"…비둘기야 얼마던지 날아다닐 수 있으니까. 언젠가 니가 나한테 이야기 했었지. 나갈 수 있냐고. 난 도무지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었어. 입장이 난처했지."

"정신적으로 힘든 하루였다.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몸으로도 지쳐버렸다. 오늘 따라 집이 그립다. 부모가 보고싶다. 눈물이 나오려고 그런다."

"나만이라도 자유가 있다면 자주 만나면서 영화도 보고, 한적한 가로수 길도 걸으며, 공원에서 아이스크림도 같이 먹고, 사진도 같이 찍고, 추억을 남길 수 있으련만. 아쉬워. 세상이 미워져. 이건 불공평한 거야."

"산다는 것이 힘들어. 가슴 한 구석이 텅 비어 있는 것 같다. 답답하다. 좁은 공간에서."


편지와 일기장에는 남자친구의 전화를 기다리고, 남자친구와 자신의 생활이 밤낮이 바뀌어 힘들어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른 친구들처럼 한창 남자친구와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었지만 구속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이 사회에 대한 '불공평'에 대해 원망도 하고 있다.

▲ 개복동 화재현장 맞은편 성매매업소의 8개 쪽방에는 겨우 손바닥 넓이만한 창문이 나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늘은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힘이 드는 것일까."

"이 곳에 온지 일년, 이제는 몸도 마음도 지친다. 솔직히 요즘은 내 몸이 지쳐서 인지. 짜증만 더 해간다. 예전에 진이로 돌아가고 싶다."


특히 이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녀야 할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들의 수첩에는 병원 가는 날짜가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다.

물론 병원조차 혼자 자유롭게 갈 수 없었다. 미용실과 목욕탕까지 '포주'의 감독 속에 다녀와야 하는 이들, 그러나 이제 이들은 다시는 아프지 않아도 되고, 가고 싶은 곳도 마음놓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1신: 1월 30일 오전 12시10분>
"기다려봅소예, 기다려봅소예, 하더니" - 최경준, 김은정 기자


▲ 오열하다 쓰러진 한 유가족을 의료진들이 치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고등학교 졸업하고 집을 나가서 가출신고를 낼까 했는데 주변사람들이 '기다려봅소예, 기다려봅소예' 해서 미적미적 하다가 이렇게 됐어."

29일 희생자 유가족 중 가장 먼저 합동장례식장에 도착한 유순자(21, 남제주군) 씨의 아버지 유인경(75) 씨는 딸의 영정 앞에서 목놓아 울며 이렇게 말했다.

방송을 통해 딸의 이름을 접한 유 씨는 자신의 딸이 아니기만을 바라며 가족들과 함께 30일 오전 제주시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오전 10시쯤 군산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분향소에는 2년전 집을 나간 딸의 영정이 '야속하게' 놓여있었고, 유 씨의 부인은 딸의 이름을 부르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유 씨에 따르면 2남1녀중 막내인 유순자 씨는 활달한 성격탓에 주변사람들과 쉽게 친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년간 제주시의 대형 의류매장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유 씨가 집을 나간 것은 2000년 구정쯤이었다.

"재작년에 집에 와서 '아버지, 오래삽서예'하고 나가더니 그 뒤로 소식이 끊겼어요. 이런데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찾으러 왔지…."

유 씨에 이어 한석형(22, 제주시) 씨의 유가족도 오전 10시20분쯤 합동분향소에 도착했고, 한 씨의 어머니가 충격으로 실신해 의료진의 진찰을 받기도 했다.

▲ 한 여성단체 회원이 유족을 부둥켜안고 함께 울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희생자인 유 씨와 한 씨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2년전 함께 제주도를 떠났다. 그러나 아직 그들이 어떻게 성매매 업소까지 오게 됐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편 군산 경찰은 29일 군산시의 발표와는 달리 이번 참사의 사망자들이 1층에서 잠을 자다 2층으로 대피 중 1층에서 2층으로 통하는 문이 밖에서 잠겨 질식사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군산시의 '감금은 없었고, 당황한 종업원들의 실수'라는 29일 발표는 군산시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론을 호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성매매 인권, 여성 인권 지원센타' 정미례 소장은 "만일 이번 사건이 집단수용 등 감금으로 인한 인재로 밝혀질 경우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과수 "화인은 카드체크기 누전"

한편, 군산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결과 아방궁과 대가 사이 건물 1층의 철제 금고 위에 있던 카드체크기의 누전으로 불이 난 것으로 통보받았다"고 발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결과에 따르면 "이번 화재의 최초 발화지점이 철제 금고가 있었던 곳이고 주변에 판자와 스티로품 등 인화성 물질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해 정밀 감식한 결과 카드체크기가 누전돼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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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매체에서 조금씩 글을 쓰고있고 kbs라디오 리포터로 활동하였고 지금은 군산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따뜻한 소식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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