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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SH공사 사장
 변창흠 SH공사 사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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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쉰두살이다. 3년 임기 끝나면 쉰다섯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여기서 하는 일들이 인생의 결과가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내 인생을 걸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진보 성향 학자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왔다. 토론회에서, 기자회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교수직을 그만두고 서울시의 주거·주택 정책을 집행할 SH공사 사장에 임명된 것이다. 변창흠(52) 서울시 SH공사 사장이다.

그는 5일 오후, 서울 개포동 SH공사 사장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사장 취임 배경을 설명하고 공사 개혁 방안을 역설했다. 공사 선임연구원이었던 그는 취임 배경에 대해 "나는 잘 아니까,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인생을 걸어봤다"며 "이런 저런 이유로 안 된다', '못 한다'고 말할까봐 부담스럽기는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했다. 지금이 자신의 뜻을 펼칠 적기라는 것이다. 그는 "전임 사장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인)채무 7조원 감축과 임대주택 8만호 공급에 올인 해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며 "지금은 공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긴 것이다,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다.

"공사 혁신을 위해 노조와 전쟁 치렀다"

그는 SH공사를 주거 복지에 초점을 맞춘 기관으로 탈바꿈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동안 공사가 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고 보고 서울시민 주거 복지의 개척자이자 전담기관을 꿈꾸고 있다. 또 전면 철거 방식의 뉴타운 개발이 아닌 공사가 선도적으로 나서 정비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박원순 시장의 민선 6기 공약과 맞물려 있다.

이같은 목표를 위해 그는 최고위직 4개 분야에 외부 전문가를 기용했다. 그리고 주요 보직자들을 지역의 통합관리센터로 내려보냈다. 그는 "노조 입장에서는 공사 최고위직 14자리 중 4개를 빼앗긴 거였다, 전쟁을 치렀다"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공사가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세종대 행정학과교수, 한국도시연구소장 등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11월, SH공사 제13대 사장에 선임됐다. 서울시의 '희망서울 정책자문단' 위원으로 박 시장에게 뉴타운 출구전략과 도시 재생, 주거 복지 등을 자문해왔다.

서울시 SH공사는 택지개발 및 주택건설, 도심재개발사업 등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지난 1989년 설립된 지방 공기업이다. 당시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였다가 2004년에 서울시 SH공사로 이름을 바꿨다. SH공사는 지난해 말까지 여의도 면적(8.4제곱킬로미터)의 2배에 달하는 16.9제곱킬로미터 규모의 택지 공급과 주택 24만4000여가구를 공급하고, 14만6000여가구를 임대·관리하는 등 서울의 시민 주거 안정과 주택 공급에 기여해 왔다.

다음은 변창흠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전임 사장에 비해 나는 행운이다"

"전임 사장들은 채무 7조 원 감축과 임대주택 8만 호 공급에 올인 했다. 다른 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채무에 대해서는 별 다른 걱정이 없다. 공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긴 것이다. 나로서는 정말 행운이다."
 "전임 사장들은 채무 7조 원 감축과 임대주택 8만 호 공급에 올인 했다. 다른 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채무에 대해서는 별 다른 걱정이 없다. 공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긴 것이다. 나로서는 정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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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사장이 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 교수가 개발 공기업의 사장이 것은 내가 처음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SH공사에서 처음이다. 그동안 쉽지 않으니까 안 했고, 모르니까 못했다. 나는 잘 아니까 하고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여기다 인생을 걸어본 것이다. 인생을 걸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안 된다', '못 한다'고 말할까봐 부담스럽기는 하다."

- 인생을 걸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지금 쉰두살이다. 3년 임기 끝나면 쉰다섯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여기서 하는 일들이 인생의 결과가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내 인생을 걸었다는 말이 될 것이다. SH공사 사장은 대단히 출세하는 자리도 아니다. 정말 일 많이 하고 고생하는 자리다. 직원들도 열심히 하고 있고, 내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많다. 다만 학교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황이 좋아진 것인가.
"전임 사장들은 채무 7조 원 감축과 임대주택 8만 호 공급에 올인 했다. 다른 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채무에 대해서는 별 다른 걱정이 없다. 공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긴 것이다. 나로서는 정말 행운이다."

- 취임 후 석달이 지났다. 외부에서 비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사장이라는 자리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들어와 보니 어떤가?
"내 생각을 펼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사는 기존 관행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주요 부처 4곳에 외부 전문가를 모셨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해서다. 노조 반발이 심해 전쟁을 치렀다. 노조 입장에서는 공사 최고위직 14자리 중 4개를 빼앗긴 거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공사가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직원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단계,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 밑그림은 주거 복지와 도시 재생에 초점이 맞춰 있다. 구체적인 방향이 궁금하다.
"기존의 주거 복지는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는 임대주택민 외에도 주거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로 서비스를 넓혀야 한다. 전세·월세 세입자들, 청년들, 노인들, 신혼부부도 이제는 주거 복지 대상이다. 저소득층에 임대료를 지급하는 주거 급여, 노후주택 수리비 지원, 주거 서비스 등 다양한 주거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주거 복지 단체, 사회적 기업들과 결합해 이제는 촘촘한 주거복지망을 구축할 것이다."

- 도시 재생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 도시 정책 중의 하나다.
"서울시에 땅이 없다.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30%만 정상 추진되고 있다. 해제되거나 정체돼 있다. 철거하고 아파트를 올리는 게 그게 꿈이고 전부였는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체된 이 지역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가 현재의 과제다.

공사가 주축이 돼서 공사의 자투리땅, 시유지 등을 활용하는 등 전면적으로 철거하지 않고도 기존 조직을 살리면서 주차장, 육아방, 놀이터, 공원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제한적으로 집수리 하거나 소규모로 재건축을 하는 방식 등 새로운 방향을 찾을 것이다."

"집무실, 청년에게 개방... 나도 신나게 일"

"지금 생각은 여기 사장 집무실을 옮기고 이 공간을 청년들에게 개방하고 싶다. 청년 주거를 고민하는 민달팽이 유니온,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젊은 친구들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관련 자료도 모으고 세미나도 열면, 주거 혁신의 허브가 될 것이다."
 "지금 생각은 여기 사장 집무실을 옮기고 이 공간을 청년들에게 개방하고 싶다. 청년 주거를 고민하는 민달팽이 유니온,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젊은 친구들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관련 자료도 모으고 세미나도 열면, 주거 혁신의 허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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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에 임명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특별히 지시한 것은 없나.
"두 가지를 주문했다. 첫 번째는 하자가 없이 하라는 주문이었다. 지금 마곡지구, 세곡지구, 은평뉴타운 등에 대규모 주택 단지를 만들었다. 부채 감축 때문에 건설 속도를 내서 하자가 발생했다. 공사가 다시 태어나자는 의미로 하자 제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두번째로 임대주택 공급에 그치지 않고 세입자에 대한 서비스를 강조했다. 항공사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대하듯이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들의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대학생 주거비가 월 42만 원에 달한다.
"청년 주거 문제는 언제나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청년 주거,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셰어하우스처럼 화장실이나 거실 같이 쓰고 세탁기도 몇 집에 한 대식 두고 하면 된다. 우선 순위에서 밀리지만 아이디어를 모아보면 분명 방법이 있다.

지금 생각은 여기 사장 집무실을 옮기고 이 공간을 청년들에게 개방하고 싶다. 청년 주거를 고민하는 민달팽이 유니온,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젊은 친구들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관련 자료도 모으고 세미나도 열면, 주거 혁신의 허브가 될 것이다. 그러면 청년들과 함께 저도 신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 전세가 없다고 서민들이 아우성을 친다. SH공사 사장으로서 묘안은 없나?
"없는 전세를 구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싼 월세로 부담을 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전세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희 같은 공사는 수익률 2%면 사업을 할 수 있다. 정부가 도시주택기금을 빌려주거나 서울시가 공유지를 빌려준다든지 하면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다. 집 없는 사람들 외곽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지하로, 고시원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양지 바른 집, 깨끗한 집에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 어떻게 보나.
"기업형 임대주택은 수익성이 먼저다. 기업형이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공공은 기간이 길다. 하지만 기업형은 기본 2년이다. 장기 계약으로 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이 없다. 그래서 언제든지 월세가 오를 수 있다. 이거만으로는 서민 세입자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기 어렵다. 기업이 장기 계약을 하거나 임대료를 낮출 때는 각종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 궁금하다. 정부가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을 띄우려고 하지만 집값 상승은 어려울 것 같다.
"전체적으로 경제가 어렵다. 고용 시장도 불안해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해외처럼 복지 지출이 늘어나지도 않아서 부동산을 통해서 내수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고용이 안정화 돼서 앞으로 20년은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모기지 대출도 받을 수 있다. 초점을 내수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지 집도 살 수 있고, 임대료도 낼 수 있을 것 아닌가."


태그:#변창흠 사장, #임대주택, #주거 복지, #도시 재생, #SH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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