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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IS(이슬람 국가)의 테러행위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비교적 국제뉴스에 관심이 적은 한국인들도 IS의 악명을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부터 고토 겐지 등 민간인 참수에 이르기까지 비인간적 폭력을 일삼고 있다.

최근에는 터키로 여행을 간 김아무개군이 제 발로 IS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며 많은 국민들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어쩌면 한국은 더 이상 국제적 테러단체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안전지대가 아닐지도 모른다.

21세기에 들어서며 9·11 테러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극단적 갈등, 시리아 사태 등 굵직한 국제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뉴스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인류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 하는 의문이 머리를 쳐든다.

문명은 발전했는데... 아직도 계속되는 국제 분쟁

책 표지
▲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 책 표지
ⓒ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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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느 때보다 기술적·문화적으로 발전한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많은 죄 없는 생명들이 고통 받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패권국가로 자리해 온 미국과 이슬람권 세력 간의 해묵은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우경화, 북한의 핵문제 등이 맞물린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감은 언제고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기 충분하다.

프랑스의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가 저술한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은 국제분야에 있어 정확한 현실인식을 방해하는 50가지 고정관념을 소개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이다. 저자는 방송과 신문 등 기성 매체는 물론이고 SNS와 인터넷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국제뉴스가 세계의 실상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저자는 수용자들이 미국·서구·선진국 중심의 왜곡된 틀 없이 사안을 올바로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거대 미디어와 전문가들에 의해 해석되고 전달되는 국제뉴스에 편견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수용자들이 사안을 공정하게 바라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세계를 이끄는 것은 다국적 기업이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미국은 쇠락 중이다", "아프리카는 결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아랍은 결코 평화롭게 지낼 수 없을 것이다", "매스미디어는 여론을 통제한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전쟁을 하지 않는다" 등 사실이라고 믿어져온 편견들을 지목해 하나하나 반박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각 장의 분량이 사안을 깊이 있게 다루기에는 매우 제한적이라 고정관념과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구체적 사례를 풍부하게 들어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책은 미국 및 선진국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사고의 틀을 경계하라고 역설하지만 그렇다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이 책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제뉴스는 비오듯 쏟아지고 있으며 여러 전문가와 단체들에 의해 각색되고 편집된 주장 역시 널리 믿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점은 지적하면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는 아쉬움

이런 상황 속에서 수용자는 대체 어떤 기준으로 국제적 사안들을 이해하고 판단해야 하는가? 저자의 주장처럼 편견과 고정관념이 그토록 교묘하게 수용자들에게 입혀지고 있다면 균형 잡힌 시각을 기르라고 독려할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균형 잡힌 시각을 기를 수 있는 것인지 언급해야 한다. 그게 이와 같은 책을 저술한 저자로서의 의무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도 책을 접하는 상당수 독자에게, 책에 소개된 50가지 고정관념이 새롭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이 책을 집어들 만큼 국제뉴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책이 경고하고 있는 흔한 고정관념쯤은 이미 경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도 미국중심으로 왜곡된 국제뉴스를 그대로 전하기를 꺼려하는 매체들이 존재한다. 이는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당위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어떻게 열린 시각으로 국제뉴스를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편견과 고정관념을 인식하고 걷어낼 수 있는가일 것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다른 많은 국제뉴스들은 물론 "이 책에 쓰인 내용도 믿지 말라"고 힘주어 당부한다. 어떠한 의견을 사실로 믿는 행태가 위험하다는 뜻에서 쓴 것일 테다. 그러나 대다수 수용자들이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실을 접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쓸모없는 조언이다.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이미 진부해져버린 50가지 명제가 고정관념임을 고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쏟아지는 국제뉴스를 헤치고 진실에 다가설 수 있느냐는 방법론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홍세화는 "세상에 진실인양 유포되고 있는 고정관념과 통념의 포로가 되지 않기는 무척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확신의 함정에 빠져있을 때는 함정에 빠져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다"고 적었다.

이 말은 참으로 옳다. 하지만 이 같은 추천사는 이 책보다는 좀 더 풍부한 사례와 적극적 대안을 제시하는 저작물에 쓰였어야 했을 것이다. 이 책만으로는 어떠한 순진한 독자조차 '확신의 함정'으로부터 건져 올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 이명은 옮김 / 서해문집 펴냄 / 2015.01. / 1만 900원)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 - 국제뉴스를 의심해야 세계가 보인다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이명은 옮김, 서해문집(2015)


태그:#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 #파스칼 보니파스, #이명은,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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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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