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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 김병기입니다.

최근 오마이뉴스 내부에서는 지난 17일 김상봉 전남대 교수의 삼성 관련 칼럼이 오마이뉴스에 실리지 못한 것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기자들이 17일 저녁부터 삼성의 눈치를 봐서 글을 싣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내용의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고, 19일 편집국 긴급 전체회의를 열어 이 사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잘못된 사실에 근거해 오해가 생긴 부분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했고, 편집국장으로서의 제 판단과 입장을 달리하는 후배 기자들의 솔직한 심경 토로를 가슴 아프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는 앞으로 치열한 논의를 계속해서 언론과 대기업과의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자는 수준에서만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부의 진솔한 소통 과정이 25일 프레시안에 '오마이뉴스도 삼성 칼럼 미게재 후폭풍' 제목의 기사로 보도됐습니다. <경향>이 싣지 않았던 김 교수의 칼럼이 오마이뉴스에도 보내졌으나, 실리지 않았고 이와 관련 내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이 기사는 일정부분 사실을 담고는 있지만 오마이뉴스의 객관적인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는 못했고 진실이 왜곡될 소지도 많았습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오마이뉴스가 김 교수의 칼럼을 거부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확인'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그 칼럼에도 그대로 적용했고, 언론으로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기자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편집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돌출된 사안입니다. 또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독립언론의 길을 걸어가다보면 소송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지출 부담도 커지고, 지엽적인 문구로 기사 전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막으려다 불거진 사안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국을 총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오히려 오마이뉴스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소상하게 알린 뒤, 그에 대한 판단은 시민기자 여러분과 독자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올립니다. 

[경과] 김상봉 교수 설득의 과정

지난 17일 오전, 김상봉 교수는 오마이뉴스 편집부에 전화를 걸어와서 "경향신문에서 내보내지 못한 칼럼을 오마이뉴스에게 보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기사로 등록해달라"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후 김 교수는 오연호 대표의 이메일로 글을 보냈고, 김 교수의 글은 오후 4시경에 편집국에 전달됐습니다.

저는 그 글을 보고난 뒤 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오마이뉴스는 여러 차례에 걸쳐 김용철 변호사가 낸 삼성 관련 책을 보도한 바 있기에 이번 글도 실을 수 있는 데, 전체 문맥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편집부가 손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를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김 교수에게 "회의를 통해 김 교수님의 뜻을 전달한 뒤에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뒤에 곧바로 편집국 간부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회의 결과 "칼럼은 싣되, 사실 관계가 법정에서 확인되지 않았거나, 표현상 과도한 부분은 오마이뉴스의 편집원칙에 따라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김 교수께는 이같은 편집 원칙을 알리고, 편집부에서 손을 볼 수 있는 부분을 특정해 이메일을 보낸 뒤 확인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안됐습니다. 

제가 오 대표에게 글을 받고 간부회의 등을 거쳐 김 교수께 이메일을 보내는 데에는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프레시안 등에서 칼럼이 실렸고, 오마이뉴스는 다음날 이 사안에 대해 쓴 블로그를 메인면에 배치했습니다.

[편집국장의 판단] 저널리즘의 원칙과 편집권

이날 김 교수의 글에 수정을 요청한 까닭은 삼성측에서 소송을 걸 경우 불리한 판결이 날 수도 있다는 오마이뉴스 편집국의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복수의 자문 변호사도 법적 쟁송이 붙을 경우 그 입증 책임이 우리측에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편집국의 위기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편집국장으로서 소송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글을 바로 내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이는 독립언론으로서 어려운 재정 여건을 견디고 있는 오마이뉴스 상근가족과 소액의 원고료를 받으면서 기꺼이 시민참여저널리즘에 동참하고 있는 수많은 시민기자 여러분들께도 죄송한 일입니다.

둘째, 시민기자의 '표현의 자유'도 존중되어야할 가치이지만,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인 '사실보도' 역시 오마이뉴스가 지켜야할 가치입니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취해온 편집 원칙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실인 것처럼 통용될 수는 있지만, 확정된 사실이 아닌 경우 언론의 표현은 신중해야 합니다. <경향>이 거부했으니 우리는 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설사 <경향>이 싣겠다고 했더라도 우리가 볼 때는 사실확인 원칙에 문제가 없는지를 따져서 실어야 하는 게 정답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오마이뉴스에 오르는 모든 글은 편집원칙에 따라 사전 검토됩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모든 시민기자에게 이 원칙은 동등하게 적용됩니다.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언론으로서 가져야하는 신뢰성과 책임감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창간 때부터 이 원칙을 견지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 글은 토씨하나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시민기자도 간혹 있지만, 우리는 그간 설득의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김 교수님 역시 오마이뉴스의 이같은 편집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는 6만여명 시민기자 중의 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 토론] '삼성 파트너' 발언의 전체 맥락

17일 오후 프레시안에 칼럼이 게재된 뒤에 일부 후배기자들이 "우리도 싣자"는 의견을 사내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저는 김 교수가 같은 글을 오마이뉴스에도 보내왔다는 사실을 사내게시판에 알렸고, 그 때부터 후배 기자들의 비판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도언론의 길을 가려는 후배 기자들의 진정성과 상실감을 뼈저리게 느꼈고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간략하게 경위를 설명했지만, 논란은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19일 긴급 편집국 전체회의를 열어 이 사안에 대해 기탄없는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교수 칼럼과 관련, 여전히 일부 후배 기자들은 문제의식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잘못된 팩트에 근거한 일부 오해는 해소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간 우리는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웠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과 향후 오마이뉴스가 견지해야할 광고주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솔직한 말들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1주일 후에 추가 논의를 하자고 결정한 뒤 모임을 마쳤습니다. 내부 소통을 하면서 편집국의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프레시안에 보도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프레시안은 기사에서 오연호 대표가 이날 토론에서 한 발언, 즉 "경영자로서 삼성은 우리의 파트너다"라는 말을 소개한 뒤 이에 기자들이 반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오 대표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은 '삼성은 우리의 광고주이자,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삼성의 모든 행위를 무조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견지해왔듯이 삼성을 비롯한 모든 기업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판해야 하지만 비판당하는 당사자도 아파하며 자신의 잘못을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사실에 의해, 충분한 논거에 의해, 합리적 설득력을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삼성 등 광고주뿐 아니라 개인, 단체, 기관을 비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임있는 언론이 되려면 그런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엄중하게 되돌아보겠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건대, 본의 아니게 이번 일로 인해 6만여 명의 시민기자와 10만인 클럽 회원 여러분, 그리고 오마이뉴스를 그간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누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편집국장으로서 김 교수의 칼럼 처리 과정과 내부 소통과정을 가급적 신속하게, 그리고 투명한 절차로 진행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광고주이기도 한 삼성과의 관계를 은연중에 의식해 지나치게 신중했던 것 아니냐"는 안팎의 지적에 대해서도 엄중히 되돌아보겠습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오마이뉴스 편집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견고해질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견이 없는 조직이 건강한 게 아니라 이견을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가는 조직이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더욱 잘 감시하고,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비판으로 책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한편, 시민참여저널리즘의 지평을 확장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오마이뉴스는 필요하다면 이후 내부 소통과 진통의 과정도 공개하면서 시민기자와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시민참여 저널리즘의 골간을 확고히 하는 신뢰와 소통에 앞장서겠습니다.


태그:#김상봉 교수,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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