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등은 지난 2010년 8월, 재정난을 겪는 인천시의 세수입 증대 방안으로 '지역개발공채 매입요율 인하를 통한 등록세 확충'을 시에 제안했다.

이는 리스나 렌트 차량 신규 등록 시 매입하는 지역개발공채의 요율을 낮춰, 차량 구매자에게 공채매입비를 줄여주는 방안이다. 시가 공채 매입요율을 낮추면 채권 매출수입은 감소한다. 하지만 차량 구매자 입장에서는 매입비가 줄어, 인천에 등록하는 차량이 늘게 된다. 이에 따라 등록세가 늘어 전체적인 지방세 수입이 증대하게 된다.

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당시 과표의 12%였던 지역개발공채의 매입요율을 부산과 창원 수준인 5%로 낮췄다. 약 4000만 원짜리 리스 차량을 구매한 고객이 인천에 등록할 때, 서울에 등록할 때보다 31만 원, 경기도에 등록할 때보다 14만 원 정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신 인천시는 등록세 270여만 원과 3~4년 동안 매해 자동차세 80여만 원을 징수할 수 있다.

등록세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동일하다. 이 때문에 인천시가 공채 매입요율을 낮춘 2010년 하반기 이전에는 인천지역 리스·렌트 차량 구매자들이 공채매입비를 줄이기 위해 부산이나 창원에서 등록한 바 있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등은 수입 고급 차량과 대형 차량, 리스나 렌트 차량의 공채 매입요율을 낮추면 인천에서 등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이를 시에 제안했다. 시는 리스·렌터카 업체를 대상으로 다각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인천 등록을 유도했다.

이 정책은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공채 매입요율 인하로 취·등록세 증가분은 초기단계인 2010년 하반기에 40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1년 320억 원, 2012년 890억 원, 2013년 약 12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약 2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고가 수입차 늘면서 세입 증대 더욱 기대

인천내항 부두에서 선적을 대기하고 있는 수출 중고자동차들.
▲ 인천내항 인천내항 부두에서 선적을 대기하고 있는 수출 중고자동차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국내에 새로 등록한 수입차 가운데 25%는 7000만 원을 넘은 고가 차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차량 가격이 높을수록 지방세 또한 높아, 지자체 입장에서 호재인 셈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2014년 수입차 시장 결산자료'를 보면, 지난해 신규 등록한 수입차는 19만6359대로 역대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이중 7000만 원을 넘는 고급차 점유율이 2013년 21%에서 2014년 24.9%로 늘었다.

고급차 수입 현황을 구체적으로 보면, '7000만∼1억 원'대 차량은 2013년 2만1632대에서 3만3778대로 56.1% 증가했고, '1억∼1억5000만 원'대 차량은 2013년 8320대에서 9360대 12.5% 늘었으며, '1억5000만 원 이상' 차량은 2923대에서 5616대로 92.1% 많아졌다.

6000만 원짜리 차량을 등록할 경우 4000만 원짜리 차량을 등록할 때와 비교해보면, 자동차세는 동일하지만 등록세는 약 130만 원 더 발생한다.

여기에 수입 차량의 약 42%가 리스·렌터카이다. 수입차 증가와 리스·렌트 차량의 인천 등록이 인천시 지방세 증대에 상당히 기여했고, 향후 수입차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에 따른 세수 증대 또한 기대된다.

PDI센터 확보로 항만산업 키우고 지방세도 확보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현재 '4000만~6000만 원'대 리스·렌트 차량 기준 인천시와 경기도 간 공채매입비 차이를 보면, 인천시가 약 10만~15만 원 저렴하다. 그런데 경기도가 인천시 수준으로 매입요율을 낮추면 경기도에 등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수입차 PDI(pre-delivery inspection: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인도되기 전 수행하는 검사)센터와 연관성이 높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평택항에 자동차 전용부두를 건설하면서 그 배후부지에 57만㎡(=약 17만2400평)에 달하는 수입차 PDI 전용 부지를 조성했다. 그 뒤 인천에 있던 PDI업체에 저렴한 임차료(㎡당 월 500~700원)를 제시해 끌어들였다.

그렇게 인천항에 있던 PDI센터가 사라졌고, 대신 평택항 PDI센터에 벤츠·BMW·폭스바겐·아우디·혼다·포드·크라이슬러 등을 다루는 센터가 들어섰다. 그리고 인천항에서 수입차는 발자취를 감췄다. 이젠 수입차를 보관할 곳이 없다.

평택항은 PDI센터를 앞세워 중고차 수출산업까지 끌어들일 계획이다. 평택항에는 선석 길이가 290m에 달하는 자동차 전용부두가 두 개나 있는데, 이도 모자라 2017년에 동일한 규모의 부두를 하나 더 개장할 예정이다. 전용부두 1개 면적만 23만2000㎡(약 7만 평)에 달한다.

반면, 인천항에는 PDI센터는커녕 자동차 전용부두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에 인천항발전협의회(회장 이귀복)는 지난 2월 25일 개최한 정기총회 때, '합법적인 중고차수출단지 조성'과 함께 '인천항 PDI센터 유치'를 올해의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인천내항은 평택항과 달리 정온수역이라 24시간 선적과 하역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지엠 수출차량은 부두 야적장이 부족하고 배후단지가 없어 아암물류2단지 나대지에서 흙먼지를 쓰고 있다가 선박이 오면 세차해 실어 보내는 실정이다.

인천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인천항 물동량 창출과 안정적인 지방세 확보를 위해 인천을 수입차시장의 메카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자동차 전용부두와 PDI센터, 배후단지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중고차단지를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며, "인천항에 자동차 전용부두와 중고차단지를 조성해 수출물량이 증가하면, 중고차를 선적하는 해운사가 물류비 절감을 위해 인천항에 수입차를 싣고 오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면 PDI센터도 자연스럽게 들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 연간 중고차 30만 대를 수출하고 있다. 일본은 116만여 대를 수출한다. 그런데 일본 중고차는 '우(右)핸들'이지만 수출물량 중 60만여 대를 '좌(左)핸들' 국가로 수출한다. 일본 중고차는 좌핸들이 표준인 국가에서 여러 교통사고를 야기한다. 때문에 수출업계는 인천항에 합법단지가 조성되면 한국 중고차가 일본 중고차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 #인천항, #지방세, #PDI센터, #중고차수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