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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와 비료를 마을 단위에서 혹은 개인이 만들던 때가 있었다. 소가 끄는 쟁기질과 호미와 낫 한 자루로 김매기 하는 가족구성원들이 소농(小農)중심의 농사를 짓던 시절이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서 화학 비료와 농약, 다수확 품종의 개량종자가 국가 주도로 보급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더불어 '잘살아 보자'는 구호로 시작된 새마을 운동은 규모화된 기계화 영농 정책으로 소농을 몰락하게 했다. 농촌과 농업의 잔혹사가 시작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서로 돕는 품앗이의 상징인 농사 공동체는 무너지고, 퇴비의 공동 생산과 자급도 점차 사라졌다. 현대 농업에서 퇴비의 순기능과 역기능 그리고 올바른 퇴비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3회에 걸쳐서 퇴비란 무엇인가 알아본다. - 기자 말

탄소가 많은 나무와 낙엽은 분해되어 부엽토가 되고 부식이 되어 순환된다
 탄소가 많은 나무와 낙엽은 분해되어 부엽토가 되고 부식이 되어 순환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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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생태계에서 생명체의 활동이 끝나면 사라지는 것 같지만, 또 다른 생명체의 지속성을 위해 흙으로 순환된다. 인류가 농사를 시작한 이후 퇴비는 유기물 순환의 연결 고리로 오랫동안 농사에 이용됐다.

화학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 농업에서도 퇴비를 사용한다. 영양이 고농축된 화학 비료를 쓰는데 퇴비를 왜 사용할까? 만약, 퇴비를 사용하지 않고 화학 비료만으로 농사를 짓는다면 흙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은 사라지고, 지속 가능한 농사를 할 수가 없다.

흙은 탄소가 많은 퇴비를 좋아한다

퇴비는 작물에 영양을 공급해 성장을 촉진하는 비료의 기능보다는, 땅의 힘을 돋우는 지력(地力)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작물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흙은 유기물이 풍부한 퇴비에서 힘을 얻는다. 즉, 퇴비는 흙이 먹는 '밥'이다.

현대 농업에서 사용하는 축분 퇴비는 질소 성분이 많아 작물을 빨리 크게 하는 속효성의 특징이 있다. 빠르게 소모된 만큼 작물을 재배할 때마다 퇴비를 흙에 넣는다. 반면, 탄소 성분이 많은 퇴비는 천천히 분해되는 지효성의 특징으로 작물은 느리게 성장하지만, 분해 과정에서 다양한 미량 원소를 작물에 제공한다.

탄소가 많은 퇴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흙의 3가지 조건을 만들어준다. 즉, 물과 양분을 저장하고 산소 순환이 되는 보수력, 보비력, 통기성이 개선된다. 또한 흙 속에서 토양 유기물을 구성하는 부식(humus)으로 축적돼 흙의 토양 생태계를 오랫동안 유지한다.

퇴비(compost)와 부식(humus), 이 둘은 닮은꼴 같지만 차이가 있다. 퇴비가 유기 화합물을 분해해 만들어졌다면, 부식은 퇴비를 미생물이 한 번 더 분해한 것으로, 부식은 곧 흙을 말한다. 즉, 유기물이 분해된 흙의 표토층에 축적된 것이 퇴비라고 한다면, 그 아래에 있는 것은 부식이다. 퇴비가 손자라고 했을때, 부식은 몇 대의 손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오래된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퇴비와 부식은 분해되는 시간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모든 흙이 오랫동안 지력을 유지할 만큼 반드시 부식이 있는것은 아니다. 오히려 없거나 적을 확률이 더 많다. 부식이 있다면 유기물 함량이 높고 농사가 잘 되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흙이다. 흙이 살아 있거나 지력이 좋다는 말은, 부식이 많고 적음을 또는, 있고 없음을 의미한다.

부식은 오랫동안 천천히 분해되는 탄소를 많이 가진 나무에서 파생된 톱밥, 낙엽을 비롯하여 나무껍질, 잔가지 등 목재가 들어간 퇴비에서 만들어진다. 숲 속의 낙엽을 들춰보면 밑으로 내려갈수록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분해된 부엽토가 있다. 그것이 오랜 시간 걸쳐서 축적되면 부식토가 되고, 층을 이루게 되면 식물의 영양 창고와 다름없다.

층층이 쌓인 낙엽은 오랜시간에 걸쳐 부엽토와 부식으로 순환되어 다음 생명체의 지속성을 유지시킨다
 층층이 쌓인 낙엽은 오랜시간에 걸쳐 부엽토와 부식으로 순환되어 다음 생명체의 지속성을 유지시킨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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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는 김치와 닮았다

퇴비는 김치와 닮은 공통점이 많다. 김치의 발효와 숙성에 대해 알고 있으면, 퇴비에 대한 이해가 더 쉽다. 

김치를 담글 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 배추를 소금의 적정한 비율로 염도를 맞춰서 절이는 것이다. 소금의 농도를 조절해 배추를 절이는 과정은, 퇴비 만들기에서 탄소와 질소 재료의 비율을 맞추는 탄질비(C/N ratio)에 해당한다.

소금의 염도에 따라 배추의 절임 상태가 달라지는데, 농도가 높은 소금이 배추의 수분을 뺏어오는 '삼투압' 현상으로 배추가 절여지면서 부피가 줄어든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배추에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다. 수분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제대로 된 발효와 숙성이 안 된다. 이 과정은 퇴비 만들기에서는 적당한 수분 유지에 해당한다.

김치는 고춧가루, 마늘, 생강의 기본 양념 재료에 젓갈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젓갈은 김치를 발효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도 하는데, 해산물 젓갈을 대신해 효소와 같은 식물성 발효액을 넣기도 한다. 젓갈은 김치의 맛을 좋게 하고 숙성을 통해 유익한 미생물을 증식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젓갈을 넣지 않더라도 소금에 의해서 자연 발효는 일어난다.

김치의 발효와 숙성과정은 퇴비와 닮았다
 김치의 발효와 숙성과정은 퇴비와 닮았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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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 양념 재료와 발효를 돕는 젓갈과 효소액을 사용하는 것처럼, 퇴비의 재료도 탄소와 질소의 균형을 맞춰서 다양한 유기물을 이용하여 만들 수 있다. 또한 젓갈과 발효액으로 유익한 미생물을 증식하듯 퇴비도 낙엽이 분해돼 만들어진 부엽토의 토착 미생물을 넣거나 다양한 미생물 균을 사용해 퇴비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김치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깊은 맛을 내며 숙성된다. 이때, 김치의 맛과 영양을 좌우하는 것은 배추 절임의 소금 염도와 수분 유지 그리고, 적정한 온도와 산소가 있을 때 유익한 미생물의 증식과 활동으로 영양이 높고 맛있는 김치가 된다.

잘 익은 김치는 유익한 효모균과 유산균이 증식하지만, 반대로 숙성이 잘 안 되면 유익한 미생물이 적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부패균이 증식할 수도 있다.

퇴비도 마찬가지로, 재료의 탄질비가 맞더라도 수분이 많거나 적으면 제대로 된 발효가 안 된다. 적절히 수분이 유지돼야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하고, 증식을 하면서 높은 온도의 발열로 재료를 분해해 품질 좋은 퇴비를 만들 수 있다. 제대로 발효와 숙성이 된 완숙 퇴비는 상큼한 흙 냄새가 있거나 냄새가 없는 무취 상태가 된다. 반대로 미숙 퇴비는 부패한 악취 냄새가 있으며, 대장균과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 증식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퇴비 만들기 4가지 조건'은 3편에서 계속됩니다.



태그:#퇴비, #부식토, #탄소, #숙성, #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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